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당혹스러움'이다. 책에서는 '헤벨'이라고 했다. 당혹스러운 이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일 거다. 예측 가능하다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수용하기가 쉽다.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 중에 악인이 잘 되고 의인이 고난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경 속 인물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욥'이다.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당혹스러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 악이 만연하고 고통이 존재하며 하나님이 안 계신 것 같은 순간을 직면할 경우 당혹스러움은 극에 달한다. 지혜자라고 말하는 전도서의 기록자도 "세상 모든 일은 헛되다"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렇다면 허무주의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인간의 죄성과 타락한 창의성은 세상의 모든 일을 허무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세상은 허무하고 헛된 일들로 가득하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준비하며 헤벨과 같은 이 세상에서 허무주의를 타파하고 죄와 구별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억울한 죽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난, 가난과 질병, 전쟁과 아픔, 이별과 슬픔 등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우리를 지배하며 숨통을 조이는 세상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들이다. 선행의 유무, 의의 유무, 노력의 유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지혜자는 모든 것이 헛되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전도서는 우리를 낮춘다. 교만하고 오만한 모습이 어리석음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지혜는 모든 일을 형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하나님의 진리를 보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