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미용실에서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는 키요미 로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을 자주 본다. “내오미, 카이오미, 때로는 키미라고 해요"라고 씁쓸해 하던 그는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대처할 만해요.”
그런데 친구나 지인이 샤페이 반려견 이름을 까먹으면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브루노란 소리를 많이 들어요. 아뇨, 브루투스라고요! 개야 상관없지요. 하지만 난 개 때문에 상관있어요."
며칠 전 아침에 콜로라도 대학 캠퍼스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서 로는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민감한 주제는 친구의 반려견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일까? 그게 에티켓이냐? 였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타일리스트 젠 하임스는 "큰 질문”이라며 때때로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를 한다고 인정하면서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많은 반려견 이름을 잘못 부른다. 예를 들어 '푸키 어떠니?’라고 했는데 ‘루퍼스라니까!’란 답이 돌아오는 일 같은 것이다.” 대부분은 웃고 마는데 "몇몇은 '반칙'이란 식으로 나온다"고 했다.
하임스는 반려견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친구에게 얼마나 반려견이 중요한 존재인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 차별!"라며 웃었다. 하임스는 고양이 이름 코스모스를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며 심지어 자신도 "키티"라고 부른다고 했다.
미용실 주인 알 우르바노프스키(58)는 친구 반려견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항목 하나를 더했다.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친구인가 하는 것이다. 우르바노프스키는 아홉 살 때 가장 친한 친구의 반려견 이름 위스키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이웃에 많은 반려견들과 살아가는데 과거 이웃들과의 관계 때문에 반려견과 사람 이름을 똑같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인간과의 연결은 나이를 먹으며 바뀐다며 기억할 수 있는지,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도 바뀐다고 했다. 그가 스물다섯 살 때는 친구들과 외출하거나 하이킹을 갈 때도 늘 반려견을 데려가 친구를 사귀는 데 커다란 몫을 차지했다.
“아이들을 갖기 시작하면서 견공 이름은 혀에만 맴돌았다." 견공 이름은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미용실 안의 몇몇은 반려견 주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이름을 지어놓곤 사람들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타박한다는 것이다.
로는 “이름이 재미있을수록 기억하기 쉽다"며 “데릭처럼”이라고 말했다. NYT 기자는 "그 이름이 기억하기 쉽냐?"고 반문했는데 로는 물러서지 않았다.
하임스는 "스카이워커처럼”이라고 내뱉으며 고객의 반려견 이름 하나가 가물거린다고 했다. 그러자 동료 스타일리스트 매디신 크랜델이 엄마의 잉글리시 불독 두 마리 중 한 마리 이름인 "빅 튜나"를 말했다. 다른 한 마리 이름은 루시였는데, 미용실의 토론 그룹은 기억하기 힘든 이름이라고 의견 일치를 봤다.
제이슨 오언스는 열한 살 아들 라이더가 머리를 자르는 옆에서 충직하게 서 있었는데 친구의 코르기 견공 더그 이름을 댔다. 그는 “더그 같은 이름을 어떻게 까먹겠는가”라며 "만약사람 이름이었으면 아마 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언스 집안의 로트와일러 견공 더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오언스는 대다수 친구들이 더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면서도 자신의 별명 치키는 기억하고 있어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더비는 가장 다정한 견공이었다. 돌처럼 멍청했지만 가장 다정했다. 친구들이 더비를 멍청했다고 말해도 아무 상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나 같으면 '그래, 맞아,그 녀석 돌처럼 멍청했어'라고 말할 것 같다."
반려견 이름을 까먹은 것을 못 견뎌하는 이도 있다. 미용실의 접객요원 크리스천 후에르타는 핏불 믹스견 프리다와 함께 지내는데 친구가 거듭거듭 '프레야'라고 잘못 부르더란 것이다. 후에르타는 친구가 온다고 할 때 여러 차례 문자를 보내 '프리다가 너를 보고 싶어 들떠 있어. 프리다라고 또박또박 말했어. 그러면 내 친구는 '프레야!"라고 말해. 그러면 난 화가 나겠지'라고 한다고 했다.
물론 후에르타 역시 “아마도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다"는 것을 잘 안다. “어쩌면 내가 민감할 수도 있다.” 이어 뭔가 다른 중요한 것, 예를 들어 생일을 잊어버린 일을 떠올려 보라고 했다. "우리 견공을 그렇게 많이 사랑한다면 난 괴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