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멋진 남편과 귀여운 아들과 함께 서른한 살이라는 육신의 생일을 맞는 큰 조카와, 그리고 한창 사랑에 빠져 있으며 다가오는 유월에 결혼을 할 또 다른 조카의 '사랑 탄생'을 축하하며 제가 오늘 저희 친정 가족 게시판에 소개한 시와 글입니다.
A Birthday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my love is come to me.
Raise me a dais of silk and down;
Hang it with vair and purple dyes;
Carve it in doves and pomegranates,
And peacocks with a hundred eyes;
Work it in gold and silver grapes,
In leaves and silver fleurs-de-lys;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Christina Rossetti)
생일
내 마음은 노래하는 새 같아요
물오른 가지에 둥지를 튼--
내 마음은 사과나무 같아요
주렁주렁 열매로 가지가 늘어진--
내 마음은 무지개 빛 조가비 같아요
잔잔한 바다에서 노를 젓는--
내 마음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 내게 찾아왔거든요
비단과 솜털로 단(壇)을 세워 주세요
다람쥐 모피와 자주색 천을 드리우고요
비둘기와 석류를 새겨주세요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과 함께--
금빛 은빛 포도송이를 수놓아 주세요
잎새들과 은빛 백합도 함께--
내 인생의 생일이 왔으니까요
내 사랑 내게 찾아 왔으니까요
(크리스티나 로제티 / 손현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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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문화센터에서 이모가 영시 강의를 듣고 나서 2003년 9월 3일 영시 선생님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란다. 시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옮긴다.
(Jane의 Review)
언젠가 강의 시간에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 중에서 가장 뛰어난 3 가지 시가, 'Up-Hill', 'When I am dead, my dearest', 'A Birhday'라고 들었을 때도 시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저 Birthday가 태어난 생일을 노래하는 시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육(肉)이 아닌 새로운 영혼(靈魂)의 탄생일- 사랑을 맞이한 날-을 기리는 시였다니…
이 시에 사용된 직유법(simile: 씨밀리)인 "물 오른 가지 위에 둥지를 틀고 노래하는 새,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로 가지가 휘어진 사과나무, 잔잔한 바다 속의 무지개빛 조개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의 이미지, 결실과 풍요의 이미지. 평온 속에 안정을 누리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사랑을 축복하는 듯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얼마나 마음이 기쁘기에 화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샘 솟는 기쁨을 눈에 보이는 인공물(人工物)에 예쁜 무늬들로 새겨 놓고 싶은 걸까요?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랑의 초보자의 모습이 선연히 떠오르며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듭니다.
그런가 하면, 몇 년 전 조선일보에서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가 영미시를 소개하면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2004년 6월 30일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란에서 제일 처음 다루어진 시가 바로 이 시, 로세티의 ' A Birthday'였어. 신문에 실린 장선생님의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그대 만난 뒤에야 내 삶은 눈 떴네>
눈을 감고 들으면 누군가가 내게 불쑥 내미는 화려한 꽃다발과 같은 시다.
진정한 생일은 육신이 이 지상에서 생명을 얻은 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노래하는 ‘생일’은 글을 쓸 수 있기 전에 이미 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이다. 사랑에 빠진 시인의 마음은 환희와 자유의 상징인 새, 결실과 충만의 상징인 사과나무, 평화와 아름다움의 상징인 고요한 바다와 같이 너무나 행복해서, 스물일곱 나이가 까마득히 먼 꿈이 되어 버린 내 마음까지 덩달아 사랑의 기대로 설렌다. (그 가슴 벅찬 사랑이 내게로 와서 바로 여기에 있다는 현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인은 완료형 ‘has come’ 대신 “my love is come to me”라고 쓰고 있다.)
영어에서 live와 love는 철자 하나 차이이고, 우리말에서도 ‘사랑하다’와 ‘살다’의 어원을 좇아가면 결국 같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사람’의 뾰족한 네모 받침을 부드러운 동그라미로 만들면 ‘사랑’이 된다. 결국 우리가 매일 쓰는 사람, 사랑, 삶이라는 말들은 모습도 소리도 다 비슷한데, 우리는 제각각 그저 삶 따로 사랑 따로 살아가고 있다.
내 육신의 생일은 9월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이라는 ‘생일’을 읽으며, 나도 다시 한 번 태어나고픈 소망을 가져본다.
첫댓글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여기에서 생일은 내 사랑이 나를 찾아온 날을 가리키는데 참 신비롭고 매우 고양된 순간이라고 할까요? 사랑, 절정, 영원, 순수. 1연에서 신선함, 풍성함, 고요함, 잔잔함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