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느 곳을 둘러봐도 한국처럼 비트코인에 미쳐있는 나라가 없다. 가상화폐의 실리콘밸리로 인식되는 스위스 주크 지역에서도 한국과 같은 투기 광풍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거래소에서는 코인경제의 본질이 사라지고 맹목적으로 돈을 쫓는 투기 광풍이 불고 있어 우려스럽다.“
표철민(33) 체인파트너스는 대표는 현 비트코인 투자 행태에 우려를 표하고, 앞으로 코인경제의 본질을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생존의 기술'이란 책의 저자인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해하는 전문가로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블록체인비즈니스연구회 회장과 이달 초 설립한 체인파트너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과거 연세대 재학 중 위자드웍스를 설립했고, 벤처기업협회 이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시민사법위원, 루비콘게임즈 대표, 다드림커뮤니케이션 대표, 한국블로그산업협회 부회장, 액센츄어 서울지점 마케터, 중소기업청 정책자문위원, 채널IT '생방송 스마트쇼' 진행자를 역임한 화려한 경력도 지녔다.
그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돈을 넣기 전에 코인경제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시점에도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들이 과연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후, 국내에서 진행 중인 비트코인 투자는 단순한 투기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표 대표는 "가상화폐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스위스 주크 지역을 방문했는데, 대부분의 언론 보도와 달리 실제로 비트코인을 받고 상품을 거래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며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한 일본 내 유통 매장에서도 국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시도하면 원활하게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언론들도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데, 한국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많이 접했다며 우리나라 가로수길에 위치한 몇몇 카페가 비트코인을 받는 것을 보면, 오히려 한국이 비트코인 거래 만큼은 외국보다 더 앞서가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인경제의 핵심이 되는 ICO는 독창적인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을 구상한 벤처기업이 해당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화폐 형태의 코인을 발급하는 것을 말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코인을 발급해 비트코인과 교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해당 기업은 비트코인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해당 서비스가 성공하면 기업이 발행한 코인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 비트코인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무형의 숫자 코드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한 기업이 새로 선보인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가 성공하면, 동시에 이 회사가 발행한 코인의 가치도 상승한다. 더 나아가 이 코인의 가치를 담보했던 비트코인의 가치가 함께 올라가는 연결 사슬이 형성된다.
반면, 한국에서 불고 있는 비트코인 광풍은 시작부터가 다르다.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참신한 서비스 모델도 없다. 한 예로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순위 800위 안에 한국 기업이 발행한 가상화폐는 단 하나도 없다. 투기판으로 변질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단면이다.
표 대표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프로젝트를 봐야 한다며 현 상황을 과열이라고 보거나, 혹은 그 반대로 보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가상화폐에 대해 투자하는 사람 중이 이러한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ICO로 코인을 발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인기에 편승해 아무 이유 없이 코인만 발행하는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며 체인파트너스가 구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벤처에 도전하는 젊은 인재의 옥석을 가려 이들이 더 원활하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ICO를 돕는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적용하려는 정부 움직임은 풍선효과만 유발해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봤다.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규제는 코인경제의 본질과 맞지 않아 논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표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적용해서 정부가 통제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한국 정부가 발행한 화폐가 아니면서 동시에서 전세계에서 거래되고 있어, 국내 규제가 강화되면 해외로 다 유출돼 오히려 국부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의 가치가 10만달러(1억1282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해외 전문가들의 견해에는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투기 현상 영향으로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예측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어, 이와 연관된 가상화폐 시장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를 탄상시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너무 큰 환상에 빠져 있다고 충고했다. 현시점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표 대표는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을 대체할 신기술인 것처럼 말하지만,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며 인터넷으로 제공됐던 비즈니스 중 사업 주체가 불명확해 저항이 적은 영역부터 블록체인 기술이 서서히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