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행은 억지를 쓰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아픈 동생을 암요양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혼자 나선 마음이 오직 했으랴. 그래도 잘 놀았지만 말이다. 도착 후 바쁜 일정에 몸과 마음을 쏟아야되었고.
이제 부족한 그림 올려봅니다.
그리고 옛 글도 한편 올려봅니다.
천만원이 생긴다면/이영숙
드디어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목적지는 그리이스의 수도 아테네 공항이다.
나는 딸린 식구없이 혼자이다. 짐도 가볍다.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가볍기만 하다. 작은 가방에 여권과 천만원을 바꾼 달러가 차곡히 지갑에 넣어져 있을 뿐이다. 평생 바람이 홀가분하게 넉넉하게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하리라 소원했는데 그 행운을 거머 쥐었다.
비행기는 서라벌 옛땅에서 인류문화에 관심이 많은 육십이 넘은 노인네를 낯선 아테네 공항에 내려놓았다.
어디로 갈것인가?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 비행기로 열두시간을 날아서 왔으니 기내에서 옴추리고 있었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어깨를 주무르고 허리를 부드럽게 돌리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빠르게 이 바람은 에게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인가 이오니아해 쪽에서 불어오는 서풍인가 제피로스신이 물거품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를 육지에 내려놓기 위한 바람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이스 신화를 만들었던 시기로 생각은 치닫기 시작했다. 쉬자하며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어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이번 여행은 소녀시절부터 꿈꾸었던 그리이스문화에 대한 막연한 꿈이 천만이라는 공돈이 생기면서 이루어지는 행운이었다.
다리는 통통 부어있고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몰골은 엉망이었다. 신체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줄지어 서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올림피아호텔이요? 헤라클레스처럼 우락부락한 그리이스 남자가 되 물었다.
네 올림피아호텔요 네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호텔로 향하면서 나는 기세좋게 한달동안 이 택시를 대절하면 비용이 얼마인지 호기롭게 물어보았다. 사내다운 그리이스계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비용에 상관없이 자기가 동양에서 온 여행객을 가이드하겠다고 스스럼없이 대답하였다.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면서 내일아침 호텔로비에 9시까지 대기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곤 성큼성큼 호텔프론트로 걸어갔다. 기사는 붉은색의 새 캐리어를 밀면서 냉큼 따라 붙는다. 선그라스를 통하여 슬쩍 훔쳐보니 운전석에 있을 때보다 더 멋이 있었다.
올림피아 호텔은 멀리 올림푸스산이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더우기 호텔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고 지배인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팔층이다.
올림피아는 신들이 살았던 곳이다.내가 글자를 알고 문학의 세계로 인도했던 책이 그리스로마신화였다. 어린 시절 흥미롭게 읽으며 손을 놓지않던 책이었다.
나는 따뜻한 물로 몸을 담그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카오스상태에 있는 우주가 안정되기 시작할 무렵의 신들의 세계에 대한 생각들을 하기시작한다. 먼저 티탄들이 있던 세계를 정복한 제우스라는 위대한 신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있었다. 나는 제우스 신과 사랑을 한 인간여자인 이오였었다. 제우스신의 바람기를 제어할 신이 헤라였다. 나는 이 헤라의 미움을 받아 세상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동양의 해뜨는 땅에서 태어나 본향을 그리워 하며 살았다.
오늘에야 내가 살던 곳인 여기에 수천세기를 지나 도착하였구나 하는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제우스를 처음 뵙던 날이 영상처럼 떠올랐다. 그는 재주가 다양하여 오늘은 번개의 모습으로 독수리의 모습으로 변형을 하곤 했다. 그날은 적당히 비가 내려 땅은 갈색이 짙어지고 푸른 이끼는 융단을 깔아둔듯 했다. 내일 올 헤라클레스처럼 생긴 모습으로 제우스는 건장하게 나타났다.
이오.
무엇을 보고 있나요?
굵직한 그의 음성은 테너음까지 아울려 따뜻하고 감미로웠다.
푸른 이끼가 너무 푹신하게 보여 눕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혼자서?
나는 얼굴을 붉히며 멋진 남성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불같은 제우스는 이오의 입술을 덮쳤다. 이오는 거절하지않았다.
그 때 객실의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방문객화면을 확인했다. 아까 그 기사가 보였다. 문을 열었다. 이오의 가운은 저절로 흘려내렸다. 밤은 깊어갔고 아침은 밝았다.
오늘은 아고라광장을 보여드릴께요.
한달동안 저를 믿고 따라오신다면 신화의 나라와 고대그리스세계와 현실을 보여드릴께요. 천국과 지옥을 보여드릴께요.
왜 지옥을?
천국을 느끼려면 상대적으로 연옥과 지옥도 맛보아야 되지요.
하긴 행복은 불행때문에 귀한 것이지요.
나는 빨강 가방을 들고 원피스를 입었다. 나는 그의 왼쪽팔을 잡고있었고 그는 나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전날 뒷칸에 탔던거와는 달리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채워주며 하는 말이 아직 당신의 허리는 잘록하며 탄력있다며 윙크를 했다.
그는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데살로니카까지 해변길을 따라 천천히 갈께요. 가다가 에메랄드 바다가 눈에 펼쳐질것입니다. 하얀 구름이 떠있는 연안의 풍경은 환상적일겁니다. 자주 다니던 곳이지요.
누구와 함께 다녀셨을까?
지금 바로 내옆에 있는 여인이 제일 소중하지요.
저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줄께요.나는 제우스의 넉넉한 에너지는 나오지요. 당신은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라스와 닮았어요.
그는 손으로 이오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아아 노팬티예요
그의 금빛나는털이 잔잔히 물결을 이루는 손과 입술이 언제나 들어왔다
맞은편에서 오톤트럭이 중앙선을 질주했다. 우리는 오마이갓을 외쳤다. 총알같이 구급대와 앰브란스가 왔다. 나는 기부스를 하고 돌아왔다. 인천공항트랩을 내렸다. 휠체어서비스를 받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휠체어를 미는 제복입은 젊은이를 힐끔힐끔 건너다 보고 있었다. 소설나부랑이를 걸쩍이는 글쟁이들이 죽기전에 로맨스그래이. 폴인러브를 한번해봤으면 노래를 불러대던 작자들에게 외치고싶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기부스를 풀었다.
나는 그가 그리울때마다 하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따뜻하고 향기가 좋은 비는거품이 온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데 갑자기 목욕탕의 문을 누군가가 벌컥 열었다. 바쁜데 빨리 헹구고 나오지 뭐하고 있노하는 백발의 남편이 서 있었다.
허망한 꿈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천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긴다 말인가? 제발 정신 똑바로 챙기고 살아라는 설교도 한바탕 들어야했다. 그래도 미운 영감탱이 파르테논 신전에 남아있는 기둥에서 기대어 머플러를 날리는 것까지 하도록 두지하며 입이 뿌루퉁해졌다.
첫댓글 꿈꾸는 그리스 여행 잘 다녀오셨네요?
1천만원 안생기기 다행이지 만약 생겼더라면 ... ㅋㅋㅋ
저도 천만원 이 생기면
꿈꾸어 보아야 겠네요.
무조건 여행 갑니다.
영혼의 자유를 찿아서요.
소설 속의 이오가 드디어 현실 속의 이오가 되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