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환자실에서 호흡기를 단 채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있는 남성의 사진을 신문에서 보았다. 사진 속 남자는 신생아의 아빠였고, 아기를 한 번 안아본 그는 아기가 태어난 지 45분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생이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아빠가 아기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는 아기 아빠가 아기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상상해보았다. 부디 좋은 대학에 가서 출세하고 성공하라고 했을까? 아마도 그는. 아니 분명히 그는 아기가 그저 행복하기를. 기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복했을 것이다. 죽음이 임박한 시점에 아빠는 아기를 향해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소망을 기원했을 것이다. 무엇을 소유하고 어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태어난 모습 그대로 그저 존재만으로도 행복하고 기쁘기를 바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소 띤 아빠의 모습이 아기에게도 온전히 전달되었을 거라 믿는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자극제가 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은 지금 현재를 보다 의미 있게 살게 하고 삶을 보다 충만하고 풍성하게 완성시킬 수 있는 어쩌면 삶의 가장 소중한 과정일 것이다. 빅터 프랭클은 고통과 죽음 없이 삶은 완성될 수 없다고 말한다. 죽음이 우리의 삶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삶이 온전히 완성된다는 말이다. 오늘 하루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우리는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보다 기쁘고 충만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 김미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