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5형제였거늘, 어쩌다보니 셋만 남아..
그게 내 탓도 아니고, 또한 니 탓도 아니었건만!
위로만 하고 살아도 서로 안쓰럽거늘,, -;;
간만에 엄마 모시고, 동생 사는 곳으로 여행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 동생이 편안해보여 정말이지 참 좋았습니다..
엄마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앞에서 완전 17세 소녀가 됩니다.
원, 그렇게나 아들이 좋을까요..보기만 해도 아까운가 봅니다.
가는 길에 어찌나 폭설이 내리던지..
눈구경 실컷 했고,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답니다.
사실 효가 별거 아닌데..형제끼리 잘 지내는 게 큰 효인데!
암튼 파대감 덕분에 엄마 모시고 여행 잘 하고 왔네요~ 감솨^^* .
제 얘기만 주절주절 하고 가기 뭐해 아침에 읽은 글 하나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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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니홍조(雪泥鴻爪) / 한양대 정민
송나라 때 소식(蘇軾)이 아우 소철(蘇轍)에게 화답한 시는 이렇다. "인생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한가. 기러기가 눈 진흙을 밟는 것과 흡사하네. 진흙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았어도, 날아가면 어이 다시 동서를 헤아리랴. 노승은 이미 죽어 새 탑이 되어 섰고, 벽 무너져 전에 쓴 시 찾아볼 길이 없네. 지난날 험하던 길 여태 기억나는가? 길은 멀고 사람 지쳐 노새마저 울어댔지.(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蹈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老僧已死成新塔,壞壁無由見舊題. 往日崎嶇君記否, 路長人困蹇驢嘶.)"
시의 뜻은 이렇다. 사람의 한 생은 기러기가 눈 쌓인 진흙밭에 잠깐 내려앉아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다. 기러기는 다시금 후루룩 날아갔다. 어디로 갔는가? 알 수가 없다. 예전 우리 형제가 이곳을 지나다가 함께 묵은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를 맞아주던 노승은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나 새 탑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예전 절집 벽에 적어둔 시는 벽이 다 무너져 이제 와 찾을 길이 없다. 분명히 내 손으로 적었건만 무너진 벽과 함께 흙으로 돌아갔다. 노승은 육신을 허물고 탑 속으로 들어갔다. 틀림없이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다. 여보게 아우님! 그 가파르던 산길을 기억하는가? 길은 끝없이 길고, 사람은 지쳤는데, 절룩거리는 노새마저 배가 고프다며 울어대던 그 길 말일세. 이제 그 기억만 남았네. 그 안타깝던 마음만 이렇게 남았네.
설니홍조(雪泥鴻爪)란 말이 이 시에서 나왔다. 눈 진흙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란 말이다. 분명히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자취만 남고 실체는 없다. 한 해를 바쁘게 달려왔다. 일생을 숨 가쁘게 살아왔다. 여기저기 어지러이 뒤섞인 발자국 속에는 내 것도 있겠지. 아웅다웅 옥신각신 다투며 살았다. 한번 밀리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사생결단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보니 덧없다. 발자국만 남기고 기러기는 어디 갔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들이 오늘도 `사는 해 백년을 못 채우면서, 언제나 천년 근심 지닌 채 산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90대 노부부는 세밑의 구세군 냄비에 2억원을 넣고 자취를 감췄다. 천년만년 절대 권력을 누릴 것 같던 독재자는 심근경색으로 돌연히 세상을 떴다. 누구나 죽는데 그것을 모른다. 자취가 남은들 어디서 찾는가? 눈이 녹으면 그 자취마저 찾을 길이 없으리.
첫댓글 자주 함께 모시고 다니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운짱도 보람있게 하면서
보낸 이틀 이었습니다.
시안님의 좋아라 하는 모습도 보기좋았습니다.
순하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말도 행동도 표정도..모두 고분고분 순하게 다니니 정말 좋았습니다.
암튼, 파대감 늘 감사하고 앞으로도 종종 부탁함돠^^
행복한 모습이 너무좋습니다 늘 ~ 행복하세요...
어무니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는데 괜시리 죄송하네요-;;
책 한 권 샀는데,, 언제 드리나..
보기도 아까운 아들...... 울 엄마도 그러셨답니다. ㅎㅎ 보기좋아요
그렇게나 아들을 좋아하지만, 행여 눈꼽만큼이라도 아들이 귀찮을까봐..
단 이틀도 못 주무시고 오시는 분이랍니다..ㅉㅉ
나는 나중에 아들이 보고 싶으면, 가서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와야지..합니다.-;;
오마니 돌아가신 분들께는 우째 좀 죄송하네요..^^
어쩌다 혜수님 만나도, 눈인사만 주고 받을 뿐,, 서로 오가기 바쁘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