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구간 걷기 다섯째 날 이야기 (11/5/금)
<순천해룡면 - 보성보성읍 / 25km>
글, 사진편집, 음악 : 김태종(편집위원장) tjongkim@paran.com
사진촬영 : 이창조 (홍보위원장)lc191@hanmail.net
어제저녁 이곳에 찾아든 조카내외와 함께 솔섬 사이사이 해넘이에
몸을 맡기던 에코비치의 노을과 순천만 갯벌의 변화무쌍한 조화에
취했던 감흥이 아침 갯벌을 보는 순간 다시 떠올랐습니다.
해가 바다 속에 잠기고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 형형색색의 빛깔로
세 일수 없는 변함을 보여주다 마지막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빛 뻘이 되더니 바닷 속 어둠과 함께 사라져 버리던 순간,
그 모습을 보던 조카며느리가
“작은 아버지, 이곳에 몇 번 애들과 함께 와 꼬막,
바지락 잡으며 바다체험을 해보았으나
방금 보았던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벅차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작은 아버지와 함께 나흘째 걷고 정겨운 도시 순천에 오신 분들을 위해
작은 정성을 가지고 와준 조카내외의 고마운 마음을
순천만 바다가 가상히 여겨보여준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흐뭇한 마음을 안고
'에코비치 캐슬' 식당으로 갔던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아침 이곳 순천만과 갯벌은 제 6구간걷기 다섯째 날을
맞는 마음을 산뜻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역시 오늘 날씨는 어제 그제 날씨보다 더
좋은 날이 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었습니다.
기뻤고 저절로 감사기도가 나왔습니다.
아침 식사는 가정식 백반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물이 담백하고 구수했습니다.
바로 이곳 바닷가 갯벌에서 잡히는짱뚱어탕 국물이었습니다.
고향의 맛이 입안에 가득했습니다.
어젯밤 참꼬막 정식이 오랜만에 어머님이 해주시던
고향 맛을 맛 보개한 음식이었다면
아침 짱뚱어국 맛은 먼 곳에 계시는 어머님과 함께
고향을 그리워하게 할 음식이었습니다.
짱뚱어는 청정지역 뻘에서 사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녀석이고
짱뚱어탕은 보양식으로 더 널리 알려진 음식입니다.
짱뚱어눈은 작고 머리꼭대기 옆에 붙어있습니다.
눈 사이가 좁고 주둥이는 짧으며 끝이 둥글납작합니다.
입은 아래쪽에 비스듬히 생겼고
윗입술이 두껍고 몸 빛깔은 푸른색입니다.
썰물 때에는 뻘을 살금살금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찾아먹고
밀물 때에는 굴을 파고 숨어있습니다.
바다가 오염되면 사라져 버리는 아주 못생긴 녀석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먹은 짱뚱어국은 에코비치캐슬 앞 뻘에서
잡은 것이라고 합니다. 순천만은 청정지역인 것입니다.
오늘도 25km를 걷습니다.
오전 중 이곳 해룡면에서 순천청암대학 부근(12km)까지 걷고
보성조성면 조성리 ‘시골밥상’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며,
점심 후 보성조성면, 고흥대서면, 보성득량면의 월평(月坪)
노계(蘆溪) 마을까지 걷습니다(13km).
보성득량면 삼정리 기럭재에 있는 ‘기러기휴게소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보성읍옥평리 유스호스텔에서 제6구간 뒤풀이가 있다는 것을
함 대표는 아침을 먹는 식당 바닷가 큰 창문을 안내판삼아 출발지
경유지 등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도착지까지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오는데 택시가 한 대 들어왔습니다.
시간을 보니 7시 25분이었습니다.
감귤 한 상자를 무겁게 들고 내린 분이 함 대표님을 찾았습니다.
바로 한밤의 사진편지 독자이고 5반의 6구간 답사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강사원 (전, 전남도청 건설국장. 사진작가)님이었습니다.
그 분이 들고 내린 감귤 상자를 얼른 받아들었습니다.
김영신사무국장님, 주재남 5반장님, 허필수회장님
그리고 함 대표님이 반갑게 강사원 님을 맞이했습니다.
약속대로 내일 장흥까지 함께 걷기 위해 광주에서 새벽버스로
이곳 순천에 달려 오셨다고 합니다.
얼마나 한사모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침까지 들고 오셨다니 대단히 깔끔한 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발 10분전입니다.
4반장 이달희 님의 힘찬 구령에 맞추어 맨손체조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아침보다 구령이 힘차고 또렷했습니다.
참꼬막과 짱뚱어 탓으로 돌려 보았습니다.
출발 전 에코비치케슬에서 준비해 걸었던 한사모걷기 환영 현수막을 내려
전체 앞에 세우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강사원 님도 함께 했습니다.
물론, 촬영 전에 함 대표님이 전 회원에게 강사원 님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밤의 사진편지 독자로서 37년생이며,
30대에 여수시 도시계획 과장과 여천공단 조성 현장 소장을 역임하였고,
전남도청 건설국장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을 하였으며, 정년퇴임 후에는
글을 쓰는 문학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토목을 전공하였음에도 한밤의 사진편지 내용 중 틀린 맞춤법을
정정해 주는 등 한사모에 깊은 관심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과
마지막 날 장흥에 예약한 숙소가 취소되었을 때 신속하게
‘화순도곡 가족스파랜드’로 숙소를 마련해 주어
우리가 마지막 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신 고마운 분이라는 것입니다.
8시 15분, 출발입니다. 싸늘한듯하면서도 갯물냄새가 콧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상큼한 전형적인 남쪽 초가을아침입니다.
순천시 해룡면은 앞뜰이 넓은 갯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입니다.
지형이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용두면이라 하였으나
1914년 해촌면과 통합하면서 해룡면으로
불려오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다섯째 날의 파이팅을 한남관광 이여송 님이
고갯길 마루에 미리 나와 있다 양손을 흔들면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등 뒤에서 비추는 아침햇살이 걷는 우리의 그림자를 앞세우고 있었고
소리치는 이여송 님의 얼굴은 쏟아지는 햇빛에 웃는 웃음이 더 밝게 보였습니다.
멋진 다섯째 날 걷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산마루 앞 논에 펼쳐 널어둔 볏짚 위에 내린 하얀 서리가
아침 햇살에 은방울이 되어 반짝거립니다.
위로 들어선 신작로 벚나무는 잎 하나 남아있지 않은 알몸으로
앞뒤 나란히 서서 한 줄로 걷는 우리행진을 안내하는 듯
가로수가 되어 한 줄로 서있었습니다.
봄에 이 길을 걸으면 벚꽃과 함께 걷는 길이 되어 멋있는
걷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건너편 밭가에서 어린 염소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미를 잃은 듯 가쁘게 우는 울음소리가 애처로워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동산 양지바른 곳에 세워진 사당이 눈을 머물게 했고
역사학자인 윤종영고문님은 마침 문밖에 나온 아낙네에게
그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듯 했습니다.
노월마을을 지나 블루베리를 재배하며 그 묘목을 길러내는 흙담농원을 지나
오르는 길 좌우는 푸른 대밭이 이어져 있고 서쪽을 향하는 나의 그림자는
앞사람의 등 뒤를 바짝 쫓고 있었습니다.
앞이 트이는 좌측 공터에 등나무를 얹고 있는
아담한 쉼터가 있었습니다.
첫 번 째 쉬는 곳이 되었습니다.
유머학교장 허필수 회장님은 노래로 오늘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창조 님의 선창으로 ‘향수’가 불러졌고
어렵게 그 노래를 모두가 합창으로 완창 했습니다.
‘홀로아리랑’이 이어졌습니다.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는 대목은
마치 오늘 보성까지 걷는 우리를 두고 다짐하는 노래로 들려왔습니다.
역시 이어지는 허필수 교장님의 소화제는 처음 참가한
강사원 님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강사원 님은 우리의 유머학교 삼대원칙을 알고 있을까.
살짝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 유머하는 사람 : 절대 웃지 않는다.
* 듣는 사람 : 아는 것도 처음 듣는 것처럼 한다. - 끝나면 크게 웃어준다.
* 공통 : 내용과 유머를 하는 사람의 인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사모 회원님은 누구나 멋지고 맛나고 요절복통할
한 두가지의 유머는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함 대표님의 깊고 강한 유머가 걷는
4일 동안 선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회원님들은 기억하고 있습니까.
'앞 굴비와 뒷 굴비'를..., 그리고 'short time'과 'hand play'를...,
자다가도 박장대소할 일입니다.
모두가 다른 곳(?)이 아닌 손가락과 손톱으로 정성껏 호박씨를 까서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주는 맑고 밝은 유머학교 학생이 되어야겠습니다.
임진각까지는 아직도 5학기가 남아있습니다.
졸업하고서도 유머를 통한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어
외국을 걷는 꿈을 함께 이루어 봅시다.
걷다보니 농주리(弄珠里)에 왔습니다. 마을표지석이 우람합니다.
‘농주(弄珠)마을’ 이란 옆에 (파랑바구)란 글이 쓰여있습니다.
순천지역에서는 ‘돌’을 ‘바구’라합니다.
‘파랑바구’란 지석묘(支石墓:고인돌)를 말합니다.
고인돌이 있는 마을입니다.
용이(마을앞산이 龍山임 / 순천만갈대숲 전망대)
구슬(고인돌=여의주)을 희롱하는 형국이라 하여
농주리(弄珠里)라 했다고 합니다.
마을 밭에는 생강과 울금이 많았습니다.
전국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진도의 울금이
이곳에서도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카레의 주원료입니다. 노랗게 탈색되어지는 잎을 보고 담배인줄 알고
가깝게 가서보니 담배잎과 달라서 어렵게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울금'이라 하였습니다.
울금비누, 울금분말, 울금엑기스 등
많은 제품이 가공되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쉴 때 6구간의 선도인 황금철 님이
울금을 강황(薑黃)이라고도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제는 어렸을 때 보았던 농작물만을 재배하는 농촌이 아니었습니다.
베롱나무가 가로수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간지럼나무라하여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던 생각이 나
한번 나무둥지를 긁어보았습니다.
가지 끝이 흔들거린듯 했습니다.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후미를 맡아 걷는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1구간 2구간 때는 후미를, 3구간 4구간 때는 선도를 했고,
5구간 때는 3반원으로 중간을 걷다가 이번에 배낭에 태극기를 꽂고
후미를 걷는 맛이 색달랐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듯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위 풍경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아마 고향땅과 그 부근을 걷고 있는 자신이
더욱 멋지게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끔 찾아 와 차로 휙휙 지나쳤던 고향땅을 발로 밟고 걸으며
옛 시간 속 고향을 그려 볼 수 있음이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후미에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넉넉한 마음으로
걷는 기회가 너무 감사했기 때문입니다.
송정마을을 지나 걷자니 우측 길가에 갓을 쓴 활짝
웃는 할아버지 장승이 ‘천해관광농원’을 안내하면서 서있었습니다.
함께 웃어주었습니다.
‘순천용줄다리기마을’ 해창마을이 시작되었고
해창 뜰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해창마을 윗마을 ‘중흥마을’
정자에서 두 번 째 쉼을 가졌습니다.
‘순천용줄다리기’ 는 해창마을과 중흥마을 주민들이 해창 뜰에서 나는
볏짚으로 중흥마을이 암용, 해창마을이 숫용이되는 용줄을 만들어
정월대보름날 두 마을 두 용이 겨루는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으로 보존 전승 발전시키고 있는
지방문화행사였습니다.
허필수 학교장님의 유머학교 수업은 계속 되었고
박장대소는 바람을 타고 해창 뜰을 건너 중흥마을 암용이 되어
가을 하늘로 승천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마음을 비운 자유인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운 바보들의 행진이 해창 뜰 가운데로 가로 질러 갔습니다.
가을의 여백은 넓은 뜰 가장자리에 있지 않고 해창 뜰 한가운데에
넒고 길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일렬로 횡대로 서있는 벼멸구 해충기에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속된 풍진을
다 털어 넣고 가고 싶었습니다.
자만도 교만도 탐진치(貪瞋痴) 삼독(三毒)도 모두를 함께 쓸어 넣고
훨훨 걷고 싶었습니다. 몸이 가벼워진 듯 했습니다.
농로 길이 아마 우회도로인 듯 했습니다.
아는 차만이 다니는 자동차 도로였습니다.
좁은 농로로 차가 질주하니 우리는 농로 가장자리에 붙어
진입한 차가 지날 때 까지 조용히 서있어야 했습니다.
1968년 12월 1일에 준공된 동천교(東川橋)로 통하는 농로길이었습니다.
“차를 탈 수 있는데 걷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걸을 수 있는데 차를 타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걷기 꾼이 된 우리가 지나는 차를 향해
해 줄 수 있는 말이 언제인가 보았던 글에서 생각나 중얼거렸습니다.
혹시 내가 로맨스이고 또 불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를 즐겨 타는 사람에게는...,
순천(順天)은 정겨운 도시이고 생태도시입니다.
철쭉이 시화(市花)이고 감나무가 시목(市木)이며 흑두루미가 시조(市鳥)입니다.
사랑의 즐거움과 기쁨의 철쭉, 농촌의 풋풋한 정감이 깃든 순수한 인정을
나타내는 감나무, 고고한 기풍과 선비적 상징인 순천만의 진객 흑두루미를
順天市의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늘의 섭리와 순리를 따르고 순응하는 시민들이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순천에는 동천(東川), 옥천(玉川), 이사천(伊沙川)이
어우러져 흐르는 물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옥천을 안고 흘러온 동천다리를 건넜습니다.
이곳 동천다리 밑이 멸종위기에 있는
‘붉은말 말똥게 서식지’라는 안내와 경고문이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는 동천교 아래 설치된 수로관을 보았습니다.
강사원 님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사천 물이 40여km 떨어진 여천 공업단지로 가는
공업용수 수로관이라는 것입니다.
강사원 님이 30대 초반에 여천공단 조성 현장소장으로
근무할 때 시행한 토목시설공사였습니다.
이번 걷기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42년 만의 만남에
강사원님은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지나온 큰 흔적을 남긴 강사원 님과 함께
멋지게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순천만까지 이어진다는 산책로 양 옆에는 거무튀튀한 갈대와 하얀 억새가
누렇게 탈색된 대와 잎을 안고서 파란 하늘가에 마냥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군락을 이룬 그들 사이사이로 이름 모를 키 큰 노랑꽃이
초록잎을 앞세우고 함께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예뻤습니다.
그들을 옆에 두고 걷는 44명의 주황색 긴 행렬이 화려한 색깔로
갈대와 억새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지나치는 자전거행렬이 가을빛깔을 한층 더 빛나게 해주었습니다.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에 이사천이 합류하는
이사천 윗지점에 2008년 2월 2일에 준공된 길이 83m, 폭 3.1m인
‘이사천 보행자 전용다리’가 있었습니다.
난간에는 흑두루미가 조각되어 있는
예쁜 다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해창 뜰과 순천만과 ‘이사천 보행자 전용다리’
이곳이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노란부리저어새 등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철새들을 보호하는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었습니다.
“자연에서 이탈하는 것은 행복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자연훼손에 둔감해진 우리가 명심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이사천변에는 순천의 명물 순천만 갈대가 하얀 수염을 날리는 억새와 함께
줄을 이어 군락을 이루고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맑은 이사천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걷는 12km 지점인 순천하수종말처리장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여송 님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11시 40분 버스에 올랐습니다.
변함없는 이여송 님의 다섯째 날 격려문이 붙어있었습니다.
<5일 되는 날, 제6구간 우리는 승리하리라!>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삶을 즐기며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분이었습니다.
보성조성면 조성리에 있는 ‘시골밥상’을 향해 달렸습니다.
‘태백산맥문학관’이 있는 보성군벌교읍을 뛰어 넘었습니다.
소설 태백산맥 속의 제석산 현부자 염상진 하대치 김범우 염상구
소화와 이지숙 외서댁, 들몰댁 등 을 생각하며 잠간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전도 우리는 <솔찮이> 걸었습니다.
조성우체국 옆에 있는 ‘시골밥상’에 도착하니 박해평 님이 와 있었습니다.
고향길을 함께 걷기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한사모를 사랑하는 어려운 결정을 한 따뜻한 마음입니다.
반가웠습니다.
‘시골밥상’은 아름다운 식당이었습니다.
집 외모가 그랬고 집안 곳곳도 멋으로 가득 찬 식당이었습니다.
음식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집이었습니다.
야관문 술도 특이했습니다.
함 대표님이 야관문 술 세병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아마 오후 쉬게 되는 어느 장소에서 먹게 할 것 같았습니다.
어제도 에코비치케슬 도착 전 마지막 쉼터인 합동마을 느티나무정자 아래에서
점심을 먹은 달천마을회관에서 가져온 술과 삶은 낙지안주 등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입니다. 제6구간에서 하게 되는 새로운 멋입니다.
그네도 타고 가꾸어놓은 예쁜 가을꽃도 보면서 다섯째 날 오후를
‘시골밥상’ 앞마당에서 즐겼습니다. 1시 15분 출발입니다.
걷자 마자 고흥군 대서면에 들어섰습니다.
아주 한적한 길이었습니다.
대곡마을입구에서 쉬고 장전마을,고정마을, 신흥마을을 지나
장선포에 갈 때 까지 지나가는 차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걷기에 너무 좋은 길이었습니다. 해가 지는 쪽 멀리 아주 큰
표지석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장선마을 이었습니다.
그 표지석에서 득량만을 잇는 방조제가 아스라이 펼쳐졌습니다.
장선포는 보성조성면과 고흥대서면의 경계로 득량만의 주요 요충지였고
보성강이 중수문과 갑문을 통해 흘러드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지는 햇살이 넓은 장선포 갯벌을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장선마을 표지석 아래서 오늘밤 벌어지는 뒤풀이 장기자랑
반별 순서가 결정됐습니다.
3시 10분, 득량만방조제 둑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중수문을 거쳐 득량 뜰로 들어섰습니다.
해창 뜰보다 더 넓고 큰 뜰이었습니다. 경지조성이 잘된 평야였습니다.
한참을 걸었습니다. 게양대에 반쪽만 남은 태극기를 달고 있는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야광문 술을 한잔씩 돌렸습니다.
마른안주 한점이 그런대로 해지는 득량평야를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박해평 님을 통해 반쪽 태극기를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 하고
오봉산 큰 얼굴을 바라보면서 득량쪽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봉산의 큰 얼굴은 노인 과 어른 중 어느 얼굴로 오봉산 자락과 득량평야에
지금껏 그늘을 펼쳐주고 있었을까 괜히 알고 싶었습니다.
지는 해가 오봉산 자락에 걸릴 때 오봉산을 바라보는
노계마을과 월평마을 입구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섯째 날 걷기가 끝났습니다.
오후 13km를 모두 걸었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섯째 날의 걷기가 끝나는 순간 고향길을 밟고 걸었던
6구간의 나의 삶이 멋지게 보였고 맛이 나는 삶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과 맛이 있는 삶일 때 행복이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향기를 줄 수 있는 삶이 멋과 맛이 있는 삶이라는 것도
알게 된 오늘입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오늘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교리는 관심이고 관심은 삶의 향기와 사랑을 키우는 행복의
조건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사모의 삼대실천 사항이
‘관심과 배려와 사랑’인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삶은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는
법정(法頂)말이 깊게 생각되는 날이었습니다.
태극기를 접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기럭재에 있는 기러기식당으로
버스는 달렸습니다. 식당에 도착한 회원님들은 오늘 밤 장기자랑을 위해
연습에 열심이었습니다. 모두가 멋있고 향기롭고 행복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기러기식당’은 박해평 님의 누이동생부부(양 승.박해자 님)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한밤의 사진편지 가족 대한민국 U자 걷기]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기러기식당에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박해평 님을 좋아하시는 보성군수 정종해 님이었습니다.
일년내내 햅쌀맛이 나는 <녹차미인 보성쌀 : 4kg>을 선물하고
우리의 걷기완주를 빌어주는 건배제의를 해 주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6시 35분, 보성 유스호스텔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8시 15분, 3층 대강당에서 6구간 뒤풀이 반별
장기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심사위원장은 오늘 참가하신 강사원 님이, 심사위원에는
윤종영, 이흥주 두분 고문님과 최영자 님, 정인자 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강사원 심사위원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은
심사기준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장선마을 쉼터에서 결정된 순서에 따라
6반의 <6반 행진곡>이 시작되었습니다.
6반: 6반 행진곡[클릭:동영상]
2반의 <꿈을 ?는 꾸러기들의 여행>이 뒤를 이었고
2반: 꿈을쫓는 꾸러기들의 여행[클릭:동영상]
3반의 <희망가>가 회원들의 박수와 웃음 속에 이어졌습니다.
3반: 희망가[클릭:동영상]
1반의 <한사모연가 - 핑크레이디>가 부러운 눈웃음 속에 펼쳐졌고
1반: 한사모 연가 /핑크레이디[클릭:동영상]
4반의 <언니는 좋겠네> 가 폭소 속에 모두가 허리를 잡아야 했습니다.
4반: 언니는 좋겠네[클릭:동영상]
5반의 <U자걷기의 의미 - 술에빠진 파리>가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5반: U자걷기의 의미[클릭:동영상]
심사결과는 특별 초대한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
공연이 끝난 후 발표 될 것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할미꽃 하모니카 앙상블’ 초대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연주를 하기 전, 이번 6구간 걷기 기간과 11월 중 생일인
회원을 위한 생일축하노래를 먼저 연주해 주었습니다.
홍종남 님, 장정자 님, 함수곤대표님, 이달희 님, 박찬도 님, 김운자 님,
이창조 님, 최영자 님, 박현자 님과 저를 포함한 10명의 회원님이었습니다.
이어 오빠생각. 들장미. 홀로아리랑. 도라지. 아리랑. 섬마을 선생님.
그리고 고향의 봄을 연주 했습니다. 1년 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멋있고 훌륭한 연주 솜씨에 감동의 함성이 메아리쳤습니다.
할미꽃앙상블 : 홀로아리랑[클릭:동영상]
할미꽃앙상블 : 아리랑[클릭:동영상]
한사모회원님들의 끼는 기지와 재치만이 아닌 지혜가 감추어진
열정과 정열 그 자체였습니다. 넉넉한 마음가짐이 밑바탕이 된 관심과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따뜻한 마음들이 없었다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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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원 심사위원장님이 반별장기자랑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최우수팀(10만원)에 2반 : 꿈을 ?는 꾸러기들의 여행.
우수팀(5만원)에 4반 : 언니는 좋겠네. 였습니다.
큰 박수와 환호로 2반과 4반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밤 장기자랑에 로얄살루트 위스키를 내어 주신
허필수 회장님과 배 1상자, 단감 2상자를 제공해주신 박해평 운영위원 님,
그리고 제주도 일주 걷기 때 부터 한 번도 잊지 않으시고
배, 사과, 감귤, 포도, 단감 등 여덟상자의 과일을 보내주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님께
회원님과 함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날밤 심시위원장님으로 수고해주신 강사원 님은
보성쌀 (1kg 50포)를 마련해주셨고 후배 정성내 보성군 건설과장을
통해 보성 녹차음료 4상자를 제공해주셨으며,
박해평 위원님 친우인 깁정중 조성초등학교 교장님도
보성 녹차 음료 2상자를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도착 소식을 듣고 박해평위원님 친우인
보성군,양동용 교육장님도 인사차 유스호스텔에 들렀습니다.
모두가 우리를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반별장기자랑의 자리를 마련하고 먹을 것을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뛰며 수고하신 김영신사무국장님과 3반
여학생 회원님에게 고마운 말씀을 전합니다.
허필수 회장님의 선창으로 모두가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만남’을 합창하면서 다섯째 날 걷기와 뒤풀이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행복해서 걸었던 6구간이 아니었는데,
걷다 보니까 행복했던 6구간이었습니다.”
기뻐하며 감사했습니다.
함께 걸으며 행복을 나누어 주신 회원님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을 제공해 주신 이창조 홍보위원장님과
김소영 홍보위원님, 이영균운영위원장님, 함수곤대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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