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책을 쓴다면?
편집자는 남의 책을 만드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 쏟는다. 그런데 진작 자신의 책을 쓰고 편집하는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교사도 그렇다. 남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 쏟는데 진작 자신의 자녀를 챙기는 일에는 시간을 충분히 쏟지 못한다.
책 표지 겉면에 보면 대부분 저자의 이름이나 역자의 이름, 엮는 이, 그린이의 이름을 표기되지 편집자의 이름은 없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에 가야 펴낸이, 펴낸 곳, 출판사 정보와 함께 아주 작게 편집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그냥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읽은 책이 몇 쇄 인쇄되어 있는지 정도 살필 뿐이다. 사실 편집자가 하는 일이 어마어마한데 그 공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게 소개되어 있다.
나도 기획 출판을 해 보니 편집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되었다. 아니 책의 절반 이상은 편집자가 쓴 거나 다름없다.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방향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빼야 될 글, 추가해야 될 내용도 알려준다. 교정 교열뿐만 아니라 심지어 책 제목까지 안내해 준다. 그야말로 편집자가 공저자인 셈이다.
올해 출판사를 끼지 않고 자가 출판을 해 보았다. 기획 출판과 비교해 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편집자의 도움을 받고 안 받고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편집자의 손길이 닿으면 탄탄한 책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실한 책이 된다. 왜 책을 출판사를 통해 내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느꼈다.
편집자가 책을 쓴다면 어떨까? 편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편집의 영역에서 독자들이 알지 못하는 편집자만의 고민을 들려준다. 편집자는 독서하는 방법도 다르다. 직업 정신이 발휘된다. 오자, 탈자는 없는지 비문은 없는지 매와 같은 눈으로 살펴본다.
이제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갈 때 편집자의 노고를 기억하며 책을 쓴 저자와 동일한 선상에서 찬사와 존경을 아끼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