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여행 중 오늘이 최고의 날씨다
햇살이 맑고 따뜻하다
하늘까지 예뻐 여행기분이 더 UP 된다
아이들을 불러
루프탑에서 아침햇살을 즐긴다
첫날 마트에서 사온 식재료를 총 동원해 아침을 준비한다
누룽지도 끓이고
소시지도 굽고
김 자반에
과일까지 준비하니 완벽하다
나는 머리 고대하느라 아침 차릴 시간이 없어요
마치 분업이라도 하듯
아침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누가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한다
커피 내려 마시면서 오늘 일정을 브리핑하고 이제 숙소를 나선다
아마도 주인은 우리가 집을 나서는 것을 다 봤을 터이니
곧 새 식구 맞을 청소를 시작하겠지
모든 조리기구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왔으니
진상고객이 될 염려는 없을것이다
조용히 쉬다간 육지손님으로 기억되리라
잘 쉬다 갑니다
참 예쁘고, 깨끗해서 편하게 머물 수 있었어요
slowly jeju 고마워요
어제부터 짠딸이 씩씩하게 운전을 한다
큰 딸이 옆에 앉아 열심히 네비게이션 봐 주면서 운전을 즐긴다
짠딸한테 운전대를 넘긴 이유는
뒷자석에 앉은 짠딸이 자꾸만 멀미를 해서다
나도 어느 구간 멀미가 나
잠깐 운전대를 잡았다
제주에서의 운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디어 나도 제주에서 운전했다~~~
운전경력이 몇년인데 이렇게 좋아하는지 원~~~
우리 부부는 뒷자석에 앉아 그저 편안하게 여행한다
남편은 이제 보호자에서 보호 받아야할 대상이 된 것 같아
좀 서운한 눈치다
난 애들한테 보호받기 시작한 게 언제부턴지...
오히려 좋더구만 남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른가보다
오늘은 동선이 꽤 길다
먼저 까밀리아 힐로 향합니다
까밀리아 힐 입구에 있는 화장실 그림
"어헝, 화장실 너무 급해요"
하길래
짠딸이 화장실 급하다는 줄 알았더니
저 표지판을 보고 한 말이었다
급해도 너무 급해보이는 남녀
이런 표지는 처음인데 너무 실감나는 표현이다
잘 지내?
이 한마디는 묘한 위안이 된다
예상은 했지만
동백꽃은 많이 볼 수 없었다
제주의 동백은 그야말로 겨울에 가야 볼 수 있는 게다
육지는 춘백에 가까운데
제주는 완전한 동백이다
동백꽃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꽃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산책길 한바퀴 걷는 시간이 좋았다
오늘 날씨가 3일중 최고다
맑고 바람없고 햇살 따사롭고
동백은 나무 위에서도 예쁘지만
뚝뚝 떨어진 모습이 더 예쁘다
사진에서 마스크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 때가
언제일까
사진 찍기 위해 손에 들고, 주머니에 쑤셔넣고 하는 행위들을
언제나 멈출 수 있을까
숨은 그림 찾기
이 사진 속의 인물을 발견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시력 센스는 1등급입니다
마지막 출구 쪽에 이렇게 큰 천으로 감싸놓은 나무들이 있다
마치 랩핑화가 크리스토가 와서 작업한 게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그만큼 느낌이 살아있다
크리스토는 퐁네프다리, 마이애미 섬, 베른의 미술관 등
많은 유적이나 건축물 등을 천으로 감싸는 설치미술가 혹은 환경조각가다
까밀리아힐 한바퀴 돌고 이제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로 옮겨간다
뮤지엄 이름에 탑동시네마라고 붙인 이유는
아라리오 대표인 김창일님의 건축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이 담겨있다
용도를 다해 버려진 건물을 사들여
그 건물의 내부를 최대한 살려 미술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제주에만
탑동시네마, 동문모텔1,2 이렇게 3군데가 있다
탑동의 영화관이 인근에 생긴 멀티플렉스로 문을 닫게 되자
미술로 생명을 불어넣고 살려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서울의 아라리오 In Space 도
건축가 김수근님의 '공간' 사옥을 사들여
건물 내부의 형태까지 살려 미술관으로 꾸민 곳이다
작품 수가 많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눈이 호강했던 기억이 있어
제주에 3개의 미술관을 개관했단 소식이 반가웠다
" 난 미술에 빠진 몽상가... 작품수집, 사업 작가로 아트처럼 살고 있죠"
라는 인터뷰기사처럼 아트처럼 살고 있는 그가 부럽다
실제 씨킴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세계 100대 컬렉터 안에 들어있는 인물이다
그 많은 작품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술관을 계속 개관하고 있으니
고맙다
5층 창가엔 이런 뷰가 작품처럼 펼쳐진다
이 작품의 제목이 '우연한 만남' 이었는데
세 사람 곁의 우리 두 사람도
자연스레 작품인듯 스며있다
작품인듯 작품아닌 작품같은 두 사람
코헤이나와의 작품인' 픽셀담비'는
언뜻 보며 화려한 장식의 예쁜 담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격이고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크리스털로 뒤덮힌 사슴은 언뜻 보면
아 예쁘다 화려하다 하며 눈길이 간다
그런데
확대경처럼 보이는 둥근 크리스털 안으로 보이는
사슴의 털과 가죽
그렇다
박제된 사슴에 화려한 크리스털을 입혀
전혀 다른 미술품으로 탄생했다
수많은 디지털 픽셀로 만들어져 있는 듯한,
원래 크리스털로 제작한 듯 보인다
서울의 아라리오 In Speace 에서도
이 픽셀담비 작품을 많이 봤는데
김창일대표는 이 작품을 몇점이나 보유한 걸까
오이피클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
우리 인간도 모두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순례길이란 이 작품
눈길이 자꾸만 간다
의미를 잘 표현한 것 같고
그 의도를 내가 잘 읽어낸 것 같다
얼굴 한번 보려고 뺑뺑 돌았는데
결국 이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표정을 알 수 없는 남자
키스하링의 작품이나
엔디워홀의 작품들을 늘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얼마나 될까
특히 워홀의 작품은 갤러리라면 한두작품 쯤 있어야
구색이 맞는다는 느낌은 나만 그런가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제목이 주는 의미에 고개를 끄덕였다
커다란 가방까지 옆에 내려놓고 잠시 쉬고 있는 이 사람
남의 전시장에서 너무나 편안한 차림과 자세로 앉아있다
거기에 잡지까지 펼쳐보는 여유를 부린다
잠시 쉬어가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듀에인 핸슨 작가의 '벼룩시장 상인' 이다
전형적이고 평범한 인물들의 조각을 주로 제작한 작가로
벼룩시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일상적인 인물을 표현했다고 한다
소가죽 한장으로 표현한
공자와 붓다
다리 꼬리 까지 완벽한 동물 한마리의 가죽이
작품으로 탄생했다
화가 고흐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한참을 들여다봤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질 때까지
백남준님 작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김창일님 아닐까
절대 작품을 되팔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기위해 갤러리를
늘려가는 중이라는 그의 철학이 멋지다
갤러리 하면 떠오느는 깔끔한 인테리어를 생각하면 안된다
공간 사옥도 그랬지만
이 곳 시네마 건물도 본래 건물의 틀을 많이 깨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
그래서 이런 벽면도 작품이 아닐까 하고 다시 보게 된다
각종 관이 흐르는 자투리 공간에 서 있는 이 작품
우린 맘대로 '도비'라고 부른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도비와 모습이 너무 흡사하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일하는 도비가 왠지 이런곳에서 지낼 것 같기도 하고
이 뮤지엄을 관람하면서
많은 작품수에 놀랐다
다만 작품의 제목을 이렇게 방 앞에서만 안내하니
작품과 제목을 연결해서 보려면
기호나 지도를 찾듯 해야한다는 게 좀 불편했다
제목을 생각하지 말고 작품을 먼저 보고 느끼라는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좀 불친절해 보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렌트카 반납하는 걸로
제주에서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한다
이 날씨 뭐지?
좀전까지 그렇게 맑고 포근하더니
딸은 김포공항으로
우린 청주공항으로
짠딸이 창가에서 비행기 이륙장면을 하이퍼랩스 기능으로 찍었는데 근사하다
청주공항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
눈이 엄청 내려 검정차가 흰차로 변신해있었다
그리고 얼어붙기까지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불과 1시간 전까지 봄봄 하고 왔는데
한겨울로 돌아온 듯한 이 비현실적인 현상
여행이 이런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