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 괜찮다니까요.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데요, 뭘..
제가 만만하고 편한 거겠죠.
그게 어디에요?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오늘은 동대문 쇼핑몰을 한 바퀴 돌고 싶대요.
물어보나마나, 남자친구 선물 사러 가는 거겠죠, 뭐.
전, 짐꾼에다 배달원으로 임명된 거구요.
대신 쇼핑 끝나고 영화 한 편 같이 보자고 했더니, 웬일로 그러자네요.
혹시 남자친구랑 싸운 걸까요?
아님 새해 제 소망대로...두 사람, 헤어진..걸까요?
근데 목소리를 들어서는, 아직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역시나 남자 옷 파는 층부터 올라가네요.
남자 바지 파는 매장에 왔는데, 한 여자가 흥분해서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뭐라구? 나쁜 놈이네...그냥 끝내버려~무슨 미련을 가져?”
딱 제 마음 같네요...저도 그녀가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가끔 의심스러워요.
진짜 남자친구가 미국에 있긴 한 건지...말이에요.
귀찮게 구는 남자들한테 방패막이로 쓸려고 만든
아바타 남자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종종 들거든요.
어제 그녀 생일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잊은 것 같더라구요.
자존심 상해서 말은 안 하는데...조용한 걸 보면 틀림없어요.
작년엔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고 난리를 쳤거든요.
이러니..제가 남자친구가 진짜 있긴 한 건지..의심을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처음엔 진짜 없는 줄 알았어요.
주말에 전화해보면 항상 집에 있고,
생일에도 친구들하고 같이 있다고 하고...
개봉관에서 하는 영화 봤냐고 물어보면 본 영화가 없고..
그러니까 당연히 남자친구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귀자고 고백했었는데...그 때 알았어요.
자기 남자친구 있다면서...미국에서 공부 중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농담이라고 웃어 넘겼죠..뭐.
그리고 친구하자고 그랬어요.
필요할 때마다 부르라고....그래서 그 때부터 자청해서 짐꾼이 된 거죠.
왠지 오늘따라 그녀 얼굴이 어두워 보입니다.
이번엔 속옷까지 챙겨서 보낼 작정인가 봐요.
민망해서 담배 한 대 피고 오겠다고 하니까..골라 달래요.
날 너무 동성친구처럼 생각하는 거..아닐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우정으로 딱딱하게 포장된 사랑은 늘 탈출을 꿈꾼다고,
우정 안에서 사랑은 곪아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