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이 추석이어서 2주만의 산행이다.
24도 내외의 쾌적한 기온에다 선선한 바람도 불
어와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지만 결석이 많다.
특히 내 옆자리를 늘 지키며 손발이 되어주던
산소같은 친구 꼴찌가 없으니 더 허전하다.
지금쯤 시간으로 보아 지구의 반대편 뉴욕에서
단잠에 빠져 있겠지.
송악산 기슭 산이수동 주차장에 7명이 모였다.
바다가 유난히 푸르다.
오늘은 5년만에 찾았기에 전에 가보지 않았던
동알과 섯알의 두 개의 알오름을 먼저 답사하기로
했다.
앞장이 불참한다고 해서 엊저녁에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 대강 보아둔 길을 찾아 나섰다.
동알오름은 송악산 북쪽으로 난 대로변에서
올레길 10코스를 따라 가면 된다. 비고가 30m라
5분도 안 걸려 정상에 닿았다. 비고는 낮으나 굼부
리는 꽤 크다. 부근에 일본군이 만든 고사포 진지
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참 곱게도 보인
다.
동알오름을 내려 밭 두어 개를 건너자 섯알오름
이다.
섯알오름은 오름이랄 것도 없는 낮은 언덕이나
서쪽 굼부리에 우리 민족의 씻을 수 없는 깊은 상
처가 있는 곳이다.
섯알오름 학살터.
6.25 직전 예비검속으로 붙잡혀온 10대 후반에
서 20대 초반의 청년 260 여명이 학살되어 묻힌
곳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추모비과 추모각을 세워 그
억울함을 위로하고 있지만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
의 넋과 유가족들의 한을 어찌 씻을 수 있을 것인
가.
다음은 송악산 산책로를 찾았다.
전에는 동쪽 단애길을 이용했었는데 이제는 송악
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산책로를 만들었다.
산책로 입구에 그늘이 좋은 평상과 운동기구가
있어서 여학생들은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서쪽 산책로는 송림이 울창한 숲길로 걷기에 아
주 좋은 길이다.
바다가 보이는곳에 오자 길은 테크로 만들었다.
푸른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 환상적이다.
송악산 등반로는 전에 우리가 올랐던 곳에서
조금 북쪽으로 나 있다. 계단은 만들지 않고 친
환경 매트를 깔았다.
정상 부근에는 사람들의 발길에 많이 훼손되어
있다. 이 오름도 곧 출입이 통제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우리가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떼의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정상은
이내 북새통이 되었다.
우리는 정식 등반로가 아닌 서쪽 능선을 따라
도망치듯 굴러 내려왔다.
여학생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시간은 벌써 점심 시간을 넘어 한 시 반을 가르
키고 있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점심 밥 맛이 최고다.
막걸리 한 잔씩 따르고 "희수까지 굿짝!"을 기원
한다.
점심 후에는 은하수의 웃음 강의와 노래 부르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송악산도 2년에 한 번 쯤은 꼭 찾아야겠다.
2013.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