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불할 능력 한계”… 식당 중간임금의 90% 넘어
경총, 21개 업종 작년 임금 분석
경기 안산에서 20년 넘게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동관 씨(64)는 최근 3년 새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대신 오전, 오후 각각 아르바이트생을 1명씩 쓴다. 정 씨는 “매출은 뻔한데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직원 4명을 쓰면 남는 게 없다”며 “지금도 한계치인데 앞으로 인건비가 더 오르면 월급을 주기 힘들다. 식당을 접고 운전 일이나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끝내야 할 법정 시한이 29일 도래한 가운데 정 씨의 음식점 같은 저임금 업종은 최저임금의 압박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이러한 업종 근로자들의 ‘중위임금’과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위임금이란, 해당 분야 근로자를 임금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근로자의 임금을 말한다. 최저임금이 이 중위임금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임금 수준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의미이자, 이 분야의 산업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분류를 토대로 지난해 21개 업종별 중위임금과 최저임금을 비교해본 결과, 식당·숙박업의 중위임금(시급 1만132원)은 같은 해 최저임금(시급 9160원)과 불과 972원 차이 났다. 비율로 환산했을 때 중위임금이 100이었다면 최저임금은 90.4였다.
농업과 임업, 어업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88.4%, 돌봄 직종을 포함한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은 79.6%, 예술·스포츠, 여가 관련 서비스업 76.5%, 도·소매업 71.6%, 운수·창고업은 63.6%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2210원을 요구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높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했다. 현재도 일부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 위반이지만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지불할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사업장은 어쩔 수 없다. 최저임금이 이대로 계속 상승하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경영계는 이미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전체 업종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은 평균 56.8%, 한국은 62.2%다. 미국 등 주요 7개 선진국(G7)은 49.8%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재도 저임금 근로자 다수가 최저임금 혹은 그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이들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상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 업종의 경우 이미 지불 능력의 한계에 이른 업장이 많아 최저임금 상승이 오히려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사용자들이 고용원을 대거 줄여서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을 1만2000원대로 올리면 자영업자 19만 명이 ‘1인 자영업자’로 전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생계가 곤란한 취약층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해 살리는 게 아니라 복지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을 살린다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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