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돈’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선수의 몸값이라는 연봉은 자존심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연봉은 그에 어울리는 활약을 해달라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어땠을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몸값과 성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이들도 있고,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쳐 구단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선수들도 있다. 반면 ‘헐값’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활약을 펼친 알짜배기들도 많다. 올 시즌 8개 구단 주요 선수들의 몸값 대비 활약도를 살펴본다.
정수근·노장진·진필중 등 골칫거리 … 고액연봉 불구 1군·2군 '들락날락'
● 비싼 몸값, 깡통 활약
연봉을 지급한 구단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연봉은 많고, 활약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롯데 정수근과 노장진.
지난 2003년말 롯데와 6년 계약한 정수근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여러 차례 말썽을 부렸다. 2004년엔 야구장 밖에서 불미스런 폭력 사고를 일으켰고, 올 시즌엔 부상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2군을 들락거리며 35경기에 나온 것이 고작이다. 타율은 2할8푼2리로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만 트레이드마크인 도루는 11개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3억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로서는 팀 기여도가 떨어진다.
역시 연봉 3억원짜리 투수 노장진도 롯데를 골치 아프게 만들었다.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팀을 무단 이탈한 노장진은 27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는 벌금 1000만원과 1개월 무보수 출전정지 제재를 내렸지만 이 사이 원정 17연패를 당하는 등 최하위를 맴돌았다.
꼴찌팀 LG에도 진필중과 마해영이 있다. 1, 2군을 오르내리는 4억짜리 불펜 투수 진필중은 올 시즌 23경기에서 35와 3분의 1이닝을 던져 1패2홀드, 방어율 3.82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역시 4억 타자인 마해영도 방망이에 힘이 없다. 타율 2할7푼, 5홈런에 28타점을 올리고 있지만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저조한 타율을 보여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고 있다. 요즘은 아예 선발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잦다.
연봉 3억8000만원을 받는 현대 투수 김수경도 부상 선수 가운데서는 가장 빨리 합류했지만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다. 7경기에서 37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1승3패, 방어율 4.06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 KIA 이종범(연봉 5억원), SK 박경완(연봉 4억) 등도 부진과 부상 등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구단의 애를 태우고 있다.
류현진·이종욱 등 기대이상 맹활약 … 박준수·이대호 등도 보배 같은 선수
● 싼값에 뛰어난 활약, 보배같은 선수들
고액 연봉을 받고 제값을 못하는 이른바 ‘먹튀’들과 달리 아주 싼 몸값에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 주는 ‘예쁜’ 선수들도 많다.
올 데뷔한 ‘괴물신인’ 류현진이 대표적인 예. 류현진은 올해 연봉이 최저 연봉인 2000만원에 불과하다. 계약금 역시 2억5000만원으로 동기생인 KIA 한기주(10억원)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러나 성적만 보면 연봉 수억짜리 투수들보다 훨씬 낫다. 13승3패 방어율 2.28, 탈삼진 130개로 다승, 방어율, 탈삼진 부문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내년 연봉 인상률 최고 기록 경신은 이미 예약해 놨다. 류현진만큼은 안되지만 현대 마무리 박준수도 몸값의 몇배 활약을 하고 있다. 프로 7년차에 연봉이 고작 2800만원에 불과한 박준수는 올시즌 전혀 새로운 인물이 된 ‘미운 오리새끼’의 전형이다. 현재 3승4패 21세이브 방어율 1.35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중이다.
두산 이종욱 역시 깜짝 스타다. 지난해 12월말 현대에서 방출된 이종욱은 올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연봉 2000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그의 성적은 타율 2할9푼6리, 23도루로 도루 1위를 달리는 등 단연 팀내 최고다. 그 외 타율 1위를 기록중인 현대 이택근(연봉 4500만원)과 홈런 1위, 타율 2위, 타점 2위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넘보고 있는 이대호(연봉 1억3000만원)가 몸값 대비 최고의 활약 선수로 꼽힌다.
심정수·김동주 등 재활훈련 '측정불가' … "가을 복귀때 명예회복을" 의지 불태워
● ‘측정 불가.’ 뛰었어야 알지
고액 연봉 선수들 중에는 이런 저런 부상으로 경기장에 얼굴을 제대로 내밀지 못해 연봉 대비 활약도 자체를 측정할 수 없는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 심정수와 두산 김동주, 그리고 현대 정민태 등을 들 수 있다.
7억 5000만원이라는 프로야구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심정수는 올 시즌 단 12경기에 나와 41타수 5안타(0.122)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물론 홈런은 한 개도 없다. 지난해 성적표(타율 2할7푼5리, 28홈런, 87타점)도 연봉에 비해서는 어딘가 모자란 듯 했지만 올 시즌은 잠깐 그라운드에 얼굴을 내비친 뒤 아예 휴업이다. 그동안 심정수는 5월말 미국으로 출국해 왼쪽 어깨수술을 받았고 6월 동안에는 독일에서 머물면서 오른쪽 무릎에 칼을 댔다. 7월에야 귀국해 지금 경산에서 재활군에 머물며 훈련에 한창이다. 자유계약선수(FA) 거품의 대표주자라는 악평이 나오고 있지만 12경기만으로 올 시즌 활약도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의욕과 올 시즌을 맞바꾼 김동주도 연봉 4억 2000만원에 대한 고과를 매기기 어렵다. 특히 올 시즌을 치렀으면 FA 대박을 노릴 수도 있었기에 본인으로서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WBC에서 슬라이딩하다 다친 어깨는 이제 좋아져 이달말 복귀를 꿈꾸며 재활에 한창이다. 그래도 구단 입장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WBC에 대비해 든 보험으로 연봉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의 노장 투수 정민태도 지난해 받은 어깨수술 여파로 줄곧 2군에 머물러 왔다. 올 시즌 연봉은 3억 8850만원으로 지난해 5억 5000만원에 비해 대폭 삭감됐다고 해도 아직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그 동안 팀이 한국시리즈에 우승하는 데 여러 번 공헌했기에 현대로서도 예우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도 이를 잘 알기에 더욱 빨리 회복해 명성에 걸맞은 투구를 던지고 싶어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심정수 김동주 정민태는 가을바람이 불면 그라운드에 복귀에 실력을 뽐내 명예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자신들의 몸값에 대한 평가는 가을 시리즈에 해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야구팀]
첫댓글 민태 아직도 선수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