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이출(脫穎而出)
이삭의 뾰족한 부분이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모든 재능이 완전하게 드러남을 비유한 말이다.
脫 : 벗을 탈(肉/7)
穎 : 이삭 영(禾/11)
而 : 말이을 이(而/0)
出 : 날 출(凵/3)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는 독심술(讀心術)은 다년간 도를 닦은 초능력자나 할 수 있지 일반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낸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저절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재주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송곳이 튀어 나오듯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 많이 쓰는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성어가 여기에서 왔다.
성어의 이삭 영(穎)은 이삭의 뾰족한 끝 부분이나 물건의 자루, 빼어남을 뜻한다. 이 말도 유래가 똑같이 사기(史記)의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이다.
평원군은 조(趙)나라의 귀족으로 이름은 조승(趙勝)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에 각 제후국에서 수천 명의 빈객을 거느리고 세력을 키웠던 전국사군(戰國四君)의 한 사람이다.
다른 세 사람은 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 위(魏)나라의 신릉군(信陵君), 초(楚)나라의 춘신군(春申君)을 말한다.
조나라가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자 왕이 초나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평원군을 파견하게 되었다.
평원군은 자신의 식객 중에서 문무를 겸비한 20명을 뽑아 함께 가기로 했는데 19명을 뽑은 뒤 더 이상 고를 사람이 없었다. 이때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자신을 데려가기를 원했다. 바로 모수자천(毛遂自薦)이다.
평원군은 재주가 있었다면 주머니 속 송곳과 같이 벌써 알았을 터인데 하며 거절했다. 그러자 모수는 '만약 저를 좀 더 일찍 주머니 속에 넣었더라면 송곳의 끝만 드러난 게 아니라 자루까지 뚫고 나왔을 것입니다.'
使遂蚤得處囊中(사수조득처낭중)
乃穎脫而出(내영탈이출)
非特其末見而已(비특기말견이이)
뒤에 합류한 모수는 19명의 몫을 능가할 정도로 활약을 펼쳐 초나라를 설득하고 합종을 성공시켰다. 평원군은 모수를 이후 상객으로 대우했다.
▶ 脫(벗을 탈, 기뻐할 태)은 형성문자로 脱(탈)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육달월(月=肉; 살, 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제거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兌(태, 탈)로 이루어졌다. 살에서 뼈를 제거하다의 뜻이 전(轉)하여 빠지다, 벗다의 뜻을 나타낸다. 그래서 脫(탈, 태)은 ①벗다 ②벗어나다 ③벗기다 ④사면하다 ⑤풀다 ⑥나오다 ⑦빠지다 ⑧떨어지다 ⑨거칠다 ⑩소홀하다 ⑪잃다 ⑫혹시(그러할 리는 없지만 만일에) ⑬만일 ⑭전부 ⑮매우 그리고 ⓐ기뻐하다(태) ⓑ허물을 벗다(태) ⓒ느리다(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몸을 빼쳐 도망함을 탈출(脫出), 당원이 당적을 떠남을 탈당(脫黨), 밖으로 빠져서 새는 것을 탈루(脫漏), 빠져 버림을 탈락(脫落), 관계를 끊고 물러남을 탈퇴(脫退), 파충류나 곤충류 등이 성장함에 따라 낡은 허물을 벗는 일을 탈피(脫皮), 북한을 탈출함을 탈북(脫北), 법망을 교묘히 뚫거나 벗어남을 탈법(脫法), 납세자가 납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탈하는 일을 탈세(脫稅), 기차나 전차가 선로에서 벗어남을 탈선(脫線), 옷을 벗음을 탈의(脫衣), 들인 물색을 뺌을 탈색(脫色), 벗겨 버림을 탈거(脫去), 물질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을 제거함을 탈수(脫水), 우리를 빠져 도망하는 토끼의 기세라는 뜻으로 매우 신속하고 민첩함을 탈토지세(脫兔之勢), 모자를 벗어서 정수리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예의에 구애되지 않음을 탈모노정(脫帽露頂), 물고기가 그물에서 벗어나 연못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다행히 재난을 면하고 기뻐함을 탈망취연(脫網就淵), 몸을 빼쳐서 달아남을 탈신도주(脫身逃走) 등에 쓰인다.
▶ 穎(이삭 영)은 형성문자로 頴(영)은 통자(通字), 颖(영)은 간자(簡字), 颕(영)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頃(경, 영)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穎(영)은 ①이삭(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 ②자루(끝에 달린 손잡이) ③고리 ④뾰족한 끝 ⑤줄기가시 ⑥빼어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재주가 빼어나게 슬기롭고 날카로움을 영예(穎銳), 남보다 뛰어나게 영리하고 슬기로움을 영오(穎悟), 보통 사람보다 뛰어남을 영이(穎異), 특히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러한 재주를 지닌 사람을 영재(穎才), 갓 발아한 어린 식물을 영할(穎割), 재능이 뛰어나게 우수함을 이르는 말을 영탈(穎脫), 털로 만든 붓이라는 뜻으로 붓을 달리 이르는 말을 모영(毛穎), 벼나 수수 따위의 이삭이 잘 여문 것 또는 재능이 뛰어나고 훌륭함을 수영(秀穎), 뛰어나게 영리함을 기영(奇穎), 슬기롭고 영리함을 기영(機穎), 뛰어나게 영리함을 초영(超穎), 송곳의 자루를 추영(錐穎),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영탈이출(穎脫而出)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등에 쓰인다.
▶ 出(날 출, 단락 척)은 상형문자로 岀(출)은 통자(통자), 齣(척)의 간자(簡字)이다. 식물의 싹이 땅위로 돋아나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나다를 뜻한다. 그래서 出(출, 척)은 ①나다, 태어나다, 낳다 ②나가다 ③떠나다, 헤어지다 ④드러내다, 나타내다 ⑤내놓다 ⑥내쫓다, 추방하다 ⑦돌려보내다 ⑧내어주다, 셈을 치르다 ⑨버리다 ⑩게우다 ⑪샘솟다, 뛰어나다 ⑫이루다 ⑬시집가다 ⑭자손(子孫) ⑮처남 ⑯꽃잎 그리고 ⓐ희곡(戱曲)의 한 단락(段落)(척) ⓑ연극의 한 장면(척)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낳을 산(产), 살 활(活), 날 생(生), 낳을 산(産),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들 입(入), 빠질 몰(沒), 떨어질 락(落), 들일 납(納), 이지러질 결(缺)이다. 용례로는 배가 돛을 달고 떠남으로 단체가 새로 조직되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출범(出帆), 길을 떠남 또는 일을 시작하여 나감을 출발(出發), 무슨 지방이나 학교나 직업 등으로부터 나온 신분을 출신(出身), 자금을 냄이나 밑천을 냄을 출자(出資), 사회적으로 높이 되거나 유명해짐을 출세(出世), 어떤 자리에 참석함을 출석(出席), 근무처로 일하러 나가거나 나옴을 출근(出勤), 나가고 들어감을 출입(出入),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책이나 그림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보냄을 출판(出版), 집을 떠나 감이나 속세를 떠나서 승려가 됨을 출가(出家),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을 출제(出題), 사물이 나온 근거를 출처(出處), 뭇 사람 속에서 뛰어남을 출중(出衆), 같은 사물이 거듭 나오거나 생김을 중출(重出), 국내에서 외국으로 재화를 팔기 위하여 실어 냄을 수출(輸出), 문안이나 의견이나 법안 등을 내어놓음을 제출(提出), 용매를 써서 고체나 액체에서 어떤 물질을 뽑아 내는 일을 추출(抽出), 대부하기 위하여 지출함을 대출(貸出), 어떤 목적을 위하여 금전을 지불하는 일을 지출(支出), 새로 이루어서 생겨 남을 창출(創出), 뿜어 나옴이나 내뿜음을 분출(噴出), 한 목적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기 금품을 냄을 각출(醵出), 감춰지거나 가려져 있는 대상이나 사실을 보이거나 알 수 있도록 드러내는 것을 노출(露出), 불필요한 물질을 밀어서 밖으로 내보냄을 배출(排出), 위험한 상태에서 구하여 냄을 구출(救出),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는 출이반이(出爾反爾), 부모님께 나갈 때는 갈 곳을 아뢰고 들어와서는 얼굴을 보여 드린다는 출곡반면(出告反面),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평판이나 명성을 출람지예(出藍之譽), 봄이면 새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 위에 올라앉는다는 뜻으로 사람의 출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출곡천교(出谷遷喬), 평범한 부류에서 훨씬 뛰어남을 출류발췌(出類拔萃)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