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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지리산의 암자를 찾아(2)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고담사(古潭寺)
날씨는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더니 주홍색 나리꽃 너머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경남 함양의 마천초등학교 직전 오른쪽 비탈을 700m 쯤 오른 좁은 콘크리트포장길 끝에는 제비집
처럼 작은 암자가 고독한 은자처럼 숨어있다.
고담사(古潭寺)...
글자대로라면 오래된 연못이란 뜻이다. 아니면 오래도록 담아둔 그 무엇을 품고있다는 속뜻을
감추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은 '조계종 지리산 고담사(古潭寺)'란 사찰 표지석의 흐트러
짐 없는 단아하고 정갈하게 쓴 멋진 글씨에 눈길 머무는 시간이 길다.
첫 대면한 '고담사'란 글씨에서 풍겨오는 느낌은 별 수식어가 필요없다. 그냥 좋다...
표지석의 왼쪽으로 들어서면, 좁은 포장길을 오르며 내심 걱정한 일이 무색해지는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옆에는 '古潭寺'의 '潭'을 상징할 것 같은 연못이 있다. 희고 붉은 연꽃과 부들이 적당하게 어울린
예쁜 연못이다.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 주위를 삼정산,금대산,창암산,오송산의 지리산 자락이 호위하듯 그를 감싸고 있다.
고담사(古潭寺) 전경
연밭 너머로 보이는 고담사는 언듯보아 제대로 된 건물은 해우소 한 동밖에 보이지 않는다.
해우소 앞의 샌드위치판넬로 지은 작은 안내소와 나무 사이로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판잣집,
왼쪽 중턱의 함양 마천 마애석불이 보이는 것의 전부다.
연꽃 향기에 흠뻑 호강한 코를 훔치며 연밭길을 빠져나와 고담사 경내로 향한다.
직업은 못 속이는 법이다. 오르는 길은 두꺼운 판석으로 돌계단을 만들고 그 양옆으로 콘크리트
포장을 해 놓았는데,매끈한 솜씨는 아니지만 꼼꼼히 정성을 다한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쉬이 미끄러지지 않게 미장칼로 하나하나 홈을 파서 (이를 토목용어로 타이닝:tining 이라 한다)
정성껏 손질하여 다듬은 흔적에서 여실히 느껴지는 것이다.
계단끝 수로에 흐르는 물소리가 귀에 듣기 좋은 음량의 데시벨(decibel)이다.
요란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은 듯 조용하지도 않은 편안한 흐름의 소리다.
그 옆으로 돌마다 표정이 다른 작은 장승석을 세워 놓았다. 그리고 제일 밑의 돌에 새긴 글에서
초라한 작은 판잣집에 머물며 불도(佛道)를 전하는 스님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일체유심조(一切惟心造)....
모든 세상사가 그러하듯, 한 칸 초라한 누옥(陋屋)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별유천지(別有天地) 같다
는 진한 메세지가 전해온다.
마음을 열듯 길을 열고, 마음을 쓸어내리듯 길을 쓸었다. 쓸어내린 마음을 소각하여
허공으로 날리려 쌓아 놓았음인가, 길 한쪽에는 연료로 쓰임직한 절단목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경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난생 처음보는 얼굴형상의 돌탑이 서 있다.
그 옆의 바위에는 불보살상이 그림을 그려놓은듯 얕은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고담사의 연못 주위에는 이와같은 불보살상을 부조한 조각이 몇 개 더 있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마음을 닦듯 반질반질하게 윤이나는 항아리들은 이곳에 거주하는 이의 게으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몸짓을 보는 것 같다.
돌탑 위 바위돌 양면에는 '물처럼' '바람처럼'이라고 각각 쓰여있다.
그리고, 탑의 하단부 나무판자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세상 사는 일 번뇌망상이 많은 그 모습을 백팔 장승으로 표현 하였다."
한 몸이 되어 있는 저 많은 108개의 얼굴들은 우리들 마음에서 일어나는 근본 번뇌망상을 석장승의
얼굴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제각각의 표정은 6근(六根) 6진(六塵)에 의해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에서 느끼는 인식작용과 마음을 108가지로 표현한 것이다.
물처럼...
노(老) 선생께서 '도덕경'에 일렀듯이 "가장 선한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 했다.
저 유명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이름이다. '물(水)의 찬가(讚歌)'다....
<최상의 선(善)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위치한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거의 가까운 것이다.
살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깊고 그윽함이 좋고,
벗은 어진 사람이 좋고, 말은 믿음이 있어야 좋고, 정치나 법률은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것이 좋고,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능숙한 것이 좋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적당한 시기를 아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다투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됨이 없는 것이다. 물은 이에 제일 가깝다.>
바람처럼...
'상선약수(上善若水)' 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숫파니타파'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의 유희나 오락이나 쾌락에 물들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벗은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물처럼, 바람처럼 살라 한다.
걸림과 얽매임이 없어 집착을 놓아버린 자유자재로운 그런 삶을 살라 한다...
보물 제375호,고담사(古潭寺)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
법당에 들기 전 왼쪽으로 난 길을 조금 따르니, 자연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磨崖佛)이 위풍당당
하게 서 있다. 세상에서 부르는 공식 명칭은 '함양마천 마애여래입상'이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오랜 세월의 겹옷을 입은 짙은 암갈색의 바위 중앙에 뽀얗게 마애불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주(隅柱)와 탱주(撑柱)가 새겨진 하대(下臺) 위의 앙련대좌(仰蓮大座)에 서 있는 마애불의 꼭
다문 입과 넓은 얼굴에서 풍기는 근엄함과 강건한 힘은, 경주남산 삼릉골의 상선암 마애여래좌상
에서 받는 느낌과 흡사하다.
불상의 높이가 5.8m나 되는 마애불은 광배(光背)와 대좌(臺座)까지 갖춘 거불(巨佛)이다.
광배는 두광과 신광이 두 줄의 양각선으로 조각되었으며 그 안에는 연주문(蓮珠文)이 새겨져 있
고, 밖으로는 화염문(火焰文)이 돌려져 있다.
귀는 어깨까지 내려오고 목은 비교적 짧고 목 주위에 3줄의 삼도(三道)가 보인다. 직사각형의
거대한 체구와 여기에 걸맞는 큼직한 발 등은 거대한 불상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넓고 당당하게 벌어진 양 어깨에는 가슴에서 한 번 반전된 통견식(通肩式)으로 걸친 불의(佛依)
가 물 흐르듯 부드럽게 몸전체를 감싸고 있다.
마애불의 부조(浮彫)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계획상의 착오로 추정되는, 발은 두툼하고 커다란데 비하여
손은 균형이 맞지 않게 작아서 어색하다고 하나, 전체적으로 주는 불상의 인상은 강건하면서도 원만한
느낌을 준다.
통일신라의 전통양식을 따른 작품으로서 고려 초기인 10세기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담사 마애불상 앞에 서면 좌,우의 창암산과 오송산 사이로 천왕봉을 중심으로한 왼쪽에는 중봉과 하봉
능선이, 오른쪽으로는 제석봉의 지리산능선이 마치 학(鶴)이 날개를 펼친 듯 아름답게 줄지어 있다.
개인 하늘에는 머무름 없는 한 떼의 구름이 그 준봉들을 감싸듯 지나간다.
不患人之不己知 (불환인지부기지)
孤雲出岫 (고운출수)
去留一無所係 (거류일무소계)
朗鏡懸空 (랑경현공)
靜躁兩不相干 (정조양불상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라.
외로운 구름마저도 산골짜기에서 피어올라
가고 머무름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고
밝은 달도 높이 떠올라
고요함과 시끄러움에 개의치 않는다."
대웅전을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감로수다.
눈으로 보는 시원한 경치 못지않게, 마음을 씻어내는 물맛 또한 시원하다.
느낌 그대로의 세심수(洗心水)다.....
대웅전 입구
천막과 낡은 판자로 얼기설기 엮은 대웅전의 출입문이다. 단순히 밖에서 본 판잣집의 외양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허술하게 지어진 법당에 저으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화분의 핑크빛 호접란이 한층 아름답게 돋보임은 이런 주변의 허술한 광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웅전과 요사
천막을 둘러 벽을 대신한 대웅전 뿐만 아니라, 요사채도 낡고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사채에 걸린 글
찾아주신 님들께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마애부처님의 청정기운이 넘치는 도량입니다.
님들 마음에 듬뿍 담아 가셔서
참으로 각자의 지친 삶에 힘이 되시길 합장합니다. - 심진 두 손 모음-
다음은 2008년 5월에 발간된 '월간 산' 제 463호에 실린 고담사 '심진 스님'의 소개글이다.
칠선계곡 들목인 마천면 마천초교 뒤편 남향한 산록, 보물 제375호 마애여래입상이 천왕봉을 향하고 선 고찰
고담사(古潭寺)의 주지 심진(尋眞) 스님은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가사의
심진 스님의 노래는 드라마 야망의 주제곡으로 쓰이며 대한민국 사람 모두에게 익숙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주제곡이 되기 전부터 이 노래는 애창되었다. 잡다한 세상만사를 모두 털어버리라는 노래를
듣노라면 실제로 훨훨 벗어던져버리는 듯한 호쾌함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심진 스님은 89년부터 노래하기 시작, 그간 3집까지 냈다. 15년간 3집이니 결코 많은 노래는 아니지만 거저
나누어준 것 20만 장 이외, 팔린 것만 60만 장이나 된다. 순수 불교음악은 아니지만 불자 특유의 탈속한 듯한
음색과 가사, 곡조가 어필한 것이다. 매니저도 후원자도 없이 CD 재킷 디자인까지 스님이 직접 했다.
심진 스님은 성악이 아니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노래에 취미와 소질이 있어 부처님과 중생을 위한
‘소리 공양’을 올린다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음반을 냈다고 한다. “흘러가는 물도 떠줘야 공덕이 있다고 했듯,
허공을 흐르는 소리를 떠담아 노래라는 형식으로 공양하는 것”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심진 스님은 원래 이곳 마천초교를 졸업한 토박이다. 여러 사찰을 돌다가 이제 고향땅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마애불
대웅전에서 마애불을 향하는 벽면은 비닐을 둘러 법당에서 불상을 보며 참배하도록 하였다.
햇빛에 반사된 비닐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마애불은 오히려 신령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러한 형식의 전각은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논산 관촉사 은진미륵 앞의 관음전이나
문경 윤필암의 사불전도 전각의 불상쪽 정면을 개방하여 놓았다. 청도 운문사 사리암은 관음전의
독성각을 향하는 벽면을 유리로 처리하여 전각 안에서 독성예불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물론, 사찰의 적멸보궁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대웅전의 선정(禪定)에 든 승상(僧像)
좁은 대웅전의 왼쪽에는 하얀 눈밭의 여백미를 살린 수묵화 한 점이 걸려있다.
화면의 2/3 정도가 되는 하얀 눈밭에 그려진 것은 점점이 찍힌 몇 개의 발자욱이 전부다.
눈길에서조차 함부로 걷지말라며 서산대사가 경계한 그 발자욱인가.....
수묵화 옆의 종이꽃이 소담스럽다. 그 종이꽃 너머에 작은 승상(僧像)이 있다.
흙으로 빚은 듯한 승상의 선정(禪定)에 든 표정이 더 없이 평안하고 고요하다.
그렇다! 수로변의 돌에 새겨진 일체유심조(一切惟心造)가 바로 이 모습이 아닐런지...
꽃자리
- 구상 (具常)-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중 략>-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대웅전 내부
대웅전은 별도의 불상이 없다. 그 이유는 전술한 대로다.
정면에 차려진 간단한 불단에는 마애불의 사진과 인등이 있는 정도다. 특이한 것은 대웅전의
오른쪽이다. 여느 사찰의 신중단(神衆壇)을 대신하여 거목(擧目)때의 독송을 글로 써 붙여
놓았다.
중앙에 南無 金剛會上 佛菩薩(나무 금강회상 불보살)과 그 좌우로 忉利會上 聖賢衆(도리회상
성현중)과 擁護會上 靈祇等衆(옹호회상 영기등중)이 그것이다.
금강회상 불보살과 도리회상 성현들과 옹호회상 신령들께 귀의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모든 일을 시작할 때는 언제든지 삼귀의례(三歸依澧)를 하듯이 불공을 시작할 때도
역시 맨 처음에 해야 할 일은 삼귀의례이다. 그러한 삼귀의례를 불공에서는 거불(擧佛)이라고
하고 불보살께 올리는 불공이 아닐 때는 모두 거목(擧目)이라고 하는데, 거목이라는 것은 신중
의 위목(位目) 즉, 이름을 거든다는 뜻이다.
신중단(神衆壇)의 구성을 보면 신중단은 다시 상단과 중단과 하단으로 나뉘어 신장들이 배치되
어 있는데, 법계의 순서에 따라 상단에는 금강회상의 불보살, 중단에는 도리회상의 성현들이,
하단 에는 옹호회상의 신령스런 선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신장들 또한 삼보(三寶)의 일원이
므로 앞에 나무(南無)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중단(中壇)에 맞는 삼귀의례(거목:擧目)를 하는 것
이다.
대웅전을 나오니 다음 목적지를 향한 마음이 조급해진다.
총총걸음을 더디게 만드는 운치있는 계단 때문에 급한 마음과 달리 발바닥이 허공에 머무는
시간은 길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창고같은 용도로
쓰이는 줄만 알고 예사롭게 보아 넘긴 한 칸 판잣집의 출입문 위에 눈길이 멈췄다.
문패나 당호의 이름으로 너무 김 직한 글이 소나무 옹이 모양의 널판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
- 노래/ 심진 스님-
♬ 잔잔히 반짝이는 물결의 비늘을 헤치며
우울한 너의 영혼 부서지도록 껴안으러
너의 집 문밖에 단풍 나뭇잎이 지면
너에게 밟히는 그런 흙이 되더라도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어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어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
수면 위 내려 앉은 물안개 젖어도 좋으니
피리 소리처럼 흘러 흘러 흘러서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어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어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싶다 ♬
노래가사를 굳이 불교에 접목시킬 필요야 없겠지만, 스님이 부른 노래인 만큼 부처를 향한
구도의 열정을 노래한 것 같기도 하고, 사바세계에서 일어나는 연정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고담사 나무계단
보는 것만으로 습(習)이 되고 습이 반복되면 관(慣)이 되고, 이것이 습관(習慣)이 된다.
자의적이든 자연적이든 눈에 비친 고담사는 내 뇌리에서 반복적으로 회상될 것이다.
보다시피, 볼 것이 많거나 눈을 현혹하리 만큼 화려해서가 결코 아니다.
대나무와 가는 파이프를 의지해 둘러놓은 부직포에 싸인 허술한 법당이지만 가족처럼,
친구처럼, 이웃처럼 보듬는 따뜻한 불심을 느끼기에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다.
돌하나 나무하나에 알알이 박힌 지극정성을 내 어찌 모를 것이며, 내 좋으면 그만이지
그깟 껍데기야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소박하고 검소한 것과 초라하다
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언젠가 고담사가 낡고 묵은 외투를 훌훌 벗어 버리고, 소박하고 정갈한 대웅전 마루바닥
에서 마애불을 친견할 날을 기대해 본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절 입구의 안내소에는 심진 스님의 음반이 플라스틱 광주리에 담겨있다.
언제 저렇게 많은 노래를 취입하셨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글씨와 그림이며 조각은 물론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신 스님의 풍부하고 깊은 예술적 혜안에 존경심도
그렇거니와 부러움마저 드는 것은 내 지나친 욕심 탓일까...
조계종 종조(宗祖) 태고 보우(太古 普愚)선사와 그의 스승 석옥 청공(石屋 淸珙)선사가 주고 받은 글이
한국 불교의 정신적 보루인 희양산 봉암사의 동방장(東方丈)에 주련으로 걸려있다.
만나뵙지 못하고 온 스님께 이 글로써 삼배(三拜)의 예(禮)를 대신하는 결례를 범한다 _()_
吾 住 此 庵 吾 寞 識 (오주차암오막식)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
深 深 密 密 無 壅 塞 (심심밀밀무옹색) 깊고 은밀하나 옹색하지 않구나
函 盖 坤 乾 沒 向 背 (함개곤건몰향배) 천지를 모두 가두어 앞뒤가 없이
不 住 東 西 與 南 北 (불주동서여남북) 동서남북 어디에도 머물지 않네
先有此庵方有世界 (선유치암방유세계) 이 암자가 생긴 뒤에 비로소 세계가 생겼으니
世界壞時此庵不壞 (세계괴시차암불괴) 세계가 무너질 때도 이 암자는 무너지지 않으리
庵中主人無在不在 (암중주인무재부재) 암자 안의 주인이야 있고 없고 관계없이
月照長空風生萬籟 (월조장공풍생만뢰) 달은 먼 허공을 비추고 바람은 온갖 소리를 내네.
첫댓글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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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관세음보살()()()~~~♡
한번 가본 곳인데 ......... 수고하셧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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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연입니다~~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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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음으로.관세음보살()()()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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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싶습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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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인연입니다. 관세음보살()()()
언젠가 친견할 그날을 기약합니다..... 부처님 참좋아요...마음만이라도 달려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