신호기는 지켜야 한다? / 전동호
신호기는 적황녹 3색 등불과 기호, 문자, 소리 그리고 전기장치를 더해 이루어진다. 좌회전교통량이 많은 곳은 방향표시(←) 녹색전신호가 추가되기도 한다. 교차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시키고 횡단보도에서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차량을 정지시켜 준다. 일정한 주기와 신호시간(현시)을 갖고서 각 교통류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약속이지만 신호대기시간이 너무 많다보면 오히려 자연스런 흐름이 지체되고 만다. 성질 급한 운전자는 제 순서보다 먼저 나가다가 추돌사고를 내고, 대기 차량은 공회전을 하며 연료만 소비시키면서 도시의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고대 로마인들도 마차가 추돌하지 않도록 신호기를 사용했다. 오늘날 구조는 1868년 영국 런던에서 적녹을 수동으로, 전기식은 1914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적색 정지 신호만으로, 3색은 1918년 미국 뉴욕 5번가에서 시작하여 1928년 영국 햄프턴에서 자동화가 되었다. 아무데나 설치할 수는 없다. 기준이 있다. 8시간 양방향 교통량이 시간당 최소 600대, 보행자는 150명 이상에 걷기 속도는 초당 0.8~1.0m, 신호주기는 120초에서 최대 180초까지 허용한다. 통행차량과 보행 연령대를 고려하여 도로교통법, 교통안전시설 등 설치관리에 관한 규칙,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이 적용된다. 지자체의 위탁을 받은 경찰서에서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거처 설치한다. 이렇듯 신호기는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려는 거지만,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배웠다. 외국에서는 적색 신호라 할지라도 상대 차량이 없으면 교통경찰이 가라하는 손짓을 하고 그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는 못하게 한다. 어떤 곳은 횡단보도 버튼을 누르고도 녹색으로 바뀔 때까지 85~120초를 기다려야 한다. 인내에 한계가 온다. ‘에이, 가자.’를 하다보면, 000들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오늘도 신호기는 지켜야 한다.
최근, 교통사고를 줄이자며 시가지 도로의 주행속도를 확 낮췄다. 도로 횡단구조는 그대로 놔두고 연동화는 뒷전으로 밀었다. 그러다보니 교차로마다 가다서기를 반복하며 신호대기를 해야 한다. 도로이용자는 행복할 수가 없다. 무슨 대책이 있어야겠다. 먼저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축을 완성하자. 삼십여 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많은 예산이 일시에 집중된다며 부분적으로만 해 왔다. 이젠 주교통류부터 교차로간 옵셋(녹색시간 차이)을 감안한 연동화가 되게 해야 한다. 특히 800m 이하 교차로에서는 더 필요하다. 다음은 한 개 차로 폭을 3.0~2.75m로 줄이자. 도로성능은 놔두고 주행속도만 시속 50~30㎞로 낮추다 보니 지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늘 상 카메라에 찍히며 법칙금만 늘어가니 또 행복할 수가 없다. 남는 폭원은 갓길을 넓혀서 노상주차를 허용하면 도심 주차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신호기를 회전교차로(라운드 어바웃)로 바꾸어가자. 통행차량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전기료 등 유지관리 비용도 절약하게 된다.
올 봄날도 다갔다. 홍매화를 시작으로 벚꽃이 눈처럼 날리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장미가 한창이다. 수국도 흙의 성질대로 형형색색 꽃을 펼칠 준비를 하고, 여름내 피고 질 무궁화의 새순도 무성해졌다. 곧 폭염이 온다. 제 시간을 지키는 자연의 순리지만 숨도 쉬기 어려울 때가 있을 거다. 가로수 숲길과 장대비가 내리는 날은 그래도 낫다. 이렇게 사람의 지혜와 하늘의 도움을 받는 십년대계가 있어야하지만 아직은 단기처방 뿐이다. 천막 그늘 설치와 도로 위에 물을 뿌리고 어름덩어리를 공급하는 일만 해왔다. 이제부턴 나무그늘이 이어지게 하고, 광장 한쪽에 포석정을 닮은 수로를 만들어 보자. 한낮에도 걸을만하고, 점심 후에는 동무들과 발을 담그며 ‘시원하네?’라는 말이 오가게 될 것이다. 한겨울엔 유성온천 앞처럼 김이 나는 물을 돌릴 수 있게도 된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현대 공간을 자연과 만나게 하는 방법이다. 도로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 순환도로,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순천 국가정원 숲길을 배우자. 그리고 신호기를 연동화 시키자. 바람을 주는 나무그늘 아래서 강요받는 신호가 아니라 아름다운 기다림을 지킬 수 있게 하자.
첫댓글 신호기에도 숨겨진 과학이 많군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신호 체계도 더 발전하겠지요. 국장님! 항상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