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오염수 장외투쟁 총집결”… 일부 지역위 ‘참석 인증샷’ 요구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
주말 서울 ‘오염수 집회’ 앞두고
전국 지역위 동원 경쟁 불붙어
당내 “충성경쟁하나” 불만 속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3.06.28. 뉴시스
“각 지역위는 깃발을 들고 참석해달라. 도당 깃발은 오후 3시에 집회 장소에 세우겠다. 오후 3시 30분까지 도당 깃발 주위로 모여 달라.”(더불어민주당 한 지역위원회의 문자메시지 공지)
다음 달 1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리는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전국 지역위원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연일 “이번 주 토요일, 남대문으로 모여 달라”며 장외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 ‘동원’ 경쟁이 붙은 것. 특히 일부 지역위원회가 참석 ‘인증샷’과 함께 엑셀로 정리된 참석자 명단을 요구하면서 당내에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민주당, 1일 장외투쟁에 총집결 독려 공문
최근 민주당은 각 시도당에 발송한 공문에서 이번 규탄대회 참석 대상으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 전국위원장, 주요 당직자와 지역위 핵심 당원 등’을 명시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중앙당에서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각 시도당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일 남대문을 시작으로 호남, 제주 등 전국을 돌기로 한 상황이라 첫 장외집회 참석 인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발언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당직자와 각 보좌진들도 사실상 전원 동원되는 분위기다.
각 시도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참여 인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한 의원실은 “당 차원의 동원령이 내려졌다고 하면 비판 여론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인지 이번엔 말을 안 해도 지역위들이 각자 알아서 동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지역위는 지역위 깃발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과 직책 및 이름을 명시한 참석자 명단을 사후 요구하겠다고 공지했다. 도당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인원 체크를 하는 곳도 있다. 한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참가 희망자를 사전에 추려서 엑셀에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 “총선 앞두고 충성 경쟁하나” 부글부글
사실상 주말 장외투쟁에 강제 동원령이 내려진 데 대해 당 내부 불만도 들끓는 분위기다. 전북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위원장 성향, 공천 경쟁자 여부 등에 따라 충성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했다. 광주 지역 관계자는 “서울에서 열리면 수도권만 중심으로 하면 되는데, 장마철에 멀리서 동원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그렇다고 해서 총선을 앞두고 올라가지 않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충청 지역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보좌진을 포함해 50명 정도가 집회에 참석하기로 해 전세버스도 따로 예약했다”고 했다.
장외투쟁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지역 관계자는 “장외투쟁은 원내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보고 하는 것”이라며 “장외집회와 단식농성, 삭발 등 극단적인 방식이 단기적으로 이목을 끌 수는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국을 돌며 괴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당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앞세워 국민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의) 선동 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성일종 TF위원장도 “전국을 돌면서 우리 수산물이 마치 먹어선 안 될 음식인 것처럼 선동하며 우리 어민들을 죽이는 짓을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허동준 기자, 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