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저런 호로 새끼들이 있나?”
어제 동내 사랑방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는데
케이블 TV에서 남의 제사를 대신 지내준다는 “전퉁문화 개선사업” 이란 광고 방송를 보고 평소 제사문화 등이 사라짐을 개탄하던 안동 권씨 한분이 내 뱉은 말입니다.
이제 제사는 고인이 낯짝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내주고 자식들은 긴 연휴기간 외국에 나가 몽물랑에서 스키를 즐기던가 아니면 와이키키 해변에서 발가벗고 해수욕을 즐기는 세상입니다.
허긴 그래도 남이라도 제사를 지내주는 경우는 나은 편이고 우리 집 조상 님들은 마누라가 권사고 자식 3명이 신학대학을 나온 관계로 우상이라 하여 언감생심 제삿밥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애고! 애고!
그런데 이렇게 대신 제사를 지내주는 경우처럼 앞으로 대신 장가 가 첫날밤을 치뤄주는 대행업도 생겨날지 모르니 기다려봐야 하겠습니다.
그럼 누구 광분 할 텐데.
그리고 이제 설이 얼마 남지 않아 언제가 올렸던 글을 안 읽은 사람들을 위하여 다시 한번 올리는데 전에 자기 며느리가 외국인이라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웃자고 쓴 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설이 다가오면 조상귀신들은 제사상에 올라올 진수성찬 생각에 가슴 설레인다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열에 아홉은 변변한 제사상을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조상귀신들이 설에 제사 밥을 얻어먹으러 자식 집에 가 보면,
분명 결혼을 시킨 아들놈 인데 혼자 와서 제사를 지내는가 하면,
제사상 앞에 옛날 며느리가 아닌 처음 보는 며느리가 서 있는 경우도 있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 말을 하는 며느리도 있는가 하면,
살아생전에 못 본 손자 손녀들이 자기 손자라고 절을 하는데 깜둥이 흰둥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합니다.
또한 이승에서 바람을 피워 배다른 형제들을 두었더니 이 놈들이 재산싸움 끝에 서로 제사를 안 지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젯빕이 안 차려져 찾아갈 곳이 없다 합니다.
그 귀신 바람 피우지 말고 일부종사하라고 신신 당부 했다 합니다.
더불어 제사 음식은 정성을 들여 손수 만들어야 하는데 제사음식 대행 점에 주문을 하여 조미료 범벅으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제사 지내는 방법도 몰라 대충 지내는 후레자식 놈들 때문에,
고향에 다녀 온 훈장 귀신이 말세로다! 말세로다! 개탄하며 잠을 못 이루다가,
옆 할머니 귀신에게 시끄럽다고 구사리께나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나은 경우이고 제사에 쓰지 않는 마늘 고춧가루 음식 때문에 제사상에 접근도 못 해보고 심지어 귀신을 쫒는 복숭아까지 올려놓아 십겁을 하고 도망 온 귀신도 있다 합니다.
또한 명절에 구름을 타고 기쁜 마음으로 자식 집에 가보면,
조상귀신인 자기가 눈을 뻔히 뜨고 있는데 기독교로 개종했다 하여,
할렐루야! 라고 외치며 이스라엘제 귀신을 섬긴다고 절도 안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가 하면,
국가시책에 적극 호응하여 아들 하나 낳아 잘 길렀더니,
아! 이놈이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대가 끊겨 무덤을 돌 볼 자식이 없어 무덤도 다 허물어져 가고
언감생심 설에 젯밥을 얻어먹을 생각은 꿈도 못 꾼다 합니다.
다시 이승에 태어나면 절대 국가시책을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합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라도 지 조상 무덤 벌초하는 놈은 나은 편이고 자식이 살아있는데도 벌초를 하지
않아 북망산천에 잡초에 묻힌 묘가 부지기수라 합니다.
또 어떤 귀신은 분명 매장을 하라고 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불에 화장을 하여 강에
뿌려버린 바람에 존재감마저 상실하고 눈물짓고 있다 합니다.
또 어떤 자식 놈은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묘를 써야 하는데도 차가운 북풍한설 몰아치는 북향에
묘를 써 추워 잠을 이울 수가 없다 합니다.
그래도 묘는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쓰는 게 좋지요?
또 어떤 귀신은 공동산에 묘를 쓰면서 비석을 해 놓지 않아 묘를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 묘에 젯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바람에 알려 줄 수도 없고 환장 할 노릇이라 합니다.
저승과 이승간에 핫라인이라도 개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명절에 자식 집을 찾아가려면,
옛날 살던 집이 아니고 성냥갑 같이 생긴 아파트라는 집으로 그게 그것 같고 새주소라 하여 주소가 바뀌어 길 눈이 어두운 귀신들에겐 집 찾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렵게 집을 찾았다 하더라도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자식 놈들이 여행을 떠나 버린 관계로,
제사 밥을 얻어먹으려면 제주도 콘도까지 어지럼증을 극복하고 구름을 타고 장거리 원정길에 올라야 하고,
심한 경우 하와이나 쾀, 최악의 경우 스위스 몽불랑까지 가야한다 합니다.
그곳까지 비행기 멀미를 각오하고 날아갔다 하더라도 차린 음식이 영 입맛에 맞지 않아 쓴 입맛만 다시고 온다합니다.
그래도 음식은 한국에서 나는 토속 재료로 만든 것이 제격인데,
살아생전에 먹어보지도 못한 미국, 칠레, 호주, 덴마크 산 재료로 만든 음식에,
발렌타인, 꼬냑, 나폴레옹, 이과두주 등 이름도 생소한 술이 제사상에 올라오니 술맛도 없고 독 해 영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사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저승으로 돌아 와,
저승 동구 밖에 있는 선술집에서 황진이표 파전에 막걸리 한잔 외상으로 사 마시고 쓸쓸히 숙소로 발길을 돌린다 합니다.
그래도 실제 음식을 차리는 경우는 나은 경우이고
어떤 귀신은 제사상에 오른 음식이 모조품인 줄 모르고 배고픈 마음에 덥석 깨물었다가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이빨을 몽땅 부러트리고 고생하며 요즘 저승 치과 다니고 있다합니다.
저승 귀신들 중.
자식이 성공하여 의학박사로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는 아들을 둔 귀신은 평소 지옥에서 자식 자랑으로 소일 하였는데,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못 타는 관계로 아들 꿈에 나타나 한국에서 제사상을 차려주면 어떻겠느냐고 선몽을 했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며 추석에 PC방에 가라하여
“역시 배운 놈이라 다르구나?” 하고 PC방에 가서 컴퓨터를 켰는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소리가 뭔 소린지 몰라 그냥 돌아왔다 합니다.
그 귀신 “못 배웠지만 한국에 살면서 쓴 도라지에 막걸리 한 잔이라도 제사상에 올리는 머슴 집 아들놈이 진짜 효자”라며
다시 태어나면 뼈 빠지게 돈 벌어서 자식 놈 안 가르치기로 맹세했다 합니다.
어떤 귀신은 제사는 밤 12시에 지내므로 저승에서 나오는 저녁도 굶고 느즈막이 아들집에 도착했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하더랍니다.
명절 집 분위기와 걸맞지 않게 불도 꺼져있고 조용하여 집을 잘못 찾았나하고 문패를 봤더니 분명 “술붕어”라는 아들 문패가 붙어 있어 잘못 찾아 온 것은 아니구나 하고 방에 들어갔더니,
아뿔사!
초저녁에 벌써 제사를 지내고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떠나간 뒤끝이라 제사 음식은 고사하고 보고 싶었던 자식 및 손자 손녀들 얼굴도 못 보고 쫄쫄이 굶고 돌아 왔다 합니다.
그래도 추석 날 제사상을 차리는 자식은 나은 편이고 귀신들은 음력을 쇠는데 양력으로 제사를 지내버리는 바람에 추석에는 물 한잔도 얻어먹기 힘들다 하니,
이래저래 저승 귀신들도 헷갈리게 생겼습니다.
제사 사전 예고 제라도 마들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우리 낚시꾼 조상귀신 이야기인데
평소 낚시를 좋아했던 귀신이 제사 밥을 얻어먹으려고 시흥 아들집으로 날아가다가 천수만 B지구 검은여수로를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더랍니다.
이승에서 취미가 낚시였던지라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구름에서 내려 낚시하는 것을 잠시 구경하는데,
어! 어디서 많이 본 낮 익은 얼굴이 있더랍니다.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아니 이럴 수가 자기 아들 “술붕어” 더랍니다.
“아이고! 이놈이! 제사 지낼 생각을 안 하고 여기 와서 낚시질을 하고 있구나?”
“시흥 가나마나 제사 밥 얻어먹기는 틀렸다.” 하고 오던 길을 돌려 지옥으로 돌아가 아들 흉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할아버지 귀신이 담배 대로 뒤통수를 내리치면서,
“야! 이놈아! 니 자식 욕하자 마라?”
“ 너도 익산 살 때 추석 때 제사 안 지내고 만경강에 나가 쭈구리고 앉아 붕어 잡겠다고 낚수질 하고 있었잖여?”
“ 나도 니 집에 제사 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쫄쫄이 굶고 온 게 어디 한두번이냐?”
“ 그 애비에 그 자식이지 지금 누굴 탓하고 있냐?”
“ 아부지! 죄송합니다.”
첫댓글 부전자전은 어찌 할수없는 운명인가 ㅎㅎ
그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
살아있을때 부모님 입안에 맛있는거 넣어드리고 돌아가시고 나면 귀신이 와서 먹는거 아니니 추도식이나하고 모인 가족들이 정을 나누면 족하다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맞습니다
그날 온 가족이 모여 고인을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 것이지
귀신이 뭘 먹겠습니까?
살아 생전 잘 해야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게 생각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현실과 많이 다름니다만
부모님 공경하는 마음 잊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럼요
당연 멍절이라도 부모님의 은공을 생각 해 보자는 뜻입니다
제사나 명절 때면
드론을 한대 마련 하였다가
모시고 오도록 해야겠습니다. ^^
그갓고 최첨단 제사 문화가 되겠네요
제사도 남이 지내주고,
첫날밤도 신혼 거사를 남이 대신해 치루어 주고...
ㅋㅋㅋ. 이거 대박나는 사업일 것 같습니다.
곧 구정인데.. 한 달 조금 넘은 손주가 처음으로 왔다. 할비의 생일이라고..
큰아들네 이번 설 때에는 오지 말라고 일러. 친정 가든, 제 집에서 쉬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해 줘라고 아내한테 일렀네요.
설 차례는 막내아들 하고 둘이서만 지내지요 뭐. 종가집 설차례... 님의 글처럼 남한테 대행시키는 방안도 모색해 볼까유?
글 재미있고, 생각하게 하네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길목에 섰군요.
자식들이 편하게 해 주네요
강요 보다는 스스로 깨달아 행동하도록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세태의 변화를 제사라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내셨네요.
박장대소 하며 웃습니다.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