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0 얼음골 주차장에서
구름다리 올라 천황사로 향하는데
제법 쌀쌀한 공기가 손끝을 자극합니다.
그냥 얼음골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길엔 낙엽 쌓이고 단풍 드문 드문,
늦은 가을산길 나선 갈바람 일행에 대한 배려인가 봅니다.
간밤엔 한줄기 비라도 뿌렸었는지
산길이 촉촉하고도 아주 그냥 상큼합니다.
10:00 천황사(매표소에서 입장료 1,000원)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 좌상은 보물 제1213호로서
8세기 후반 통일신라시대의 사자좌를 가진 뛰어난 석불좌상이랍니다.
천황사 오른쪽은 얼음골로해서 일반등산로,
우리는 왼쪽으로 가마불 협곡부터 보기로~~
단풍은 마지막 온힘을 다 쏟아 화사함을 뿜어내려하지만
사그라드는 계절의 기운은 어쩔 수 없는 듯...
그 계곡을 철계단은 지그제그로 오릅니다.
두줄기 실폭을 만나고
10:10 가마불 폭포
태고부터 흘러내린 물이 암반을 깎은 형태가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 같다 하여 가마불이라고 한답니다.
가는 물줄기가 굽어치는 것이 협곡, 질펀한 물줄기가 수직으로 하강하는 것이 폭포인데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협곡과 폭포가 나란한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이 협곡에 물이 질펀하게 흘러 내리면 그땐 어떤 풍광일까?
상상만으로도 묘한 신비감 속으로 빠져듭니다.
가마불 협곡을 되돌아 나와 얼음골(10:20)
소설 '허준'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한 바로
그 얼음골(천연기념물 224호)입니다.
한여름에도 영하에 가까운 온도를 유지하는
이 신비로운 골짜기는 천황산의 북쪽 계곡에 해당되는데
3∼4월에 얼기 시작한 얼음은 7월말∼8월초에 절정을 이루고,
한여름 삼복더위를 지나 처서가 되어야 녹는다고...
처서가 지나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 지하에서 오히려 온기가 올라오는데
그야말로 계절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곳이랍니다.
11월인 지금은 얼음이 안보이는 게 당연~~
얼음골에서 가마불 협곡쪽으로 뒤돌아 나와 용아 A코스 초입,
가파른 돌길이 바로 시작됩니다.
바위 뚫고 모질게 살아온 소나무,
아래 세상이 궁금한지 허리 길게 뻗어 산 아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용아 A 코스 길 바위 조각들은 모두 칼(?) 각을 잡고 있습니다.
태고적 산 위에서 화산폭팔로 갈라져 굴러 내려온 화산암들이
깨어지고 해서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렇게 모두 칼 각은...
그저 신비한 일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습니다.
11:05 전망바위^^
얼음골 주차장이 발 아래 ~~
바위가 구름같이 보인다 해서 백운산, 바로 그 산이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저기, 차안에 두고온 스마트 폰이 다 보입니다 ㅎㅎㅎ
어? 서울 친구한테 카톡 와 있네...
퍼지는 햇살에 산허리 휘감고 있던 산안개가 걷히면서
천황산 골짜기는 단꿈에서 깨어나듯 기지개를...
11:30
힘든 바윗길에 쉬어 가라고 허리 구부리고 있습니다.
황송해서 어쩌나, 의자 소나무님...
일행들은 각진 바위계단을 척척 잘도 오릅니다.
용아 바윗길에 고사목 한 그루,
죽어서도 그 고고함은 결고 죽지 않았습니다.
잠시 흙길입니다.
흙길에서 자란 나무도 사연은 다 있나 봅니다.
이 나무는 이 나무대로
저 나무는 저 나무대로...
-
-
11:15 앞에는 떡하니 수직 바위절벽에 로프 하나 딸랑,
올라 가야죠, 우리가 누군데...
ㅇㅇ번 올뺌이, 유격!!!
바위 절벽 아래엔 참 귀한 인연,
우수 블로그에서 뵌적 있는 ㅇㅇㅇ님이 옆지기 분과 함께...
멋지고 힘차게 오르시기를 응원드립니다.
영차!!!
-
-
능선길에 올라 섰습니다.
폐쇄 등산로 표지판을 뒤로하고
12:40 샘물산장
산장안 난롯가 탁자에 둘러앉아 점심을,
어묵국물에 김장김치, 문어가 있을 뿐인데 오늘 따라 분위기가 쪼깨 있습니다.
난로 때문인가, 벗이 있어서인가?
주인장 어른, 민박도 했었다는데 이제는 그만 두기로...
여기서의 하룻밤은
밤하늘의 별들은 얼마나 고왔을까?
-
-
13:30 천황산 가는 길 ~~
하늘이, 세상에서 제일 고운 빛으로
사그러져가는 억새위로 조용히 내려 앉고 있습니다.
길옆으로 잠시 벼켜서니 수 많은 산,
산 너머에 산이 있고 그 너머엔 또 산이...
억산 운문산 가지산 그리고 이 천황산까지,
수 많은 산들의 호위를 받아 얼음골 사과를 보둠어 키웁니다.
억새길 끝에 천황산이...
14:10 천황산(1,189m)
얼음골 용아코스로 출발할때만 해도 천황산은 생각도 않했는데
원한다는 친구가 있어서...
덤으로 오른 천황산 전망이 이렇게 빛날 줄이야!!
카~~ 말이 필요없습니다.
사방을 한번 둘러보심이...
그럼, 영남 알프스가 마음을 데려가 그저 멍하니 서 있는
서로의 몸뚱아리를 발견할겁니다.
갈바람, 이제는 내려가야죠!
얼음골 용아 B 코스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
-
영남알프스로 부터 간신히 각자의 마음을 돌려 받아
천황산을 뒤로 하고 내려갑니다.
14:35
얼음골 방향, 용아 B코스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속이 텅빈 고목 한그루,
나무도 자식 낳고 키우느라 애를 많이 쓴 모양입니다.
14:45
철재계단 내려서니 바로 갈림길,
오른쪽은 얼음골로 바로 내려 가고
직진은 용아 B 코스로~~
14:48
망설임없이 우리는 직진,
하얀 화살표가 선명하게 가리키는 데로~~
각진 바윗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통시(?) 바위도 있고
한 키가 남는 아찔한 수직바위,
마음으로 먼저 손이라도 잡아주려고 했느데
어느새 내려 서 있습니다.
파이팅!!
멋진 소나무가 잠시 쉬어가라 합니다.
그래,
케이블카 옆 저기 칼바위능선을 우리가 올라왔단 말이제...
저 소나무는 이 험한 바위틈에서 누굴 닮아서
저리도 늘씬하게 잘 컸노?
몰라서 그러시나, 이 갈바람 닮아서 그렇지 ㅎㅎㅎ
나뭇가지를 헤치고서 바위사이를 간신이 내려 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길이 끊어지고 끝엔 까마득한 바위 낭떠러지가...
알싸한 알바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15:10
되돌아 올라와
시그널을 찾았습니다. 어휴 숨차~~
단감 한입씩 베어 물고...
잠간의 알바는 무지 즐거운 거,
험한 산길에 알바 마저 없으면 무슨 재미...
역시 칼 각진 돌길에 낙엽 수북한 내림길,
스틱은 낙엽 꼬지(?)가 됩니다.
15:43
바위는 칼 각 이미지로 '용아 코스 로고' 등록을 준비하나 봅니다.
맞아요, 지금은 자기 PR 시대...
닭벼슬 능선 케이블카,
"그래, 케이블카가 이 칼 각 바위 맛을 알어?"
14:46
마지막 수직 바위절벽, 절벽까지는 좋은데 로프가 이게 뭐람?
손에 잡히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가늘어도 너무 가늘어요~~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는 낙엽길,
그렇다고 방심하면 미끄덩하고 바로 엉덩이에 불이나고 뿔이 납니다.
앞서가는 ㅇㅇ님, 스틱으로 낙엽을 이리저리 쓸듯하면서...
배려의 마음 진정한 산꾼입니다.
16:30, 도로를 만납니다.
오메 반가운 거!!!
오르고 내려온 용아 A,B코스가 다 보입니다.
저쪽 능선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올땐 이쪽 뽀족한 절벽끝에서 알바를 하고...
16:35 천황사 입구,
차거운 기운이 얼음골에서 내려와 볼을 스치는데
단풍은 칼각 바윗길에서 내려온 우리를 환하게 맞아 줍니다.
16:50 부산으로 출발합니다.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얼을골을 뒤로 하고...
오늘 어떠했냐고요?
새로운 길에서 우수 블로그 주인공도 뵙고...
멋지고 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11월 늦은 가을의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함께였기에...
감사합니다.
2013.11.17
갈바람이었습니다.
~~~~~~~~~~~~~~~~~~~~~~~~~~~~~~~~~~~~~~~~~~~~~~~~~~~~~~~~~~~~~~~~~~~~~~~~~~~~~~~~
밀양 얼음골 용아 A, B 코스 약도
첫댓글 산행기 굿
산행지 굿
조망 굿
요즘이 릿지계절 굿
수고하셨습니다.
올 굿이네....굿샷!!!
산행중 올라갈때 곡주3잔,점심에 곡주딸랑1잔...합4잔
산행문화가 이러게 바뀌어야하는데~~~~
함게 고생해준 두분 모두 수고만았습니다.^^
@푸른능선(김대헌) 으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