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곡 아홉 번째 고리, 8원과 9원 사이, 신에게 대항했던 거인들이 벌받는 곳
단 하나의 혀(베르길로우스의 말)는 처음에는 나의 두 뺨을
깨물어 차례로 빨갛게 물들게 하더니
이내 다시 약을 주었다.
내가 듣기에, 아킬레우스와 그 아버지의 창이
처음에는 고통이었으나
나중에는 좋은 약이 된 것과 같았다.
30곡에서 싸움 구경을 하다가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에게 꾸중 들었던 일을 단테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킬레우스가 아버지 펠레우스로부터 물려받은 창은 이 창에 찔린 상처는 이 창으로만 고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비참한 골짜기를 뒤로 하고 골짜기를 감싸고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덟 번째 고리(8원)와 아홉 번째 고리(9원)사이에 있는 언덕이 신에게 대항했던 기간테스들이 있는 곳입니다.
어디선가 드높은 뿔 나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샤를마뉴가 고통스러운 패배를 당하며
신망하던 성스러운 용사들을 잃었을 때
롤랑도 그렇게 크게 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 최고의 기사 문학인 <롤랑의 노래>를 예로 들며 뿔나팔 소리가 컸음을 강조합니다.
프랑스 왕 샤를마뉴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사라센인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그의 용사 롤랑에게 1만 명의 군사를 주어 후위를 맡기고 귀국하는 도중입니다. 피레네 산맥의 골짜기에서 사라센군과 프랑스 반역자 가느롱이 한패가 되어 사라센군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와 불의의 습격을 합니다. 롤랑이 적에게 포위되어 용감하게 싸웠으나 살아있는 프랑스군이 이제 60명 뿐, 롤랑은 그때서야 뿔피리를 불어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그 뿔피리 소리가 30리 밖에 까지 들렸다고 하는데 그 소리보다 지옥의 뿔피리가 더 크게 들렸다고 단테는 강조합니다.
나팔 소리가 들려온 길을 따라 한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높은 탑들이 멀리서 눈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이 어디입니까?” 내가 물으니
그가 답했다. “네가 어둠 곳에서
너무 멀리 보려다 보니
진실을 상상과 혼동한 모양이다.
내 눈에 어슴푸레 보이는 것이 탑이 아니라 거인들이었습니다.
가이아(대지의 신)는 우라노스와 함께 티탄을 낳았습니다.
티탄족과 올림푸스 신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전쟁이 티타노마키아입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중심으로 한 티탄 신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진정한 코스모스의 지배자가 됩니다. 이때 가이아는 제우스를 돕습니다. 그러나 가이아의 자식들인 티탄 신족을 타이타로스에 유배합니다. 티탄 신족에 가한 처사에 화가 난 가이아는 코로노스에게 작은 낫을 주어 우라노스의 남근을 자르게 하여 그 남근에서 흐르는 피가 땅에 적셔 거인 족 기간테스가 가이아에 의해 태어 낳습니다.
(헤시오도스 신통기 126행~187행)
거대한 웅덩이를 둘러싼 둑 위에 거인들이 상반신을 우뚝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거인들로 그들 배꼽 아래로는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에 잠겨있습니다.
이들은 올림포스 신들에게 대항해 싸우다가 헤라클레스의 화살을 맞아 죽은 거인 기간테스들입니다.
올림포스의 신과 기간테스(거인족)가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 전쟁이 기간토마키아입니다.
자연이 거대한 인간 생명체를 만들지 않고
마르스에게서 그런 자들을 뺏은 것은
분명 잘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사악한 의지와 폭력에
이지와 사고력가지 가세하면
아무도 이를 막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인은 악의를 상징합니다. 지성의 힘에 악의의 폭력이 가세하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라펠 마이 아메호 차비 알미.”
그 사나운 입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보다 더 달콤한 성가는 없을 성싶었다.
“라펠 마이 아메호 차비 알미.”는 아무 뜻도 없는 단테가 만들어 낸 말로 인간의 언어가 무수히 나뉜 것의 비유입니다.
선생님이 "바보 같은 망령아, 화가 나면 뿔 나팔로 화풀이 해라." 하시고서
그러고 나서 내게 말씀하셨다. “놈은 변명하는 거야.
이자는 니므롯인데, 자신의 멍청한 고안물 때문에
세상에서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저지르는 니므롯의 죄는 교만인데 구약 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힘과 권력으로 홍수로 다시 멸망하지 않으려고 바벨탑을 세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노여움을 사서 탑은 붕괴되고 사람들은 언어가 나뉘고 혼란해져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 주인공이 함족의 왕 니므롯입니다.
니므롯은 자기표현을 못하는 벌을 받습니다. 그의 말이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듯이, 그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더 걸어가다 왼쪽으로 돌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더 사나워 보이는 거대한 놈을 보았습니다. 그는 왼팔은 앞으로 오른팔은 뒤로 돌려진 채 쇠사슬에 묶여 있었습니다. 쇠사슬이 거인의 몸을 다섯 번이나 휘감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에피알테스. 거인들이 신들을 위협했을 때
놀라운 위력을 보이더니 그 휘두르던 팔을
이제는 꿈쩍도 못하는구나.
에피알테스는 포세이돈과 이피메데이아 아들이라고 주 해석에 나왔는데 에피알테스는 기간테스 거인입니다. 형제 아토스와 함께 신들에 오르려고 높은 산을 쌓다가 신들과 전쟁을 벌이지만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맞아 죽은 거인입니다. 그때 갑자기 에피알테스가 몸부림을 치는데 아무리 강한 지진이라도 이렇게 탑을 흔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테는 측량조차 곤란한 거대한 브리아레오스(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 기간테스, 백 개의 팔과 오십 개의 머리를 가진 무시무시한 괴물)를 제 눈으로 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 근처에 안타이오스가 있을 것인데 그는 거인들의 모반에 가담하지 않아 말도 하고 묶여 있지도 않아 우리를 죄의 밑바닥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안타이오스에게 다가갔습니다. 부디 우리를 코키토스를 얼리는 곳(배반지옥)으로 내려 보내 주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우리를 루키페르와 유다가 함께 있는 죄의 밑바닥에(8원에서 9원으로) 사뿐히 내려놓았습니다. 그는 허리를 구부렸지만 곧 배의 돛대처럼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켰습니다.
이 31곡에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의 천지 창조 이후 신들의 탄생계보를 보면 태초에 카오스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태어났습니다. 가이아는 처녀 생식으로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우라노스와 정을 통하여 크로노스라는 아들과 티탄(타이탄)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신통기’에서의 이야기는 짧고 간결합니다. 그러니 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야 합니다. 다른 신화에서 전승해 오는 것에 의하면 티탄 족과 올림포스 신과의 싸움에서 가이아는 제우스를 도와 전쟁에 승리하여 제우스가 진정한 코스모스의 지배자가 됩니다.
그러나 제우스가 가이아의 자식들인 티탄 신족을 타르타로스에 가두어 버려 가이아가 화가나 크로노스에게 아버지 우라노스의 남근을 잘라내게 해 이때 우라노스의 남근에서 흐르는 피가 땅에 적셔 거인 족 기간테스들이 태어났습니다. 기간테스도 하늘의 통치권을 욕심 내 올림포스 신들과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기간테스들과 올림포스 신과의 싸움에서 신들만의 힘으로는 전쟁에 이길 수 없고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기간테스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신탁을 받습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으려합니다.
제우스의 계획을 알아차린 가이아는 기간테스의 목숨을 인간으로부터 구해 줄 불사 약초를 찾습니다. 그러나 제우스가 먼저 그 불사초 약을 찾아 없애고 헤라클레스를 전쟁에 참가시켜 신탁에 내려졌듯이 헤라클레스의 화살을 맞고 기간테스들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거인 족 기간테스들을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이곳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에서 만났습니다.
아홉 번째 고리 배반 지옥
배신의 죄를 지은 영혼들은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죄인의 유형에 따라 지역을 구분하는데 단테가 일부 지역의 이름을 만들기도 하고 일부는 지명 없이 묘사되기도 합니다.
카이나(친족 배반) - 제32곡. 친인척을 배신한 자들의 벌받는 곳. 19행~75행
안테노라(조국 배반) - 제32-33곡. 조국과 동료를 배신한 자들이 벌받는 곳. 32곡 76행~33곡 90행
톨로메아(손님 배반) - 제33곡. 친구를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 33곡 91행~157행
주데카(주님 배반) - 제34곡. 교회 또는 제국을 배신한 자들이 벌받는 곳.
주데카란 예수님을 배신한 가룟 유다와 연관된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