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
춘천마라톤에 15회째 다녀왔다.
금년들어 동아에서 서브3 하나 하고, 긴장의 끈이 풀릴 무렵
9월 송도에서 다시 도전하였으나, 쓰라린 패배를 맛보고
이번 춘천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져 내심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치골통증은 거의 나았으나, 왼쪽 발바닥
통증과 뒷꿈찌 통증은 서브3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작년에 치골 통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브3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출전하였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토요일날 춘천으로 갔다. 미리 예약한
여관에서 짐을 풀고 준비해간 찰밥을 먹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창가에 둔 밥을 먹으려고 뚜껑을
연 순간 깜짝 놀랬다. 자잘한 개미들이 밥위를 기어다니고 있다.
이걸 어쩌나? 그냥 버리고 식당에서 사먹어? 아님 개미를 걷어내고
먹어? 10여동안 고민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식당밥보다 준비해간
찰밥이 더 나을거야.....메뚜기도 구어 먹는데 그까짓 개미 좀 먹으면
어때? 기어다니는 개미를 젓가락으로 쫓아내고 구역 구역 다 먹었다.
오늘 목표는 아래와 같다.
(목요일날 세운 계획)==구간별 시간은 30k까지 매 5k 구간마다
20분대를 넘기지 않으며 하프를 1시간 26분 59초안에 달리고,
30k까지 2시간 5분 59초안에 들어가며, 마지막 10k를 43분59초미만,
2.195km를 9분59초미만, 최종 2시간58분59초를 목표로 한다.)
운동장에 도착하여 친구, 지인들과 조우를 하고, 스트레칭을 마친
다음 정각 9시에 엘리트 선수들과 같이 출발하였다. 출발부터
이어지는 나즈막한 언덕을 숏피치로 넘고 넘어 5k지점을 20분49초
에 통과하였다. 언덕구간이 많은걸 감안하면 초반이 만족스럽다.
날씨도 좋아 했빛도 안나고, 기온도 13도로 그렇게 덥지 않아서
달리기에 참 좋았다.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달려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겸손하게 달린다. 10k, 15k 지점까지 별 무리
없이 20분대에 통과하고, 15k급수대에서 파워젤을 하나 먹었다.
신매대교를 건너 반환점을 돌아 하프 지점을 계획한 시간보다
28초가 느린 1시간27분27초에 통과하였다. 26분대에는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약간 느리다. 작년에는 하프 지점을
지나면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으나, 올해는 체력도 좋고
컨디션도 좋다.
25k 구간을 예상보다 10여초 느린 시간으로 통과하고, 27k지점
부터 이어지는 춘천마라톤의 최대 난 코스 춘천댐 구간을 향해 간다.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다......최대한 숏피치로 치고 가면서 나
자신을 향해 고통과 타협하지 말것을 계속 주문을 한다.
정신력 탓인지 30k 구간을 예상보다 좋은 2시간5분5초에 통과하였다.
기분이 좋다. 제일 어려운 구간을 거의 밀리지 않고 달렸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잘 하면 오늘 춘마 기록 갱신도 가능하겠다.
기분좋은 레이스를 펼치며 긴장의 끈을 놔 버린 것인지 35k지점에서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30여초가 느렸다.
이게 뭐지? 내가 너무 시건방을 떨었나 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레이스에 집중을 해 보지만 한번 떨어진 페이스는 다시 오르질 않는다.
거기다가 시원하던 날씨도 했빛이 내리쬐고, 맞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나를 힘들게 한다.이러다가 오늘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밀려온다. 이제부터는 초 집중을 해야 한다.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힘차게 달려보지만, 40k 구간을 더 느려진
마의 22분대에 들어서고 말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여분! 춘마 기록
갱신은 이미 물건너 갔고 까딱하면 서브3도 못하겠다.
체력은 다 방전됐고, 이제 정신력만 남아있다. 기필코 서브3를 해야 한다.
오늘 같은 날 못하면 마라톤 접어야 한다 ! 나 자신에게 강한 어필을하며
남은 힘을 쥐어 짜가며 마지막 남은 1k를 힘차게 달린다. 저 멀리 골인
아치가 보인다. 달려라~~달려라 ~~자세를 가다듬고 기분좋게 골인하며
긴 여정을 마무리 하였다.
오늘 레이스는 목요일날 세웠던 2시간58분59초를 1초도 안 틀리고
정확하게 달성 했으나, 30k 구간까지 잘 달리고, 잘 하면 춘마기록도
갱신이 가능한것을 흐트러진 정신력 때문에 간신히 서브3 한것으로
만족한다.
구간별 기록= 2017년 / 2016년
00--05km==20분49초/20분47초
05--10km==20분39초/20분41초
10--15km==20분37초/20분43초
15--20km==20분45초/20분52초
20--25km==21분02초/21분03초---하프 1시간27분27초
25--30km==21분16초/21분23초---2시간05분05초
30--35km==21분50초/21분52초
35--40km==22분19초/22분07초---2시간49분12초
40-42.195km=09분47초/09분33초-2시간58분59초--2016년2시간58분56초
역시 대단한 타켓!!!
축하축하~~♡♡
회복 잘 하고 다음 동마를 또 기대해 봐야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