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타 시라니,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1662년경, 캔버스, 유화, 64.5×49cm
대학 서양 미술사 시간에 그림들을 찾아 보다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그녀....
나는 스탕달 신드롬의 뜻을 알기도 전에 그녀에게 중독되어 영혼을 저당 잡혀 있었다.
어렵게 구한 그녀의 포스터는 내 작업실 벽면 한 자리를 오랜 시간 점령하고 있었다.
그녀의 초상은 그 유명한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스탕달은 그의 책 『나폴리와 피렌체-밀라노에서 레조까지의 여행』(1817)에서
“산타크로체 교회를 떠나는 순간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고 걷는 동안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고 기록했다.
그에게 이런 증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바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이다.
1979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정신과 의사 그라치엘라 마게리니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다가 갑자기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호흡 곤란, 우울증, 현기증, 전신마비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스탕달의 이름을 따서,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이름 붙였다.
(적과 흑),(연애론)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문호 스탕달에게
그런 증세를 불러왔던 이 그림에 얽힌 사연은 더 충격적이다.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이 소녀는 친부살해 죄목으로
참수형을 당한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체(1577∼1599)는 이탈리아 귀족 프란체스코 첸치가
첫 부인에게서 낳은 딸이었는데, 프란체스코는 베아트리체가
기숙학교에서 돌아오자 성에 가두고 15세부터 강간과 폭행을 일삼았다.
프란체스코는 악행과 난봉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로,
그의 폭행과 학대를 견디지 못한 두 번째 부인, 베아트리체의 친오빠 자코모,
이복동생 베르나르도, 두 하인 등은 결국 실족사로 위장해 프란체스코를 살해한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곧 밝혀지게 되고
어린 베르나르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형에 처해진다.
베아트리체는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가족을 보호하려고
진실을 발설하지 않았고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로마 시민들은 그들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호소했지만 교황 클레멘트 Ⅷ세는
첸치 가문의 재산이 탐나서 결국 사형을 집행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베아트리체의 미모는 이탈리아 전체에 유명했기에 참수현장을 목격하려고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고 그중에 화가 귀도 레니도 있었다고 한다.
사형 전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소녀는 뒤를 돌아보며
애잔한 눈빛으로 우리에게 자신의 잔혹한 운명을 호소하는 듯하다.
이 그림은 처음에 귀도 레니(1575∼1642)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그의 여제자 엘리자베타 시라니(1638∼1665)가
스승의 원작을 모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레니의 원작을 모사했지만 원작을 뛰어넘은
제자 시라니의 작품은 아마도 자신의 운명이 투영되어서일 것이다.
26세에 요절한 시라니 또한 술주정꾼 아버지에 의해 레니의 문하생이 되었으며
아버지의 술값을 벌기 위해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고 전해진다.
소녀의 아름다움은 엘리자베타 시라니의 붓에 의해
폭력과 학대에 대한 순결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고,
'모나리자' , '진주귀걸이 소녀' 와 함께 세계 3대 미녀 그림 중 하나가 되었다.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진주귀걸이 소녀 -요하네스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
슬픈 베아트리체 /조용필
그대 슬픈 눈에 어리는 이슬처럼 맑은 영혼이
내 가슴에 스며 들어와 푸른 샘으로 솟아나리니
그대 여린 입술 사이로 바람처럼 스친 미소가
나의 넋을 휘감아도는 불꽃이 되어 타오르리니
슬픈 그대 베아트리체 아름다운 나의 사랑아
빈 바다를 헤매는 내게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이유되어
사랑이란 소망의 섬 그 기슭에 다가갈 수 있다면
사랑이란 약속의 땅 그 곳에 깃들 수만 있다면
그대 붉은 입술 다가와 화살처럼 스친 입맞춤
나의 넋을 앗아가버린 상처되어 남아있는데
슬픈 그대 베아트리체 떠나버린 나의 사랑아
꽃상여에 그대 보내며 살아야 할 이유마저 없으니
사랑이란 절망의 벽 울부짖는 통곡마저 갇힌채
사랑이란 배반의 강 간절한 언약마저 버리고
사랑이여 불멸의 빛 거짓없는 순종으로 그대를
사랑이여 사랑이여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사랑이여 불멸의 빛 거짓없는 순종으로 그대를
사랑이여 사랑이여 이 생명 다하는 날까지
*
시인 서정주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라고 한껏 극찬한 노랫말이 있다.
말소리와 사투리 전문 연구가 한성우는
그의 책 '노래의 언어'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노래는 여러모로 특이한 노래다.
대부분의 노래의 길이가 3분 내외인 시절, 이 노래는 6분이나 된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창법도 그렇다.
노래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활동을 중단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노래,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를 들여다보면
서정주가 왜 찬사를 아끼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단테의 사랑과 시혼詩魂의 원천이라는 베아트리체가 등장하는데
사실 우리는 베아트리체를 잘 알지 못하니 그저 신비로움이 더해진다.
감각적이고 섬세한 단어와 문장을 엮어낸, 한때 문학 청년이자
당대 현직 기자는 이 곡을 포함해 몇 곡만 남기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
가수가 직접 작곡을 하고, 단번에 녹음을 끝냈다는 일화와 함께
노랫말은 아련한 아름다움으로만 남는다.
시와 노랫말은 같으면서도 다른데
아름다운 노랫말은 시라고 불리며 칭송을 받기도 한다."
미대를 다니다 보니 어쩔 수없이....동양 미술사와 서양 미술사를 들었었는데... 수많은 작가와 그림들을 외우고 이해 하기에는 뇌의 용량이 따라 주질 않아... 제게는 미술사 과목이 정말 복잡하고 어려웠던 과목였습니다. 그 와중에 베아트리체 초상화는 저의 뇌리에 너무 깊이 각인되어 사랑하게 되었던 작품였습니다. 용필 오빠의 이 노래는 베아트리체를 이해 하면서 들으면 더 가슴에 와 닿는 노래 인 것 같습니다.
운명이 있다면 정말 잔인하다 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운명.... 이후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몇 몇 인간들의 상식 밖의 행동 땜에 욕을 먹게 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의 아빠... 모든 아빠들이 프란체스코 같지는 않은데 말 입니다..ㅎ
첫댓글 모나리자, 진주귀걸이 소녀,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세계 3대 미녀의 그림이군요..
아는만큼 보인다고
사연을 알고 이 그림을 보면 그녀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남다르겠지요..
감사합니다~걷자님
덕분에 오랫만에 용필오빠의 노래를 듣습니다 ^^
미대를 다니다 보니 어쩔 수없이....동양 미술사와 서양 미술사를 들었었는데...
수많은 작가와 그림들을 외우고 이해 하기에는 뇌의 용량이 따라 주질 않아...
제게는 미술사 과목이 정말 복잡하고 어려웠던 과목였습니다.
그 와중에 베아트리체 초상화는 저의 뇌리에 너무 깊이 각인되어 사랑하게 되었던 작품였습니다.
용필 오빠의 이 노래는 베아트리체를 이해 하면서 들으면 더 가슴에 와 닿는 노래 인 것 같습니다.
나인줄... ㅋㅋㅋ
이런....이건 엄청난 나의 실수요
하고니 언니를 빼 먹다니...
'베아트리체 첸치' , '모나리자' , '진주귀걸이 소녀'
그리고, '하고니 언니' 와 함께 진정한 세계 4대 미녀로 인정함이요.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슬픕니다
너무 예쁘게 태어난게 잘못일까..?
아빠들은 왜 저럴까요
가엽고 불쌍한 베아트리체 첸치..
나쁜 프란체스코..
운명이 있다면 정말 잔인하다 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운명....
이후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몇 몇 인간들의 상식 밖의 행동 땜에 욕을 먹게 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우리들의 아빠...
모든 아빠들이 프란체스코 같지는 않은데 말 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