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주에 대한 기관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기관들은 완성차 종목 중 현대자동차는 사면서 기아자동차는 팔고 있다. 엔화 약세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자동차주를 보유하는 펀드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현대차로 보유 종목을 바꾸고 있다.
올해 초 이후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현대자동차가,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기아자동차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후 21일까지 기관은 현대차를 784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아차를 1696억원 순매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태도가 엇갈리는 것은 자동차 관련주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종목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업종을 반드시 보유하는 펀드들이 있다"며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하나인 자동차주를 완전히 빼버릴 수는 없으니 상대적으로 전망이 나은 현대차를 사고 기아차는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를 5%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형 펀드 734개의 연초 이후 18일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1.5%를 기록했다. 반면 기아차를 5% 이상 보유한 43개의 평균 수익률은 -2.5%를 기록해 현대차보다 낮은 결과를 보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4%다.
자동차주는 엔화 약세에 실적 부진까지 이어지며 하락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일본 자동차 업체와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1월 이후 13%가량 하락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엔화 약세 국면은 처음 겪어보기 때문에 현재 주가 부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자동차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증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차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 추정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와 12% 상승한 22조3050억원과 2조3308억원이다. 기아차는 13%와 27% 상승한 12조3717억원과 1조33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현대차는 증권사 추정치에 부합하는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기아차는 높은 환율 민감도와 모델 노후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1일 이 날도 자동차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2일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와 5%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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