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에 이런 말을 듣고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한 일이 있다. 어떤 대학 졸업한 아들이 아버지와 얘기를 하다가『아버지는 왜 그리 무식합니까 도대체 말을 못하겠습니다』하고 별일 아닌 일로 부자의 천륜을 끊은 아들의 불효의 얘기다. 세상에는 배은망덕이란 말이 있다.
이 아버지야말로 아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느라고 무진 고생을 하신 분이다. 자기가 못다한 공부를 아들에게나 시키려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남의 머슴살이를 해가며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입고 싶은 것 못 입고 남이 쉴 때도 아들의 뒷바라지만을 해온 아버지다.
공부를 못했으니 무식할 수밖에. 그런 아버지와 대화가 안 된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아들은 고작 배운 것이 그것뿐이었던가? 그래도 이것쯤은 흔히 있는 얘기다. 부모를 업신여기다 못해 부모에게 욕지거리를 하거나 심지어는 손찌검까지 하는 자식이 있다. 이런 자녀를 위해 부모는 일생을 바쳤고 비단 같은 손이 갈구리가 되도록 일해 왔다. 세상에 아무리 불효 자식이 있다 하더라도 그럴 수가 있겠는가 하겠지만 사실 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①부모를 업신여기거나 비웃는 일이 없어야 하며 ②부모에게 관해서 나쁜 말이나 불쾌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며 ③부모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④부모에게 반항 또는 난폭한 언행을 삼가야 할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⑤부모에게 감사의 정을 표시하고 기도해야 한다. ⑥부모를 슬프게 만들든가 어려운 사정에 돌보지 않는 것 등도 부모를 효도로 모시는 것이 아니며 ⑦부모의 결점이나 약점을 이용해서 그를 괴롭히거나 참을성 없이 대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어떤 자녀들은 부모를 귀찮게 여기고 무관심하게 대할 때도 있다. 나는 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 어떤 아이들이 차사고로 의식을 잃고 잠만 자는 지가 11년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어머니는 단 한시라도 송장과 같은 아들 곁을 떠나지 않고 3시의 밥은 물론 온갖 배설물을 손수 치우며 깨어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한다. 만일의 경우 바꾸어 되었다면 과연 아들 역시 10여년씩이나 혼수상태에 있는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 같이 봉사와 희생을 바쳤겠는가? 우리는 부모를 다른 누구보다 사랑해야 한다.
/ 김영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