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S 1-4
손민준 dancing_d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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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움하임(Raum-heim = (俗)colony) 뉴에덴의 수도 노바시다스(Nova-Sedes = new home)는 수용인구 1억 2천만 명에 아포레스트급의 클래스 XXL로 현존하는 가장 큰 라임 중 하나였다. 뉴에덴 하임군(群)은 지구와 달의 라그란제 L4 포인트(Lagrange point 4)에 위치해 달과 같은 주기로 공전하고 있었으며 총인구가 9.8억에 달하는 인류 최초의 우주 거주구이자 A.C.(련기) 이전 UN의 우주계발계획에 의해 건설된 유서 깊은 곳이다. 즉 현재 라움하임들의 프로토 타입 같은 곳으로 과거 새로운 형태의 삶을 찾거나, 연구를 목적으로한 뛰어난 인재를 대거 수용한 곳이어서 전반적으로 다른 라임들보다 삶의 수준이 높았고, 지구의 자연과 유사한 환경구조(아포레스트(afforest) 클래스)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라임군이었는데 이는 다른 라임들로부터 부르주아 콜로니라는 일종의 시기와 경멸의 별명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그들은 현재 지구연방으로부터 속국의 형태로나마 독립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콜로니 국가라는 점에서 지구연방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과거 우주대전 발발시 지구연방의 동맹국으로 참전했었으며 특히 빙하기의 도래이후 중상류층의 지구인들이 상당수 이주해와 화성과 함께 지구연방정부의 영향력이 가장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햇빛을 반사하여 짙은 밤갈색으로 반짝이는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희고 가느다란 손을 창문에 얹은 체 넋을 잃고 노바시다스의 한 거주지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푸른 자연과 구석구석 헤집어내듯 세워진 수많은 건물들은 이러한 자연과 뒤엉켜져 얼핏보면 기형적인 모습으로 자세히 관찰하면 모자이크처럼 알록달록하면서도 균형적으로 건설되어있었다. 인공 호수, 폭포, 강이 굽이쳐 흐르고, 때를 지어다니며 활공하는 새들, 마천루의 다운타운과 시골풍의 아기자기한 마을들을 보고 있자면 한 없이 커다란 박물관의 무한한 다양성을 가진 미니어쳐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는 다이아몬드의 결정구조로 압축되어 만들어진 강화 텍타이트(여기서는 인공 유리질 물질을 지칭) 너머에 존재하는 죽음과 암흑의 우주와는 너무 대조되어 보여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신선함을 안겨준다. 죽음과 종이 한 장 차이로 살아 숨 쉬는 듯한 이 대자연계는 라움하임, 콜로니 따위의 속된 언어로 지칭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요정들의 숲을 연상케 했다. 그녀의 이름은 티더 비스와스. 그래비스 레탈리스 아마튜라스(레탈아머) 라우렌 FT-XXIV기의 뮤니언이었다. 그녀는 3일전 파나마 항로 부근에서 일어난 무장습격사건 조사차 뉴에덴에 입항하여 현재 뉴에덴 주재 장교전용 군용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분명 뉴에덴하고 관련이 있을 거다.”
사건이 일어난 날짜에 부근해역을 지나간 모든 선박 데이터 그리고 라우렌의 데이터베이스와 한참동안 씨름하던 시온이 말했다.
“저도 모든 선박 데이터를 24회 조회해 보았지만, 뉴에덴에서 출항한 선박에 관한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그래, 뉴에덴에서 출항한 우주선 중에 무장된 배는 없었어. 그리고 모든 선박에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점도 없다. 허나 적은 레탈아머를 쓰고있단 말이야... 레탈아머라면 특별한 항구와 정거장을 거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지. 레탈아머 정도의 고에너지체라면 설사 강화된 스탤스기능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열랑감지(Thermo detector)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면 메인엔진을 끄고 접근 했을거야.”
“뉴에덴과 관련있다는 건 모슨 뜻이죠?”
시온은 자신이 보고있는(정확히는 케이블을 타고 뇌에 들어오고있는) 라우렌의 데이터베이스를 티더에게도 링크시켰다. 그들의 뇌리에 지구와 달 궤도 내부의 군사지도가 떠올랐다. 시온이 거기에 현재 우주에 떠있는 각종 기지의 레이더망과 감지망의 범위를 그래프로 투영시키니 곧 다양한 구의 그래프들이 지도 대부분을 가득 매우며 탐지망 종류의 색깔별로 물들여졌다.
「이것이 현재 지구군의 실시간 탐색가능한 범위인데, 보다시피 달궤도 내부는 거의 다 커버하고 있지 단 한부분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폴로 전역이군요」
「맞았어. 수많은 고철과 소운석 덩어리들로 이지역은 레이더가 무용지물인 곳이다.」
「이제 알겠어요. 적은 뉴에덴에서 나와 아폴로 궤도상에 숨어있다 습격했다는 건가요? 허나 뉴에덴에는 이미 강력한 탐지망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왠만한 거리에 있는 질량이나 열, 빛을 다 잡아낼 수 있습니다만..」
「맞아. 저출력으로 장시간 가속하면 우주 어디에서라도 아폴로 궤도에 접근이 가능하지. 사실 바깥쪽에서는 평형추 같은 단순한 장치를 사용하면 엔진이 없어도 궤도를 탈 수 있어. 허나 이 방법이 쓰이지 않는 이유는?」
「정보의 부정확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따라 잡을 수도 없구요.」
「바로 그거야. 허나 적은 나타났다. 그것도 정확한 항로와 타이밍에. 심지어 그들은 순양함의 탐지망에 걸리지 않도록 코 앞에 접근할 때까지 출력을 올리지 않았어.」
「내부의 문제인가요?」
「그것도 한가지 가능성이지. 분명 아군의 마지막 출항과 진로는 적에게 누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허나 1급 기밀 화물을 그렇게 정확히 며칠이나 앞서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해. 아마 수일 전부터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었겠지. 그래서 잠적과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아폴로전역을 노렸던 거다.」
「허나 굳이 뉴에덴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디에서라도 아폴로 전역에 접근이 가능하지 않나요? 그리고 아폴로 궤도로 접근이 가장 용이한 곳은 L1의 애톨(Atoll) 라임(Raum-Heim을 축약시킨 용어)입니다.」
「그게 가장 고민된 부분이야. 분명 애톨은 아폴로 궤도와 아주 가깝고 규모도 우주에서 2번째로 크니까 잠적이 용이하겠지. 허나 애톨은 현재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기 영향도 가장 큰 곳이다.」
「제 생각에는 뉴에덴도 크게 다른 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내부에는 지구의 영향이 별로 미치지 않지만 뉴에덴 주위의 해역은 모두 아군의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따진 다면 내부해역(inner space, 달 궤도 내부의 우주공간)은 어디나 마찬가지야.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그들은 분명 아직 이 공역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거다. 이만큼이나 준비를 하고 있던 놈들이야. 굳이 급하게 서둘러서 의심받을 만한 짓은 하지 않겠지? 아마 천천히 변장해서 어디론가 능청스럽게 다가오지 않을까.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망각하기 쉬운 동물이고... 그게 가장 먼저 일어나는 곳은 뉴에덴일 것이다. 그들은 탈출을 위해 뉴에덴에 무언가를 준비해 놓았을 거야.」
3일전 사건 당시의 잔해가 남아있는 곳을 조사한 후 시온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 후 곧바로 뉴에덴 라임에 도착했지만, 뉴에덴은 크고 작은 12개의 하임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 노바시다스 라임만 하더라도 인구 1억 2천만명의 초거대 거주구였다. 수천개의 포트와 승무원들을 조사하기에도 벅찬 마당에 내부를 모두 막무가내로 조사한다는 건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시온과 티더는 노바시다스에 도착하자마자 뉴에덴 소속의 모든 포트와 선박, 심지어 사건 당일날 승선했던 모든 승무원의 이력이나 배경까지 상세히 점검하기 시작했으나 일반 민간선박까지 포함시키면 어마어마한 숫자에, 내부 스파이를 고려하여 정보의 압축이나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보부내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포트와 자료를 활용했지만 이틀 동안 조사끝에 나온 결과는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아연실색한 문구뿐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도착할 당시에는 이미 뉴에덴까지도 지구의 압력이 미쳐 모든 포트에서 입출항 선박 및 승무원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뉴에덴에 적의 입항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져갔다.
시온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특이내용 없음에 조사내용만 첨부파일로 잔뜩 늘어놓은 보고서를 대충 짜서 기지로 전송시킨 다음 대마로 만든 담배에 구형 지포(zippo...;;;)를 당겼다.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연기가 어두운 방 한켠에서 조용히 피어오른다. 그는 지친듯 커다란 사무용 의자를 뒤로 젖혀 한껏 젖혀 기지개를 켠 다음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담배연기가 천정에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뭉게뭉게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연보라빛의 은은한 광이 반사되어 그 신비함을 한층 더해주고 있었다. 시온은 하염없이 피어오르는 연기 한 가닥 한 가닥을 세밀히 쳐다보았다. 연기 가락은 역동적인 형태로 꾸물꾸물 춤을 추듯 피어올라 차츰 하나하나 모여 다발이 되고 이내 악마처럼 탐스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 구름이 삼켜버리고 만다. 통풍구와 청정기를 모두 막아 놓은 탓에 그가 7개째 대마를 입에 물었을 때는 이미 방안이 달콤한 연기와 매혹적인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시온이 깊이 숨을 들이쉬며 장난삼아 다양한 형태로 연기를 창조하고 있을 때 작고 단순한 벨소리가 울리면서 외부단말기로 통신이 들어왔음을 알렸다. 강제신호였는지 단말장치는 자동으로 회선을 연결하여 스크린에 송화자와 목소리를 전송한다.
“시온 노벨류스 대위님. 등록탐지기와 추적기로 이미 거기 계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수화자 확인 없이 말하겠으니 자세히 들어주십시오.”
플렌테이션 4호 정보부 소속 뮤니언 쥬디 비브란트 양이었다. 그녀는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수화자의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자세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니치 표준시간 0085년 04월 15일 17:30분에 지구연방군 본부에서 내려온 명령을 전파하겠습니다. 원 프론티어 특무소속 24번기 엘시스, 현 임시 특별수사본부 별동대 시온 노벨류스 대위는 화물 강탈 사건 임시 수사본부과장 대리를 만나 지금까지 본인의 수사경위에 대한 자세한 보고와 사건 관련 정보 업데이트를 받을 것. 과장 대리의 요청으로 24번기 세컨드 티더 비스와스의 동참을 요하나 의무사항은 아님. 장소는 주뉴에덴 연방정보부 건물 지하 21층의 애쉴리 퍼브입니다. 시간은 현지시간 15일 금일 20:00입니다. 이상 전파 완료. 수신 종료하....”
그녀가 신호를 끊을려고 하자 그는 담배를 여전히 입에 문체 비웃는 듯한 음성으로 낮게 말했다.
“내가 어지간히도 싫은가 보군. 소장님께서는 나를 아주 파묻으려고 작정하신 모양이야. 하나만 묻지. 그 과장대리라는 양반이 누구지?”
“…… 프론티어 특무소속 더글러스 W. 아서 소령님입니다. 확실히 명령은 접수하신 것 같으니 종료하겠습니다.”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수신종료를 알리는 짧은 비프 음과 함께 단말기는 대기모드로 전환되었다. 한참 동안 담배를 입에 문체 의자에 누워있던 시온은 외투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방을 나섰다. 이미 시간은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4는 저번꺼하고 상당히 비슷합니다만, 5와 6은 확실히 다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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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외에는 누구도 되고 싶지 않다.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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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대마로 만든 담배라.. 거기에 지포라이터라.. 시온은 생각보다 취향이 고전적(아마도 지금 시대라면 안티크)인 듯 합니다. 마약종류는 차차로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한 것을 찾기 마련인데 말이죠. 이 시대의 대마는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거나 단속의 손길이 닿기 어려울 정도로 세계가 황폐한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