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이야기를 들려주는 立春大吉, 입춘가리봉 展
가리봉동 중국동포거리 영상을 배경으로 한 김선민 작가는 구로구에서 20년 생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단편영화, 장편영화 조감독으로 활동, 2015년 서울역사박물관 주최 '가리봉오거리전'에서 3개월간 기획작가로도 참여했다.
지난 2월 27일~29일 가리봉동 지하 공간에서 ‘입춘가리봉 展’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김선민 작가는 “공간, 사람, 노동”이라는 세 가지 주제어를 바탕으로 가리봉을 둘러싼 공간과 낡은 골목의 여러 주인들, 삶 속에 얹어진 형형색색의 노동들, 구로에서 태어난 젊은 작가들, 구로에서 활동하는 튼튼한 작가들, 구로를 애정하는 구로 밖 작가들이 작년 9월부터 쑥덕쑥덕 작당모의한 생산물로 가리봉, 그 언덕에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고 전시회 개최 배경을 소개한다.
전시회가 열린 가리봉동 115-55 굳모닝부동산 지하 공간은 한때 미싱공장이 들어서 미싱공들의 노동의 장소였고, 린나이 보일러난방기기 서비스센터 장소로 , 그리고 중국동포들이 들어오면서 물류창고로 한 동안 쓰이다가 빈 공간 상태로 있었다. 버려진 공간 같았지만 작가들에 의해 멋진 전시공간이 된 것이다.
참여작가는 강명자, 김선민, 김창훈, 김윤희, 김해담, 권영자, 신경원, 이영순, 이윤미, 전민현, 전은영.
■ 무엇이 전시되었을까?
입구에 들어서자마저 낡은 안전화에 꽃을 꽂아 둔 퍼포먼스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윤미, 하루」라는 작품으로 단지 하루를 정착하기 위해 중고 안전화를 고르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한 송이 귀한 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지하계단을 내려가자마자 형형색색의 옷들이 걸려있는 옷걸이를 볼 수 있다. 「권영자 외, 쇼미더봉제」 봉제기법을 디자인한 의상으로 섬유산업을 재생한 퍼포먼스 작품이다. 유명 브랜드 라벨들을 전부 다 붙힌 옷은 인상적이다. 가리봉에서 만들어진 다같은 옷인데 어떤 브랜드를 붙이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아주 오래된 미싱기계는 17세부터 40년동안 미싱사로 살아온 봉임언니의 인생이 깃들어 있다. 4녀 2남의 장녀이고, 남매의 엄마이기도 한 봉임언니는 이 미싱기계를 돌려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매를 키워낸 시간의 풍경이 베여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가리봉동을 거쳐간 노동자들, 입춘가리봉은 이들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봄이 오길 기원한다. 27일 전시회 첫날 진눈깨비 눈이 내렸다. 가리봉동엔 아직 봄이 오지않은 걸까?
입춘가리봉전에는 봄이 오길 고대한 노동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여져 있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공장 사장이 짐을 싸가지고 해외로 도망쳐 밀린임금을 받지 못한 체 수년동안 텅빈 공장에서 주숙하며 투쟁하는 일곱명의 여공들도 있다.
■ 이철구 씨의 이주노동 이야기
작품 「입춘가리봉」과 김윤희 작가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들이 중국동포 이철구씨의 이주의 삶을 듣고 만든 작품들이 아주 인상깊다.
「김윤희, 김선민, 입춘가리봉」 作은 “봄을 기다리는 가리봉에는 중국동포 이철구씨의 통일에 대한 희망과 우리의 행복에 대한 희망이 함께 한다. 두 그루의 나무는 남과 북, 중국과 한국, 역사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공존하는 세계를 담았다. 66개의 큰 단추는 한국전쟁 발발 66년을, 108개의 작은 단추는 두 세계속에서 삶을 엮어가는 이철구 씨와 우리의 번뇌이다”고 작품설명을 달았다.
동포세계신문사에서 한국국적을 회복한 중국동포 이철구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들
작품 「전은영, 김선민, 19382016 이철구 노동여지도」
「전은영, 김선민, 19382016 이철구 노동여지도」 作은 “중국동포 이철구씨의 이주 경로를 전은영 작가의 손자수로 담았다. 지도에 수놓아진 그림들은 이철구씨의 인생과 노동이 상징적으로 담겨있다.
영상으로 펼쳐지는 가리봉동 중국동포 거리, 컵술, 양꼬치 등과 디지털단지 빌딩에 둘러쌓여 있는 가리봉동은 여전히 이주 노동자들의 인력시장 공간이 있고, 쪽방과 낡은 건물과 그 흔적들이 있다.
김선민 작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다"면서 "가리봉의 현장성을 보고 울고 가신 분들도 계셨다"고 말한다.
취재=김용필 본지 편집국장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50호 2016년 3월 25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50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