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49잔 자랑, 이시바 당선은 한국에 호재 인맥 없는 게 문제 / 9/30(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한국 음식은 뭐든지 다 먹고, 화요소주로 대접했더니 술 마시는 기세가 좋았다」
한국의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대사 시절 만난 적이 있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에 대해 29일 이같이 회상했다. 강 씨는 「나이도 비슷하고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대사로 있을 때 몇 차례 관저로 불러 식사를 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의연하게 대처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갈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제102대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이시바 씨에 대한 역대 주일대사의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지난달 이임한 윤덕민 전 대사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며 "역사관도 자민당 의원 중 가장 옳다"고 평가했다. 이어 "면담 때마다 동북아 정세나 역사 문제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주일대사 출신의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도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위안부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저서에서 쓰는 것처럼 책임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카이치 사나에 씨나 고이즈미 신지로 씨가 당선됐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걱정됐지만 이시바 씨가 당선돼 정말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 "'소맥' 49잔 자랑도 한국이 참 좋다
정치권에서도 한국에 유화적인 이시바 씨의 당선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성호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사관에서 조찬 모임을 가졌는데 '소맥 폭탄주'를 49잔까지 마셔봤다고 술 실력을 자랑했다"며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우호적인 얘기를 많이 한 게 인상 깊다"고 전했다.
한 야당권 베테랑도 "아주 오래 이시바 씨와 교류해 왔지만 특정 파벌도 없이 오래 자기 자리를 지켜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현재 자민당이 보수 강경파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수교 60주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경솔한 기대는 금물이지만 온건파인 신임 총리에게 기대가 크다"며 "김대중 전직 대통령과 공동선언을 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와 같은 길을 걷는 제2의 오부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대통령실 중개할 적절한 인력 부재
하지만 한국 대통령실과 이시바 씨를 직접 연결할 만한 핵심 인력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바 씨는 한일 정치권을 잇는 초당적 모임인 한일의원연맹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12선의 정치인이지만 워낙 비주류여서 현재 이시바 씨와 정말 친하다는 의원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계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제인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를 포함해 이시바 씨를 직접 알고 있다는 재계 인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경단련 등을 통해 이시바 정권이 산업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일각에서는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역할론을 언급하고 있다. 두 명의 전직 총리가 이번 총재 경선 결선에서 이시바 씨를 지지해 킹메이커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시바 내정자는 당선 이틀 뒤인 29일 스가 씨를 아소 다로 전 총리가 맡고 있던 당 부총재로 내정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씨는 기본적으로 한일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자신의 큰 정치적 공적으로 보는 기시다 총리도 우리에겐 좋은 자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