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천장(爪甲穿掌)
손톱이 손바닥을 뚫는다는 뜻으로, 굳게 결심을 실천하다. 자기가 뜻했던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말이다.
爪 : 손톱 조(爪/0)
甲 : 갑옷 갑(田/0)
穿 : 뚫을 천(穴/4)
掌 : 손바닥 장(手/8)
마음먹은 대로 해나가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게 보통 사람이다.
난봉 자식이 마음 잡아야 사흘이라는 속담은 개인이 약속을 못 지키지만, 조정 공론 사흘 못 간다는 말은 나라라고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상없어도 꼭 지키리라 하는 거창한 결심은 한신(韓信)의 배수지진(背水之陣)이나 항우(項羽)의 파부침주(破釜沈舟) 등이 잘 말해 준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살아서 돌아가기를 기약하지 않아야 살 길이 생긴다는 가르침이다.
개인이라고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단단한 마음가짐이 사흘을 넘기지 못할 일은 없다. 학문을 이룰 때까지 왼 손을 펼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가 성공한 뒤에 펴 보니 손톱(爪甲)이 길어져 손바닥을 뚫었다(穿掌)는 성어가 있으니 말이다.
이 말은 조선시대 민간에서 수집한 이야기를 윤색한 패관(稗官) 문학의 결정판 대동기문(大東奇聞)에서 유래했다. 이 책은 개국 초부터 약 250년 동안의 야사와 설화, 일기, 수필 등이 광범하게 채록되어 귀중한 자료가 되어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이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양연(梁淵)이 자기가 뜻했던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그는 조선 초기 초기 대제학을 지낸 유명한 학자 양성지(梁誠之)의 손자이기도 하다. 양연은 젊은 시절 음직(蔭職)으로 관직에 나갔으나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다가 마흔의 나이에 문과에 급제했다.
그가 마음을 다잡고 절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왼 손을 쥔 채 문장을 이루지 못하면 펴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握左手 不爲文章 誓不開手.
악좌수 불위문장 서불개수.
일 년 남짓 지나 ‘과거에 급제한 날 그제야 손을 펼쳐 보니 손톱이 손바닥을 뚫었다’고 했다.
後登科日 始欲開手則 爪甲穿掌.
후등과일 시욕개수즉 조갑천장.
처음에 다짐했던 결심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웠거나 주변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변명에 불과하다.
큰일을 이룬 사람은 시작하기 전에 면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손바닥까지는 뚫지 않더라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다.
▶️ 爪(손톱 조)는 ❶상형문자로 爫(조)는 동자(同字)이다.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물건을 집어 올리려는 형상을 본뜬 글자이다. ❷상형문자로 爪자는 ‘손톱’이나 ‘갈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爪자를 보면 마치 갈퀴와 같은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손톱으로 무언가를 긁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손톱’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爪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단순히 ‘손’이라는 뜻만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爪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쓰임이 다르다. 참고로 爪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爫(손톱 조)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爪(조)는 ①손톱 ②갈퀴 ③메뚜기(물건이 벗겨지지 않도록 꽂는 기구) ④긁다, 할퀴다 ⑤손톱, 발톱을 자르다 ⑥움켜잡다 ⑦돕고 지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염습할 때에 죽은 사람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넣는 작은 주머니를 조낭(爪囊), 손톱의 조각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조분(爪分), 발톱이 있는 갖가지 동물을 조속(爪屬), 세밀하게 살핌을 조찰(爪察), 그릇의 한 가지를 조첨(爪尖), 손톱과 발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조갑(爪甲), 손톱이나 발톱에 할퀴어 된 상처를 조상(爪傷), 손톱으로 긁은 자리에 균이 들어서 생긴 염증을 조독(爪毒), 손톱과 어금니 또는 매우 쓸모가 있는 사람이나 물건을 조아(爪牙), 손톱이나 짐승의 발톱 등으로 할퀸 자국을 조흔(爪痕), 조각 짐승의 발톱과 뿔이란 뜻으로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여 주는 물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조각(爪角), 손톱을 아름답게 다듬는 일을 미조(美爪), 손톱으로 손가락 끝에 붙어 있는 딱딱하고 얇은 조각을 수조(手爪), 강철처럼 단단한 손톱을 강조(鋼爪), 날카로운 손톱이나 발톱을 예조(銳爪), 기러기나 눈이나 진흙 위에 남기는 발자국을 홍조(鴻爪),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새의 발톱을 구조(鉤爪), 발톱이나 어금니 같은 선비라는 조아지사(爪牙之士) 등에 쓰인다.
▶️ 甲(갑옷 갑, 친압할 압)은 ❶상형문자로 새싹이 싹트면서 아직 씨앗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싹이 나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전(轉)하여 처음, 제일을 뜻한다. 또 씨의 겉껍질을 뜻한다. 단단한 껍데기에서 전(轉)하여 갑옷의 뜻이 되고, 음(音) 빌어 천간(天干)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甲자는 ‘갑옷’이나 ‘딱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甲자는 딱딱한 껍질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는 甲자가 갑옷에서 유래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골문에서의 甲자는 단순히 十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미늘 조각을 연결해서 만든 찰갑(札甲)의 문양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숫자 十(열 십)자와 혼동을 피하고자 둘레를 감싼 형태로 바뀌게 되면서 지금의 甲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참고로 甲자는 천간(天干)의 첫 번째 글자로도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甲(갑, 압)은 ①갑옷 ②딱지(몸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 ③껍질 ④첫째 ⑤아무개(이름 대용) ⑥손톱 ⑦첫째 천간(天干) ⑧첫째 가다 ⑨싹트다 그리고 ⓐ친압(親狎)하다(버릇없이 너무 지나치게 친하다)(압)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살갗 부(膚), 껍질 각(殼), 가죽 피(皮), 겉 표(表), 갑옷 갑(鉀), 갑옷 개(鎧), 가죽 혁(革)이다. 용례로는 갑옷과 투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갑주(甲冑), 첫째 가는 부자를 갑부(甲富), 같은 나이를 갑장(甲長), 큰 배나 군함의 위에 철판이나 나무 등으로 깐 넓고 평평한 바닥을 갑판(甲板), 육십갑자의 첫째를 갑자(甲子), 열한 번째를 갑술(甲戌), 스물한 번째를 갑신(甲申), 서른한 번째를 갑오(甲午), 마흔한 번째를 갑진(甲辰), 쉰한 번째를 갑인(甲寅), 예순 한 살 되는 해를 갑년(甲年), 무장한 병정을 갑철(甲鐵), 곱으로 쳐서 받는 이자를 갑리(甲利), 크고 너르게 아주 잘 지은 집을 갑제(甲第), 으뜸가는 종류를 갑종(甲種), 갑옷과 투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갑주(甲冑), 재주를 부려 변신하는 술법을 둔갑(遁甲), 튼튼하게 만든 갑옷을 견갑(堅甲), 쇠로 만든 갑옷을 철갑(鐵甲), 나이 만 60세를 가리키는 말을 주갑(周甲), 같은 나이 또는 나이가 같은 사람을 동갑(同甲), 나이가 같은 또래의 사람을 연갑(年甲), 첫째 자리를 차지함 또는 두목이 됨을 거갑(居甲), 갑이라는 집과 을이라는 정자라는 갑가을정(甲家乙亭), 갑이라는 남자와 을이라는 여자라는 갑남을녀(甲男乙女), 갑이 논하면 을이 논박한다는 갑론을박(甲論乙駁) 등에 쓰인다.
▶️ 穿(뚫을 천)은 회의문자로 穴(혈)과 牙(아)의 합자(合字)이다. 엄니로 구멍을 뚫음의 뜻이다. 그래서 穿(천)은 ①뚫다 ②꿰뚫다 ③뚫어지다 ④개통하다 ⑤통과하다 ⑥관통하다 ⑦실을 꿰다 ⑧신발을 신다 ⑨옷을 입다 ⑩구멍 ⑪묘혈(墓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뚫을 찬(鑽), 뚫을 착(鑿)이다. 용례로는 구멍을 뚫음 또는 학문을 깊이 연구함을 천착(穿鑿), 구멍을 뚫음 또는 위벽이나 복막 등에 상해 구멍이 남 또는 그 구멍을 천공(穿孔), 떨어진 옷을 꿰맴을 천결(穿結), 담을 뚫음을 천장(穿墻), 시체를 묻기 위하여 구덩이를 파는 일을 천광(穿壙), 나라 안을 꿰뚫고 지나감을 천국(穿國), 바늘에 실을 뀀을 천닌(穿紉), 길을 꿰뚫고 지나감을 천도(穿道), 땅을 팜 또는 그 구덩이를 천지(穿地), 옷을 입음을 천착(穿著), 옷을 뒤집어 입음을 반천(反穿), 꿰뚫는다는 뜻으로 학문에 널리 통함을 관천(貫穿), 구멍을 뚫는 일에 종사하는 장인을 천혈장(穿穴匠), 식물의 잎에 작은 구멍이 동그랗게 뚫리는 병을 천공병(穿孔病), 문장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사상이 달의 허리를 뚫는다는 뜻으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문장을 이르는 말을 사천월협(思穿月脅),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우수천석(雨垂穿石), 옷은 헤어지고 신발은 구멍이 났다는 뜻으로 빈천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의리폐천(衣履弊穿), 굳은 의지로 업을 바꾸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철연미천(鐵硯未穿), 담에 구멍을 뚫는다는 뜻으로 재물이나 여자에게 탐심을 가지고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감을 이르는 말을 유장천혈(窬墻穿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수적천석(水滴穿石),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공자천주(孔子穿珠) 등에 쓰인다.
▶️ 掌(손바닥 장)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손 수(手=扌;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에 위의 뜻을 가진 尙(상, 장)으로 이루어졌다. 손을 위로 향하게 한 윗부분 곧 손바닥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掌자는 ‘손바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掌자는 尙(오히려 상)자와 手(손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尙자는 집 위로 무언가가 뻗어 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掌자는 이렇게 위로 무언가가 뻗어 나가는 모습을 그린 尙자를 응용한 글자로 여기에 手자를 결합해 손의 위쪽인 ‘손바닥’을 뜻하고 있다. 掌자는 단순히 ‘손바닥’만을 뜻하지 않고 ‘맡다’나 ‘장악하다’와 같이 손바닥을 폈다가 쥐는 것과 같은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掌(장)은 ①손바닥 ②동물의 발바닥 ③솜씨, 수완(手腕) ④늪, 못, 웅덩이 ⑤손바닥으로 치다 ⑥맡다, 주관하다 ⑦주장하다 ⑧바로잡다, 고치다 ⑨받들다, 헌신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손에 쥠이나 손에 넣음으로 세력 등을 온통 잡음을 장악(掌握), 손바닥 안을 장리(掌裏), 맡아서 주관함을 장관(掌管), 손바닥을 이루는 다섯 개의 뼈를 장골(掌骨), 자기가 맡아보는 일의 범위 안을 장내(掌內), 일을 맡아서 처리함을 장리(掌理), 시험을 관장함을 장시(掌試), 손바닥이나 발바닥의 한가운데를 장심(掌心), 도장 대신 찍는 손바닥 무늬를 장인(掌印), 금전의 출납을 맡아보는 사람을 장재(掌財), 극히 짧은 작품을 장편(掌篇), 손바닥을 편 모양을 장상(掌狀), 손바닥 자국을 장적(掌跡), 한쪽 손바닥을 고장(孤掌), 손바닥으로 손의 안쪽을 수장(手掌), 차지하여 맡아봄을 관장(管掌), 책임지고 맡아서 함을 주장(主掌), 두 손바닥을 마주침을 박장(拍掌), 사무를 한 부분씩 나누어 맡아서 처리함을 분장(分掌),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반장(反掌), 여러 가지 일을 다 겸하여 맡아 봄을 겸장(兼掌), 그 직무를 맡은 사람을 해장(該掌),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는 뜻으로 매우 용이함이나 아주 명백함을 지장(指掌), 손안에 있는 보옥으로 보배처럼 여기는 사랑하는 자식이나 매우 귀중한 물건을 장중보옥(掌中寶玉),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음을 박장대소(拍掌大笑),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뜻으로 혼자서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을 고장난명(孤掌難鳴), 다리와 손에 비길 만한 신하라는 뜻으로 임금이 가장 신임하는 중신을 이르는 말을 고장지신(股掌之臣), 쉽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음을 이여반장(易如反掌), 손바닥 위에서 움직인다는 뜻으로 아주 쉬움을 이르는 말을 운지장상(運之掌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