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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이러스가 있다. 그것은 미국에서 매년 수백 명의 아기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수천 명의 아기들에게 출생결함(birth defect)을 초래한다. 출생결함에는 '비정상적으로 작은 머리와 뇌'도 포함된다. 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뭘까? 그것은 지카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보다 더 흔하고 훨씬 덜 이국적인 바이러스, 즉 거대세포바이러스(CMV: cytomegalovirus)다.
오늘날 언론과 보건당국자들이 아메리카 등지에서 퍼져나가는 지카바이러스에 온통 정신이 팔린 동안, 많은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아기들이 그보다 더 심각한 출생결함을 갖고 태어나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며, 보건단체와 연구지원 단체들이 지카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커다란 글로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출생결함은 공중보건 어젠다(agenda)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라고 스탠리 플롯킨은 말한다. 그는 은퇴한 과학자로, 1970년대에 풍진(rubella) 백신을 개발한 인물이다. 1960년대에 풍진이 크게 유행하여, 미국에서만 수만 명의 아기들에게 출생결함을 초래한 적이 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을 계기로 하여, 연구지원 단체와 공중보건 당국자들은 출생결함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CMV 백신의 개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플롯킨은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매년 25만 명 이상의 아기들이 선천성 결함 때문에 출생 직후 사망하며, 그보다 더 많은 아기들이 심각한 결함을 안고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출생결함 중에는 원인이 밝혀진 것도 있고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 "글로벌 초점이 '어린이들의 사망률 감소'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심각한 불구가 공중보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인도 푸네 대학교의 애니타 카 박사(선천성 기형 전문가)는 지적했다.
CMV는 아동건강의 주요 이슈이지만, 그 동안 관심권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매스컴을 타자, 과학자들과 활동가들은 좌절감을 느끼며,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컨대 미 국립 CMV 재단(National CMV Foundation)은 정보제공 캠페인을 통해 CMV를 지카 바이러스와 비교하고 있다(참고 1). 그들은 국민들에게 CMV의 위험을 널리 알리고 난청 증상을 보이는 유아들에게 CMV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기 위해, 많은 주(州)의 보건당국자와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CMV에 대한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CMV를 공동으로 설립한 재닐리 그린리는 말했다. 그녀는 선천성 CMV 감염으로 한 딸을 잃었고, 또 한 명의 쌍둥이 딸은 심각한 청력손실과 뇌성마비를 겪고 있다.
CMV는 성인, 어린이, 유아를 감염시키며,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무해(無害)하다. 그러나 CMV는 태아에게 훨씬 더 위험하며, 종종 치명적이다. 전세계적으로 100~500명 중 한 명의 아기가 선천적으로 CMV에 감염되는데, 그중 10~20%가 증상을 보이고, 증상을 보인 아기 중 약 30%가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기들은 종종 간, 폐, 비장이 손상되거나, 신경학적 문제(예: 발달장애, 청력상실, 시력상실)를 겪게 된다.
CMV는 1950년대부터 출생결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2년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13%와 남성의 7%가 '선천성 CMV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참고 2). 이에 대해 베일러 의대와 텍사스 소아병원에서 일하는 게일 해리슨 박사(감염병 연구가)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CM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으므로, 그저 조심하는 것(손을 잘 씻고 소아의 타액이나 소변과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방어수단이다. 해리슨 박사는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州)와 연방의 당국자들의 타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카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관련조치를 취하는 데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라고 요구했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웹사이트에는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와 조언이 넘쳐난다. 그러나 CMV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해리슨 박사는 말했다.
미국의 보건 전문가들과 CDC는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Aedes aegypti)가 퍼뜨리므로, 여름에 그 모기가 활개를 치는 남부지방에 소규모적이고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예측은 동일한 모기가 옮기는 질병(뎅기열과 치쿤구니야병)의 전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CMV가 지카 바이러스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플롯킨 박사는 말했다.
출생결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예방 가능한 요인들(예: 감염병, 약물, 식품, 환경 속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있다. 그러나 출생결함의 약 3/4은 원인불명이다. "출생결함에 대한 역학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며,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라고 카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역학연구를 하려면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과 (선천성 기형아를 기르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필요한데, 설문조사는 어머니들의 기억에 의존하므로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의 출생결함 감시 프로그램은 임신결과와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예: 약물처방 기록, 지역의 식수 및 공기 오염)를 연동시키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약물처방 기록인데, 그 이유는 임신부들이 통상적으로 임상시험에서 배제되는 관계로 '태아에 대한 약물의 안전성'에 관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개발도상국들은 기본적인 감시 프로그램조차 가동되고 있지 않다. 예컨대 지난 4월에 발표된 조사결과에 의하면, 194개의 WHO 회원국 중 120개국이 척추갈림증(spina bifida)과 같은 신경관결손(neural-tube defect)에 대한 유병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참고 3). 이에 대하 카 박사는 "우선 시급히 필요한 것은 등록(registry)이다"라고 말했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ionalcmv.org/resources/blog/february-2016/call-to-action-senate-appropriations-subcommitte.aspx 2. M. J. Cannon et al. Prev. Med. 54, 351–357 (2012)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91743512000916 3. I. Zaganjor et al. PLoS ONE (2016)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51586 ※ 출처: Nature 535, 17 (07 July 2016) doi:10.1038/535017a (http://www.nature.com/news/zika-raises-profile-of-more-common-birth-defect-virus-1.2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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