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 주스, 숙취 해소 음료로 해외에서 인기
윤희영 기자
100% 한국산 배로 만든 주스가 호주에서 숙취 해소 음료로 선풍적 인기를 끈 데
이어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배 주스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건 알고 보면 필연인데, 처음엔 우연으로 시작됐다.
고교 1학년 때 퇴학을 당한 호주 청년 팀 오설리반은 현지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한
국인 여성 도수민씨와 사귀게 되면서 위로를 얻고 새 삶을 꿈꾸게 된다. 커피 전문점
바리스타로 일하던 오설리반은 2017년 여자 친구 도씨와 함께 부모님께 인사드리자
며 인생 뒤바꾸는 한국 여행을 가게 된다. 매일 밤 술자리가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소
주랑 막걸리랑 마구 부어주고 끝까지 지켜보는 통에 만취하기 일쑤였고, 매일 아침
몽롱한 숙취와 두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술을 권하는 여자 친구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함께 술을 마시기 전에 자기네는 뭔지 모를 주스를 들이켜는 것이
었다. 여자 친구에게 도대체 그게 뭐냐고 물어봤다. “배를 갈아 만든 것이고, 숙취 해소
에 도움을 줘서 예로부터 마셔오는 음료”라고 했다. “그럼 나도 줘야 할 것 아니냐.”고
우겨 들이켜 봤다. “충격”이었다. 경이로웠다. 몽롱함이 덜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두통도 사라졌다. 신기했다.
귀국하자마자 조사해봤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연구 결과가 이미 나
와 있었다. “한국산 배 주스는 알코올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혈중 알코올 농도를 20% 감
소시킨다.”고 했다. “서양 배와 일본 원산지인 나시 배보다 훨씬 뛰어난 숙취 해소 효능을
보인다.”는 보고도 덧붙여 있었다.
처음부터 될 줄 알았다. 2019년 여자 친구 도씨와 함께 ‘Bae Juice’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투자자 친구가 합류해 세 사람이 공동 창업했다. ‘배’를 뜻하는 영어 단어 ‘pear’를 쓰지 않
고, ‘배’ 발음 그대로 ‘Bae’를 써서 ‘Bae Juice’로 명명하고, 그 옆에 한글로 ‘배 주스’라고 표
기했다. 폭발적이었다. 현재는 호주 최대 유통업체 Woolworths의 전국 980개 지점에 납품
하고 있다. 100% 한국 나주 배로 만든 ‘배 주스’를 올 연말까지 뉴욕 시내 1000개 상점 납품
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수출하기로 투자 계약도 맺었다. 호주 ‘배 주스’ 인기에 힘입어 한국
토종 ‘IdH’ 제품도 덩달아 수요가 늘고 있다. ‘IdH’는 ‘멍멍이’가 얼핏 ‘댕댕이’로 보이는 것처럼
‘배’를 갈겨쓴 모양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현한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