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走馬燈)
달리는 말이 나오는 등이라는 뜻으로, 돌아가는 대로 그림이 따라 돌아 보이는 등으로 사물이 덧없이 빨리 변함의 비유이다.
走 : 달릴 주(走/0)
馬 : 말 마(馬/0)
燈 : 등 등(火/12)
불을 켜서 어둠을 밝히거나 신호를 보내는 기구가 등(燈)이다. 요즘이야 집집마다 전기가 보급돼 등을 구경하기도 어렵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등하불명(燈下不明)이나 독서를 하기 좋은 계절에 등을 더 가까이 한다는 등화가친(燈火可親) 등의 성어로 남아 있다.
등불과 전깃불의 차이를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표현했다. 등불을 방의 어둠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까지 밝혀 준다고 하며 그 근거로 등불은 시를 낳았고 전깃불은 단지 전기세만을 남겼다고 했다.
달리는 말(走馬)이 나오는 등(燈)은 안팎 두 겹으로 된 틀의 안쪽에 말과 같은 갖가지 그림을 붙여 놓고 그 틀을 돌려 안에 켜 놓은 등불 때문에 종이나 천을 바른 바깥에 비치게 만든 등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이 주마등은 말이 달려가듯 사물이 덧없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됐다. 그래서 실물은 보기 힘들어도 세월이 주마등처럼 훌쩍 흘러 지나갔다고 자주 표현한다.
중국인은 등 달기를 즐기는 민족으로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정월 대보름날에 각양각색의 등을 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등 위에 둥근 원반을 올려놓고 원반의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여러 장 붙인다. 활동사진의 필름처럼 연속 동작이 되게 하고선 밑에서 등불을 밝히면 따뜻해진 공기로 인하여 원반이 돌게 되고 연속된 말의 그림이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계절에 따른 사물이나 행사, 풍속 등을 기록한 책을 가리키는 세시기(歲時記)는 우리나라서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등 숱하다.
중국에선 이미 7세기 초에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가 나왔고, 청(淸)나라 시기 북경 지역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정리한 연경세시기(燕京歲時記)가 있다. 부찰돈숭(富察敦崇)이란 사람이 정리한 이 책에 주마등의 풍습이 실려 전한다.
走馬燈者 剪紙爲輪 以燭噓之 則車馳馬驟 團團不休. 燭滅則頓止矣.
주마등자 전지위륜 이촉허지 즉거치마취 단단불휴 촉멸즉돈지의.
주마등은 종이를 잘라 바퀴를 만들고 촛불로 바람을 보내면 수레가 돌고 말이 모여 계속 둥글게 돈다. 촛불이 꺼지면 도는 것을 그친다.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하며 지난 추억을 옛 친구들끼리 모여 주마등처럼 떠올리는 일은 잦다. 유수같이 흐른 지난 세월을 문득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기다려 주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니 지난 화려한 시절을 그리기만 하지 말고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
▶️ 走(달릴 주)는 ❶회의문자로 赱(주)와 동자(同字)이다. 夭(요)는 사람을 나타내는 大(대)를 변형(變形)한 모양으로 사람이 뛸 때의 모습이고, 止(지)는 발자국의 모양으로 나아가는 일을, 走(주)는 사람이 뛰어가는 모습이다. 부수(部首)로서는 그 글자가 달리다의 뜻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走자는 ‘달리다’나 ‘달아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走자는 土(흙 토)자와 止(발 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하지만 走자의 갑골문을 보면 양팔을 휘두르며 달리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후 금문에서는 발아래에 止자가 더해지면서 ‘달리다’라는 뜻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의 走자는 달리는 모습과 止자가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走자는 이렇게 달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달리다’나 ‘뛰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금문에서는 ‘세차게 달리다’라는 뜻을 위해 3개의 止자를 넣은 글자도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급히 가다’라는 뜻의 奔(달릴 분)자이다. 그래서 走(주)는 달음질로 취재(取才)의 한 가지 깊이 8치 7푼, 직경(直徑) 4치 7푼의 8되 들이 구리 병의 아래에 물이 빠지는 직경(直徑) 2푼 되는 구멍의 귀가 있는 데, 윗 구멍은 병 아가리로부터 6치 7푼되는 곳에 있고 아랫 구멍은 그 아래 1치 3푼 거리에 있음 담은 물이 다빠지는 동안에 270보를 달리면 1주(走), 260보 달리면 2주, 250보를 달리면 3주라 함의 뜻으로 ①달리다 ②달아나다 ③걷다 ④가다 ⑤떠나가다 ⑥나아가다 ⑦길짐승 ⑧종, 노비(奴婢), 하인(下人) ⑨심부름꾼 ⑩종종걸음 ⑪저, 자신(自身)의 겸칭(謙稱) ⑫달리기의 등급(等級)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자동차 따위의 주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탈것이 달려감을 주행(走行), 달리는 사람이나 선수를 주자(走者), 중도에서 꺾이지 않고 목적지까지 다 달림을 주파(走破),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감을 주루(走漏), 말이 몹시 달려서 생기는 병을 주상(走傷), 달리는 경기의 총칭을 주기(走技), 빨리 그리고 매우 빠르게 오랫동안 달리는 힘 달릴 수 있는 힘을 주력(走力), 도망쳐 달아나는 길 도로를 주로(走路), 말을 타고 달림 또는 닫는 말을 주마(走馬), 남의 심부름이나 하고 여기저기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주졸(走卒), 글이나 글씨를 흘려서 매우 빨리 씀을 주필(走筆), 빨리 달림을 질주(疾走), 피하거나 쫓겨서 달아남을 도주(逃走), 이리저리 바쁨을 비유하는 말을 분주(奔走), 도망쳐 달아남을 둔주(遁走), 싸움에 져 도망침을 패주(敗走), 싸움에 져서 흩어져 달아남을 궤주(潰走), 이어 달리기를 계주(繼走), 뒤로 물러나서 달아남을 각주(却走), 힘껏 달림을 역주(力走), 마지막까지 다 달림을 완주(完走), 있던 곳을 떠나서 달아남을 출주(出走), 단독으로 달림을 독주(獨走), 통쾌하도록 썩 빨리 뜀을 쾌주(快走), 정해진 통로 밖의 길로 달리는 일을 미주(迷走), 등산 용어로 산등성이를 따라 걸어 많은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등산 형식을 종주(縱走), 올바른 일을 버리고 바르지 못한 길로 감을 횡주(橫走), 미끄러져 내달음을 활주(滑走), 패배하여 달아남을 배주(北走), 알몸을 드러낸 채로 달린다는 뜻으로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육주(肉走),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바빠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대강 보고 지나감을 주마간산(走馬看山), 말을 타고 달리면서 비단을 스쳐 본다는 뜻으로 세밀하지 않게 대강대강 빨리 봄을 이르는 말을 주마간금(走馬看錦), 닫는 데 발 내민다는 뜻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해를 입힘을 이르는 말을 주전출족(走前出足), 문을 잠그고 몰래 도망함을 쇄문도주(鎻門逃走),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님을 동분서주(東奔西走), 한밤중에 몰래 도망함을 야반도주(夜半逃走) 등에 쓰인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燈(등 등)은 ❶형성문자로 灯(등)은 통자(通字), 灯(등)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불화(火=灬;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登(등)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登(등)은 위에 올라가다, 위에 얹는 일이다. 여기서는 고기 따위를 소복이 담아 신에게 바치는 도구(道具)인 豆(두) 대신 썼다. 그 도구(道具)가 금속제인 것을 鐙(등) 또는 錠(정)이라 하였다. 나중에 불을 켜는 촛대의 모양이 이것과 닮았기 때문에 鐙(등)을 촛대의 뜻으로도 썼다. 촛대는 불을 켜는 것이기 때문에 燈(등)이라고 쓰는 속체(俗體)가 생겼다. ❷회의문자로 燈자는 ‘등’이나 ‘등잔’, ‘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燈자는 火(불 화)자와 登(오를 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登자는 제사음식을 들고 제단에 오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오르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登자에 火자가 결합한 燈자는 높은 곳에 올려져 주변을 밝히던 ‘등’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燈(등)은 불을 켜서 어두운 곳을 밝히는 기구의 뜻으로 ①등(燈) ②등잔(燈盞) ③초(불빛을 내는 데 쓰는 물건의 하나) ④촛불 ⑤불법(佛法)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기름을 담아 등불을 켜는 그릇을 등잔(燈盞), 등잔걸이로 등잔을 걸어 놓는 기구를 등가(燈架), 등불 앞이나 등불 가까운 곳을 등전(燈前), 등불의 아래나 등잔 밑을 등하(燈下), 불심지 끝이 타서 맺힌 불꽃을 등화(燈花), 등불의 빛을 등광(燈光), 불의 심지를 등주(燈住), 등불의 그림자를 등영(燈影), 등불과 촛불을 등촉(燈燭), 등롱을 파는 시장을 등시(燈市), 넓은 지역에 등불이 총총하게 많이 켜 있는 광경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등해(燈海), 인재를 뽑아 씀을 등탁(燈擢), 마음의 등불을 심등(心燈), 등에 불을 켬을 점등(點燈), 등불을 끔을 소등(消燈), 전구에 전력을 공급하여 광원으로 한 것을 전등(電燈), 손에 들고 다니는 네모진 등을 각등(角燈), 어두운 곳에 외따로 있는 등불을 고등(孤燈), 처마에 다는 등을 헌등(軒燈), 수많은 등불을 만등(萬燈), 자동차 따위의 뒤에 붙은 등을 미등(尾燈), 글을 읽으려고 켜 놓은 등불을 서등(書燈), 심지를 돋워 불을 밝게 함을 도등(挑燈), 등불을 끔을 멸등(滅燈), 이마의 앞에 달고 다니며 일하는 때에 쓰는 조그만 전등을 액등(額燈), 등을 높이 닮 또는 그 등을 현등(懸燈), 등불 빛이 밖으로 비치지 않도록 가림을 차등(遮燈),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므로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등화가친(燈火可親), 등잔 밑이 어둡다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것이 도리어 알아내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등하불명(燈下不明), 바람 앞의 등불이란 뜻으로 사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매우 위급한 자리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말을 풍전등촉(風前燈燭), 객창에 비치는 쓸쓸하게 보이는 등불이란 뜻으로 외로운 나그네의 신세를 말함을 객창한등(客窓寒燈), 외로이 자는 방안의 쓸쓸한 등불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쓸쓸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한등(孤枕寒燈)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