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복
화성전문요양원에서 새내기 생활복지사로 근무한지 이제 8개월째 접어듭니다.
돌이켜보건데 누리고 있는 복과 배움이 많아 나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나, 원장 스님으로부터 직원과 어르신을 배려하는 큰 공심을 배웁니다. 홀홀단신 승려 생활에 소유할 것 얽매일 것 없으니 베풀고 배려함에 물 흐르듯 하여 그 큰 공심의 법도를 배웁니다. 이곳 저곳 살펴 부족함이 없는지 승복 하나 걸쳐입고 오는 모든 것 세상으로 다시 흘려보내니 막힘없는 삶. 그 가난한 마음, 온 몸으로 나누시니 그 큰 공심을 모시고 사는 복입니다.
“분수에 알맞은 곳에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고 바른 서원을 세우고 살아야 합니다.”
하늘 같은 말씀 덧붙여주시니 복입니다.
둘, 수년에서 수십년간 실무 경험을 가진 수퍼바이저로부터 지혜를 배웁니다. 아무 것도 잘 모르는 사회초년생, 다듬어 놓은 길 없어 이것 저것 여쭤서 행하니 이런 길, 저런 길 잘 헤아려 다듬어주고 기관의 뜻 크게 거스르지 않게 해주시니 큰 복입니다.
“세 번 생각해서 말하고 입장 바꿔 생각하는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셋째, 누워서 들어오신 어르신 얼마 뒤에는 걸어다니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거들며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들...
나날이 우주가 길러낸 음식을 조리하여 어르신께 올려드리는 조리원 선생님,
생활 속에 어르신 삶 거들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생활지도원 선생님,
어르신 이동 용이토록 보조하며 거드는 운전기사 선생님,
집안 곳곳 점검하며 어르신 생활 공간을 수리하고 살펴주시는 관리인 선생님,
어르신 의복 유쾌한 기분으로 입으실 수 있도록 세탁해주시는 위생원 선생님,
날마다 어르신 건강 확인하며 불편하신 점 없는지 살피는 간호사 선생님,
이곳 저곳 아프고 구축된 몸 어루만지며 기존의 삶을 영위토록 신체 회복 도와주시는 물리치료사 선생님,
필요한 일이 없는지 바쁜 시간 만들고 마음의 길을 내어 봉사활동하러 오시는 여러 선생님,
기적의 밀알을 심어 하늘이 내린 일들을 하고 계신 모습에서 큰 공덕을 배워가는 복입니다.
넷째, 어려움에 봉착해도 어려움을 진중히 말씀드리면,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온 어르신으로부터 깊은 삶의 지혜를 구할 수 있어서 큰 복입니다.
“아무리 열매가 많이 열려도 뿌리 하나 살리지 못한다네. 한 부모가 열자식을 기르나 열자식은 부모 하나 살리지 못한다네. 그러니 사람은 모름지기 바탕을 일구어야 하네.”
“작은 나무는 큰 나무 그늘 밑에서 자라지 못하지만 사람은 큰 사람 밑에서 자라야 제대로 클 수 있다네. 그리고 나 자신과 용기를 믿게나.”
여기 저기 들려주시는 어르신들 큰 말씀들
엇길로 가지 않게 도와주시지요. 국자가 국물맛을 모르듯 제 자신이 하나를 알아도 참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알았던 들 제대로 행하지 못할까 두렵고 부끄러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요. 젊은 날의 객기와 논리보다 더 큰 삶과 지혜가 있어 그 억겁의 말씀들이 내면의 바닥을 어루만져줍니다.
다섯째, 원 주변 경관이 좋아 때때로 가슴을 열고 하늘과 땅, 우주를 만나 내 자신과 벗하는 큰 복
여섯째, 좋은 일 행한답시고 쓰고도 남을 급여까지 주는 큰 복입니다.
세상에 나오기 두려워 관념과 벗하다
심신이 바닥을 헤메는 청년 하나가
인격과 관계를 기르도록 그 바탕을 세워주시는 사람과 자연이 있지요.
그 속에 의롭고 참되고 바른 말과 행동을 길러 참인간됨의 바탕을 기르도록
도와주시니 하늘이 내린 복입니다.
재능없고 부족하고 탈많고 불안정한 몸과 정신이 있어
걸언하여 여쭙고 물어보며 바탕 기르는 복이 되고
앎은 먼지 같고,무지와 어리석음이 태산같아
이 결핍이 오히려 걸언하고 의논하는 바탕이 되니
모름다움의 바탕이 아름다움의 꽃을 피우게 합니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을 이긴다 했고
천심으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님들' 속에 사니,
님
가랑잎 한 잎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 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거든
마루 끝에서 문간까지
마음에 능라비단도
널찍이 펼치소서
- 김 지 하 -
다른 사람의 경박함에서 내 경박함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강점에서 내 강점을 보니
여유로운 마음 들어차고,
점수따러 봉사하러 온 님들,
입소 문의하러 오신 님들,
시설 놀러온 유명 인사님들,
가리지 않고 모든 님들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으로 오시니
오로지 인격과 성품을 기르는 구실로 삼아
배우고 또 배우는 만가지 복입니다.
성실한 마음과 부드러운 말과 행동 하나가
내면을 관조하고 숨 고르는 것보다 만가지 나은 일이라 했으니
그 도를 배우는 복天福입니다.
모든 구실이 사회사업이라 했으니,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자연스러운 것의 바탕으로 되고,
프로포절이든, 프로그램이든, 방문객이든,
햇빛이든, 바람이든, 사람이든, 풀이든, 분노든, 미소든
모든 구실이 걸언하고 의논하고 배우고 인격을 가꾸는 바탕이 됩니다.
나의 오해가 타인의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나의 어리석음을 보여 걸언하면,
내 어리석음으로 다른 사람의 지혜를 살릴 수 있으니
인격까지 함께 가꾸는 큰 복입니다.
좋은 일 한답시고,
급여 받고 배움 있고 인격까지 다듬으니
복이 지나쳐 독毒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첫댓글 진원오빠.... 감동했어요. 참 멋있어요.
이처럼 두려움으로 받드는데 어찌 독이 되겠는가. 감사하여 누리시게나.
복과 배움이 많아 나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나도 복과 배움이 많아 나눌 것이 참 많다.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이고 혜택받은 사람이다. /// 모든 구실이 걸언하고 의논하고 배우고 인격을 가꾸는 바탕이 됩니다. - 모든 일이 사회사업의 구실일 뿐더러, 진원이는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든지 자신을 위해 적용하니 '위기지학'이로구나
복을 복으로 아는 사람, 진원선생님이 참 귀하세요. 복을 이렇게 널리 알려주시니 또 감사합니다. *^^* 진원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꿈을 꾸어봅니다.
진원이 형,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