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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디자인된 목적이 아닌 파워트레인 타입으로만 자동차를 분류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자동차업계에 속해 있는 현명하고 노련한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리고 BMW i8은 그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 BMW는 i8을 가리켜 정숙성이 뛰어난 저공해, 하이브리드, ‘뉴 프리미엄’ 미래형 독일 스포츠카라고 소개했다. 얼핏 들으면 그렇게 복잡하지만은 않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죽 늘어선 나머지 단어들 때문에 정작 ‘스포츠카’라는 의미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스포츠카’라는 단어만 더 굵고 크게 써서 강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i8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첫인상에 원숙함이 느껴지는 디자인, 그리고 독보적일 정도로 매력적인 오너쉽을 갖춘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운전해보는 것과 직접 구매하는 것, 다시 말해 이 완벽한 스포츠카의 미래와도 같은 차에 적응하는 것과 1억짜리 BMW를 구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i8은 BMW의 새로운 서브 브랜드인 ‘i’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i8의 기원은 최초로 새로운 미드엔진 BMW 스포츠카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기됐던 2009년의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콘셉트였다.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는 두 개의 전기모터와 터보디젤 엔진을 갖춰 Z10 ED라고 불리던 로드카와 흡사한 면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i8은 탄소섬유/알루미늄 차체에 1개의 전기모터와 중앙부에 가솔린 엔진을 얹어 더욱 이국적인 콘셉트 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i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로,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무려 다섯 배나 되는 개발비용이 투입되었다. 양 뒷바퀴 사이에 자리한 1.5L, 3기통 미니 쿠퍼 엔진은 6단 ZF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에 228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전달하는데, 이는 현재까지 BMW가 만든 그 어떤 양산형 엔진보다 높은 수치이다. 앞바퀴 사이에 위치한 ‘하이브리드 동기’ 전기모터는 2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128마력, 25.4kg·m의 토크를 앞바퀴에 전달한다.
7.1kWh 리튬 이온 배터리와 고전압의 전력 관리 시스템으로 인해 i8에는 약 200kg의 무게가 더해졌다. 하지만 BMW는 알루미늄이나 강철 소재 대신 탄소섬유로 보강된 플라스틱 모노코크를 선택하여 정확히 200kg 정도의 무게를 감량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연료가 주입된 상태에서 i8의 무게는 1,540kg이기 때문에 포르쉐 918은 물론, 911 터보보다도 가벼워졌다. 한편, 2단 변속기는 저단 기어에서 엔진이 3,700rpm을 넘어서면 전기모터를 작동시켜 357마력에 58.1kg·m의 토크가 발휘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진다.
i8의 첫인상은 슈퍼카다운 슈퍼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터무니없이 낮고 넓은 차체는 마치 지면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라이벌인 람보르기니를 위협할 정도의 과감한 스타일링에 버터플라이 도어까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타기 위해선 낮은 루프라인과 높고 넓은 문틀 사이로 몸을 잔뜩 웅크려야만 했다. 운전자에게 포커스를 맞춘 대시보드, 화려한 LCD 계기판, 지면에 가까운 스포츠 시트, 다양하게 적용된 여러 장치들로 풍성하고 특별하게 꾸며진 실내는 보수적인 느낌이 강했던 BMW의 분위기를 한층 가볍게 해주는 일등공신이었다.
i8의 목표는 크고 분명했지만, 실제로 911만큼 순수한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다. BMW는 핸들링 정확도와 운전자와의 교감과 관련된 측면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거의 목표한 바에 가까웠다. 굉장히 특수한 틈새시장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주행감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까다롭게 체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전반적인 i8의 성능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어댑티브 댐퍼 위에서 컴포트 모드로 출발하면 정숙한 구동장치가 앞바퀴를 굴린다. i8의 도심 주행은 편안하고 매우 안락하다. 가끔씩 약간의 출렁임이 있기는 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스티어링은 가벼우면서도 충분한 느낌을 전달했고, 일렉트릭 모드의 퍼포먼스 또한 훌륭했다. 하지만 일렉트릭 모드로만 주행하기엔 24km 정도인 주행범위가 인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어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이 쉴 새 없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파워트레인이 마치 커다한 V6 엔진처럼 미드레인지를 지나쳐간다. 즉각적이고 무거운 페달 반응과 함께 웅장한 엔진 사운드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들어온다. 하지만 엔진이 더 가속화되고 더 빠르게 달릴수록 V6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5,000rpm 이상이 되면 i8의 퍼포먼스는 약간 빈약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핸들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차체 제어력은 훌륭했고 스티어링은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측면 그립감은 앞바퀴가 더 높았는데, 높은 부하를 걸면 소음이 발생했다. 코너에서는 하중 이동을 이용하여 운전하자, 다른 괜찮은 미드 엔진 자동차와 비슷한 반응성을 보여주었다. 리어 액슬은 단단히 고정돼 믿을 만한 안정감을 제공했지만, 스로틀을 이용하여 코너링 라인을 조정하려들자 안정감이 감소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i8은 그 빠른 속도에 반해 정말 흥미진진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진 못했다. 안정적이고, 부드러웠지만 재미는 부족했다. 참신함과 슈퍼카적인 특성, 낮은 배기가스 배출량은 아마도 스포츠카를 달리 정의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스포티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열성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복잡성을 가진 자동차가 대중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슬프게도 그 깊이는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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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어 ㅜ..ㅜ 갖고싶다.. 이녀석...
나두나두 ㅠㅠ
타고 나가면 완전 시선집중일듯~
성능도 좋고 부럽~~
연비도 조코!!!
이제 비엠으로 변신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