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자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계에서 돈을 끌어 모으는데 전념하고 있다. 악행을 저지르고, 정부 특혜와 재정 혜택을 요구하며,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 감면을 촉구 한다. 미국은 이 같은 부자들의 추한 행위가 절정에 달한 나라다." - 미 MIT 존 터번 교수
그렇다. 자본주의가 무엇인가? 돈(資)이 만사의 근본이 되는 주의(主義), 이념이 아닌가. 미국은 자본주의 종주국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돈에 혈안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새로운 미국 건설을 기치로 출범한 오바마 정부는 지금 부자 증세, 빈자 감세를 기본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 억강 부약(抑强扶弱)은 사회 정의상 백 번 옳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 반대 또한 너무나 거세다. 부자 학살이니, 부자에 핵 폭탄이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토마스 도나휴(미 상공 회의소 회장) 같은 사람은 힐난한다. "자유 시장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승자에게 징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고.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 (Audacity of Hope)이 과연 수 백년 동안에 걸쳐 굳어진 미국의 자본주의 철벽을 얼마만큼 꿰뚫을 수 있을지 큰 관심사인데 이 힘 벅찬 문제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요즘 미 의회 안팎에서 논의되는 "부자는 부자 값을 해라, 내라"에 대한 각종 아이디어, 제안, 방안 등을 몇 가지 모아 본다.
부자는 감옥 숙박비를 내라! 뉴욕 주 의회 제임스 테디스코 의원은 지난 7월 "유죄가 최종 확정된 순 자산 20만 달러 이상 부자가 복역할 경우 정부에 수감 비용을 내도록 하자"는 이른바 메이도프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여성 기업인 마사 스튜어트, 호텔 왕 리오나 헴슬리 같은 부자들이 교도소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온 뒤 다시 부유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다. 뉴욕 주는 수감자 1명당 하루에 80~90달러 비용이 드는데 국민 혈세를 그들을 위해 쓸 수 없으니 돈 많은 수감자는 그 자신들이 이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캐딜락 건보자 세금 내라! 오바마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건강 보험 개혁 법안이 10월 13일 미 상원 재무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에는 논쟁의 핵심이 되는 퍼블릭 옵션(공영 보험 제도)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위 캐딜락 건강 보험이라 불리는 고액 건강 보험에 대한 세금 부과안이 큰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골자는 이렇다. 2013년부터 개인 기준 연 8,000달러, 가족 기준 연 21,000달러를 초과하는 고액 건강 보험료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앞으로 10년간 2,000억 달러의 세수가 예상된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1년에 8,000~21,000달러를 부담할 수 있는 돈 많은 부자들은 건강·생명을 위한 무한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거기에 합당한 대가(세금)를 치르라는 취지다.
성형 수술 받으면 세금 내라! "치료가 아닌 미용을 목적으로 한 성형 수술을 받은 사람은 수술 비용의 10%를 세금으로 내라."
요즘 연방 상원 재무 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안건의 하나다. 이 안건에 따르면 코 미용, 지방 제거, 치아 미백, 보톡스 등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非) 치료 목적 성형 수술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뉴저지 주는 이미 2004년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백악관 공짜 점심 없다! 지난 7월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제록스의 우르술라 번스, 코카콜라의 무타르 켄트, 허니웰 인터내셔날의 데이브 코트 등 대기업 CEO 4명과 점심을 함께 했다. 비공식으로 이뤄진 이 오찬에서 건강 보험과 교육 그리고 경제 회복 등에 관해 자유롭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동의 CEO들에게 이 날 식사는 공짜가 아니었다. 백악관 직원들이 그들의 신용 카드 번호를 찾아내 각자에게 식사 비용을 청구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백악관으로 초청해 놓고, 이들이 비용 걱정을 하게 만드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지적에 대해 백악관 측은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의 윤리 원칙에 부합된다.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그렇게 할 것이다."
투자자 잃은 돈 물어 내라! 다단계 금융 사기(Ponzi Game) 죄로 징역 150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버나드 메이도프. 그런데 이번엔 그의 부인 루스 메이도프가 투자자들로부터 4,480만 달라를 물어내라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송 근거는 이러하다. "루스 메이도프는 투자자들과 남편의 투자 회사 돈으로 수 십년 동안 호사스런 생활을 했다. 이제 남편의 사업체와 고객들에게 속했던 돈을 물어내야 한다." 그들의 주장인 즉 루스 메이도프는 지난 6년간 남편의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동안에도 수천만 달러를 남편으로부터 받아 흥청망청 써버렸다는 것이다.
뉴저지 주 백만장자 세금 법 지금 상원에서는 백만장자 세금(개인 연 50만 달러 이상, 부부 합산 100만 달러 이상 계층에 5%의 추가 세금)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뉴저지 주에서는 이를 지난 95년에 시행한 일이 있다.
부시 행정부 때 실시된 연방 세금 감면은 결과적으로 중산층에 비해 고소득자들에게 훨씬 더 큰 혜택(한 조사에 따르면 상위 1%가 혜택의 1/3을 차지)이 돌아갔다. 뉴저지 주 정부는 이를 중시하여 95년에 백만장자 세금 법(Millionaire's Tax Bill)'을 입법화했다(94년 1월부터 소급 적용).
이 법에 따라 연 5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에게 50만 달러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8.97%의 추가 세금(총 약 8억 달러 추산)을 부과, 이렇게 걷힌 돈을 고령자 및 중산층 사람들의 재산세 환불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부자들 타는 노선부터 인상하라! 몇 년 전 뉴욕시 지하철 요금 인상 때 그 찬반, 인상율을 에워 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그 때 민간 단체들이 들고 나온 주장은 이러했다.
"뉴욕시 지하철은 주로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런데 왜 교외에 사는 고소득자들이 이용하는 다른 노선(LIRR & NJ Transit)은 요금을 인상하지 않느냐? 그 쪽을 먼저 인상하라. 그리고 그 인상율도 그 쪽이 더 높아야 한다. 그들은 우리보다 돈을 더 벌지 않느냐?"
돈 잘 버는 학과 등록금 더 내라! UC(University of California e.g.) 계열 대학들은 공학·경영학과 전공 학생들에게 다른 일반 학과보다 더 많은(연간 900달러) 등록금을 부과하는 안을 오는 11월 9일에 심의, 표결할 예정이다.
그 이유인즉 이러하다. "…공학·경영학 전공 학생들은 졸업 후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 직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그들은 앞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될테니 지금부터 미리 그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한편 독일 어떤 민간 단체는 지금 "총 자산 50만 유로 이상 부자는 향후 2년간 연 5%의 세금을 추가로 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장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