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며....지도까지 온통 머리속에 암기할 정도로 기대했던 울릉도로의 백패킹은 연이은 태풍으로 무산이 되어 버렸다.
이를 어째.....
아웃로드 카페를 연이틀 어렵게 닫기로 하였는데, 당장 울릉도가 날아가 버렸으니....
부랴부랴... 급조된 제주도로 헐레벌떡 항공편예약하고 야영장 알아보고, 첫비행기라 신새벽에 공항에 도착하느라 북새통을 떤 끝에 겨우 희뿌옇게 날이 밝아오는 김포공항 게이트에 닿아 있었다.
가보고 싶던 사려니숲길과 거문오름도 일정이 촉박하게 예약을 하려 했더니, 모두 예약이 안된단다.
제주가 이번이 두번째라는 그에게 좀더 많은 제주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번 제주행은 처음부터 영 찌뿌두둥 하다고 할 밖에...
평생을 서울내기로 살다가 두해전 제주로 결혼하면서 섬새댁이 된 각별한 후배는....
'언니....언니는 수십번도 더 온 제주를 또 가이드로 따라오는 거? 담에는 언니보다 제주도 더 많이 와본 사람이랑 와...ㅋㅋㅋ' 이런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가이드 여행이지 싶구먼~~~~
활기차고 씩씩한 항구분위기로 기억이 선명했던 모슬포는.... 너무 이른시간이었거나 일요일인 탓인지 적막하다.
아침식사로 찾은 덕승식당은 요란한 명성에 비해서는 그냥 그만그만....
반찬도 없다시피하고, 밥한그릇 먹기에도 양이 좀 작더라... 가격을 더 받더라도 우린 푸짐한 것이 좋은데....
만일... 제주에 내려와 살게 된다면 터를 잡고 싶은 법환포구로 나선다.
그곳에 제주의 전통방식을 살려 범섬이 그윽하게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부띠끄 게스트하우스 [제주樂]은 기대했던 만큼 유니크하네.
[제주樂] 에서 함께 운영하면서 투숙객에게는 조식도 제공하는 [카페 7373]은 파도가 철썩철썩이는 소리에서 착안해서 작명을 했다네.
아고~ 센스쟁이들.....
내게도 이런 환경이 주어진다면 아웃로드를 좀더 근사하게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주도민들의 비밀아지트인 황우지에는 이미 9월인데도 불구하고 수영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저렇게 근사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제주니까....제주니까... 가능한 이야기!!
제주의 태풍은 돌멩이가 아니고 바위가 통째로 날아 다닌다더니....
첫 일박을 생각했던 서귀포자연휴양림은 태풍으로 야영장이 폐쇄되었고, 모구리야영장도 4영지중 2곳을 폐쇄해서 온통 북적이는 통에 온다한들 야영이 가능할지 보장을 못한다는 비상상황!!
아....이런 휴가철도 지났고, 심지어 일요일인데, 야영장을 못잡을 줄이야....윽~
우린 그날밤 숙박지를 찾아 돈내코도 들러 봤지만, 행락객들을 보니 고개가 절레~절레~
겨우겨우 다시 서귀포에서 1,100고지를 달려.... 제주시 관음사 아영장에 점심도 못먹은 채 안착했다.
아고~아고~ 지난번 대곡야영장에서 우렁우렁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끝내주는 캠핑뒤에 이렇게 야영장찾아 삼만리를 하다보니.... 왜 육지에 좋은 야영장 두고 예까지 와서 고생인지 이런.....
캠핑을 거의 안해본 윤희야 캠핑장이 좋고 나쁜 것을 알리가 없고, 그는 관음사 야영장은 성에 안찬단다. 땡~
그런데 어쩌냐고요... 야영이 가능한 곳이 오늘밤은 이곳밖에 없는데...
역시 우리는 곁에 계곡물이 좀 흘러주고 숲이 좀 이슥해야..... 차소리 들리고 모기떼가 습격하는 야영장은 정말 안습이당~~
시내로 나가 제주오겹살에 황돔을 좀 먹어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달까? ㅎㅎㅎㅎ
사려니숲길로 향하는 삼나무숲은 안온하다.
그 길로 사박사박 내려서는 것만으로도 육지에 두고온 아팠던 마음과 복잡한 속내가 드디어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들어가지 못하는 사려니숲을 앞에 두고 우리는 오랫동안 아쉬워하며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던 우도로 향한다.
그러나 이것은 또 왠걸....
오랜 추억을 간직한 우도는 어느새 놀이공원을 방불케하는 정신사나운 곳이 되어 버렸으니....
제주에 비해서는 1/10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 ATV와 관광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엄청나게 쏟아지니... 당최 견디지를 못하겠다.
어쩌면 우리는 막배를 타고 들어와 조용해진 섬에서 별을 보며 밤을 보내는 일정을 보냈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목빠지게 우리를 기다렸을 동생네와 함께 만나 저녁을 먹는다.
함께 한라산 소주를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어느새 변덕스런 제주날씨는 비를 뿌리기 시작하네.
캠핑을 한번도 안해본 동생부부는 멀쩡한 집놔두고 비도 오는데 서귀포자연휴양림에 올라가 끝내주게 맛난 라면을 끓여 준다는 우리 꼬임에 솔솔 넘어 오더니 그밤... 함께 짐을 쌓다.
1,0000미터의 고도를 가진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절경이나, 그밤에는 비와 안개로 한치앞도 보이지가 않았으니....
다행히 빼어난 운전실력을 가진 그가 이토록 믿음직스러울줄이야...ㅎㅎㅎ
까마귀가 제집인양 침입하는 우리들에게 꺄악~꺄악~ 소리를 질러대는 밤이었으나, 우리는 흥~ 녀석에게 코방귀를 뀌었다.
'욘석아~~ 우리도 낼이면 집에 갈테니...하루만 참으렴^*^'
타닥~타닥 텐트를 두루리는 빗소리는 그밤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동생을 두고 가는 마음을 짠하기도 하고...뭐 그랬던 것도 같다.
살아있는 원시의 숲을 만나러 간다.
태풍으로 인해 곳곳이 임시폐쇄 되었지만, 한라산의 허파....둘레길이 열렸는데, 그냥 서울로 올라갈 수가 없다.
일명 조릿대길로 명명된 이곳은 겨우 중간중간 간벌을 해서 조붓하게 한두사람만 걸을 수 있게 열려 있었다.
한참을 가도 인적도 없고, 차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곳은 제주의 천연기념물이 꽝꽝나무가 지천이다.
숲의 정기를 먹고 자라는 표고버섯과 하늘을 찌를듯한 삼나무숲이 일품이구나.
골목과 골목...바당과 마을을 연결하던 올레길과는 또 사뭇 다른 느낌을 품고 있네...
비가오는 날과 비온후 이틀간은 건천에 물이 넘쳐 쉽게 접근이 어려운 길이나....함부로 밟기 어려워 더 귀한 길이 아닐까?
제주에서 아쉬웠던 걷기를 짧게 나마, 긴 들숨과 날숨을 내뱉으며 우리는 찬찬히 길을 즈려 밟았다.
한라산 1,100고지 습지는 날씨가 개었다 흐렸다...바람이 불었다... 변화무쌍하다.
공항으로 가는길에 한라산의 바람이 한껏 머무는 그곳에서 우리도 한동안을 머물렀다.
언제 다시 이 바람속에 서 있으려나?
고대했던 사려니숲길도 거문오름도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랫만의 제주는 고향처럼 반가웠나니 ....
다음번에 다시 올때는 가이드처럼 말고 현지인처럼 몇해전 올레길을 걸을때처럼 뚜벅뚝벅 걷고만 싶다.
첫댓글 아주멋진 풍경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제주는 늘 좋죠. ㅎㅎ
제주도 또가고싶네요. 태풍때문에 조금 힘드셨겠지만
아름다운 제주도 덕분에 잘감상했습니다 ^^
아쉬운 여정이어서 저희도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주도 로컬음식들은 진짜 맛나죠. ㅎㅎㅎ
제주 감귤 막걸리 옥돔구이 넘 맛있어 보여요. 둘레길도 걸어보고 싶구요 ^^
정수기님이 찐하게 걸어 보셨을테니...담에는 꼭 함께 가세요.
울릉도 대신 제주도......흠흠...바위날라다니는 제주도 가보고싶구려~~~
우도도 그립고......
태풍뒤에 갔더니...멀쩡한 시설물이 하나도 없고, 신호등은 전부 부러져 있고, 맘이 안좋더이다.
제주도는 바람불고 비와도 언제든 가보고 싶어요.... 그 나름의 맛과 멋이 있을듯해요...즐감했습니다... ^^*
글죠...운무자욱한 서귀포자연휴양림과 연결된 한라산생태숲은 정말 좋았어요.
제주 숲길도 가보고 싶네요...
한라산 둘레길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