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4(금)
루카 복음 9,51-10,24
마태오 복음 8,18-22/11,20-30
(루카 9,59)
그러나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묵상ㅡ
'나를 따르라'고 하시는 주님말씀에,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고 오겠다고
청한다. 아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중요한 대소사다.
그런거 모르는 분, 아니라는거 다 알고
어렵게 허락을 구했을텐데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게 냅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리라고 하신다.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는 뜻일게다.
그들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너는 나를 따라 네 할일을 하라는 거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기로 한 이상, 네가 뒤돌아보고
미련을 두는 그곳은 이제 세속일뿐,
하늘나라와는 다르다는 뜻으로 들린다.
앞으로 가야 할 쟁기 운전자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면 언제 밭을 갈겠는가.
그저 내 할일 하는 것이 소명인거다.
네 할 일, 내 할 일, 하느님 하실 일,
정확히 구분짓자는 주님의 의도가
엿보인다.경계 세우기의 달인이시다.
나는 이미 과거의 강을 건너 지금
여기에서 열심히 쟁기질하며 살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기억이라는
놈이 살짝 건너와서 괴롭힐 때가 있다.
그때 내가 그랬더라면,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지금을 보낼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에 휩싸이면 쟁기잡은
손이 스륵 풀려 지금 여기보다
과거 거기 그때에 미련을 두고
뒤로 후진, 거기로 다시 가서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한다.
그럴때면 여지없이 그때의 그 일은
과거의 그들이 알아서 하게 냅두고,
너는 나를 따라서 지상의 하늘나라를
살고 전하라고 다그치신다.
내 쟁기 놔두고 남의 쟁기질 쳐다보며
상관하지 말고, 내 집에 불났으면
그 불을 꺼야지, 남의 집 불끄러
다니지 말라는 거다.
괜한 오지랍에 고개 쑥 빼고 남의 일,
남의 사정 참견할 때마다, 예수님의
이 목소리가 들려와 나를 깨운다.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비슷한 맥락으로 요한복음(21,22)
에서 베드로가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물으며 괜한
참견을 할때,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기도 하다.
쟤는 지금 뭘하지?
쟤는 왜 저렇게 일을 하지?
쟤는 쟁기 놔두고 어딜
가는거야?
쟤가 지금 힘들다는데,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참견하고 싶을때,
우리는 이미 내 경계와
타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느님과의 경계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거다.
아버지의 장사마저도 그들에게
맡기고, 당신을 따르라며 선을
그어주신 예수님,
그분의 하늘나라가 어떻길래
그토록 매정하게 단도리를
하신 건지,세속의 정이 그
하늘나라에 왜 걸림돌이 되는지
묵상해보았다.
예수님의 단호한 경계 세우기를
배워 더 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첫댓글 좋은 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