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받침의 발음에서 대표 받침에 대한 글을 쓴 다음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차피 받침 두 개가 모두 소리 나는 게 아닌데 무엇 때문에 복잡하게 받침을 둘씩이나 썼을까요?”
글쓴이는 기뻤다. 매주 원고를 작성하면서도 혹시나 독자들께서 제목만 흘낏 보고는 다른 난으로 휙 하고 넘어가 버리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열심히 읽는 독자가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겹받침의 발음에서 ‘맑다’는 [막따]로 소리 난다. 이 때의 대표 받침은 ‘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맑게’로 어미가 바뀌면 받침 소리도 덩달아 ‘ㄹ’로 바뀐다. 따라서 [막께]가 아닌 [말께]로 소리 난다(표준발음법 제11항). 사실 글쓴이도 대표 소리가 바뀌지 않으면 헷갈리지 않고 참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었지만 애당초 받침을 하나만 쓰지 왜 둘씩 썼느냐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래 하나만 쓰면 간단하고 좋잖아!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문장에 따라 “하늘이 막다.”라고 쓰거나 “하늘이 말게 개었다.”라고 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낱말의 원형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형이 ‘말다’일까 ‘막다’일까? ‘말다’일 경우 물건을 돌돌 말거나 어떤 일을 그만 두거나 하는 뜻을 가진 ‘말다’와 표기가 같아진다.
‘막다’일 경우에도 길을 막거나 쳐들어오는 적을 막거나 하는 그 ‘막다’와 표기가 같아진다. 그렇다면 이 ‘말다’와 ‘막다’는 과연 어떤 ‘말다’와 ‘막다’일까? 역시 ‘맑다’는 ‘맑다’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겹받침에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
1446년에 반포된 ‘훈민정음’에도 겹받침이 들어간 표기가 있다. 첫소리와 가운데소리와 끝소리가 만나 한 음절을 이룬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합자해’ 세 번째 쪽에 ‘00’과 ‘?行??있고 심지어는 받침에 자음이 3개나 들어간 ‘000’도 있다.
요샛말로 첫 번째 글자는 ‘흙’이고 다음은 고기를 잡는다는 뜻을 가진 ‘낚시’의 ‘?行?甄? 세 번째는 좀 어렵지만 꼬꼬댁 하고 우는 ‘닭’이란다. ‘닭’이란 낱말을 15세기에는 ‘00’이라고 썼다. 그 때는 닭의 다리가 세 개였을까?
이 말들이 어떻게 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글쓴이의 주제를 넘는 짓이다. 다만 말이 먼저 있고 나서 글이 생겨난 것이므로 추측은 가능하다. 당시 사람들 하는 말이 “흑에[흐게] 살리라.”가 아니고 “흙에[흘게] 살리라.”였기에 받침에 ‘ㄺ’을 썼을 것이다. ([ ]안은 발음)
정재환(방송인ㆍ한글문화연대 부대표)
2007/10/25 소년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