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연예계는 그 어느 해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결혼, 파경, 법정공방, 별세, 열풍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한 해였다. 올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던 다양한 소식을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순위는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들의 자체 투표에 따른 중요도순이다.
1. '세기의 커플' 최진실-조성민 파경위기 순탄하게 지나가는 듯싶었다. 11월과 12월은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해 연예계에서는 ‘마의 시기’로 불리지만 올해에는 다행히 12월 중순까지도 큰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성민이 지난 18일 ‘최진실과 이혼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톱스타의 메가톤급 화제로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 2년 전 최고의 연예계 스타와 스포츠스타가 결합했다는 사실로 화제를 모은 최진실-조성민 부부는 결혼과정만큼 사연 많은 파경 소식으로 세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스타커플의 파경은 ‘이혼했다’는 간략한 사실만 보도됐다. 그 배경은 암묵적인 비밀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사자의 입을 통해 불륜의혹, 폭행 등 사생활이 폭로되면서 전대 미문의 진흙탕 사태로 번지고 있다. 조성민이 ‘이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나 뒤를 이어 최진실이 ‘이혼 못하겠다’고 반박 기자회견을 연 것이나 모두 희귀한 모양새였다. 아직 이혼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최-조 커플의 뉴스는 새해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2. 웃으며 떠난 '코메디 황제' 이주일씨
30여년간 따뜻한 웃음으로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씨(본명 정주일)가 폐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8월 27일 6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폐암과 싸우면서 ‘금연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이주일씨는 연초 전국적으로 일기 시작한 금연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한일월드컵 때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직접 경기장을 찾아 온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금연운동과 화장문화 정착의 공로를 높이 산 정부는 고 이주일씨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했다.
3. "사랑해요" 공개 연인선언 열풍
몰래? 숨어서? 연예인이라고 남들 눈을 피해 만나고 사귀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는 커플”이라고 공개 선언하고 당당히 데이트하는 게 2002년 연예가의 새로운 트렌드. 연말 방송가의 화제가 된 윤다훈-이태란을 비롯해 14세 차인 이승환-채림, 공인 스크린 커플 신하균-배두나, 귀여운 신세대 류승범-공효진 등이 줄줄이 연인선언 대열에 합류했다. 내년 3월 1일로 날을 잡은 유준상-홍은희를 비롯해 정웅인-추자현, god 박준형-한고은 등은 양띠 해 결혼계획까지 밝혔다.
4. 결혼 결혼 결혼...
2002년은 그 어느 해보다 스타들의 결혼소식이 많았던 해. 특히 9월 11일 극비리에 조촐한 결혼식을 치른 오현경과 네티즌의 무차별적인 사이버테러를 극복하고 10월 13일 성공리에 결혼에 골인한 박신양이 최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윤상 김현철 신해철 등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총각 가수들의 결혼이 러시를 이뤘고, 김현주 변소정 이혜은 설수현 이혁재 백재현 등이 평생의 반려자를 찾아 화촉을 밝혔다.
5. '모래시계’ 물렀거라-‘야인시대’ 열풍
STV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가 90년대 중반의 STV ‘모래시계’ 신드롬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긴또깡’을 모르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야인시대’가 방송되는 월·화요일 직장인들의 귀가시간이 눈에 띄게 앞당겨졌고 김두한 흉내내기, ‘구마적’ ‘신마적’ 따위의 별명 붙이기가 유행했다. 때 아닌 중절모와 납작모자 등 복고풍 패션이 유행한 것도 ‘야인시대’의 힘이다. 서점가에서도 김두한 관련 서적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김두한은 단순한 건달이 아닌 ‘거리의 독립군’이자 의리의 사나이로 재탄생했다. 김두한 역을 맡은 안재모와 김무옥 역의 이혁재 등 우미관 패거리들은 인기가 급상승해 CF 요청이 쇄도했다.
6. 인기그룹의 잇따른 해체-SES, 샵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여성 3인조 인기그룹 SES가 데뷔 5년 만에 해체돼 이른바 2003가요계에 ‘여성그룹의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먼저 유진이 지난 19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뒤이어 바다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소속사를 옮겼고, 슈만 홀로 남아 결국 뿔뿔이 흩어졌다. 앞서 인기혼성 4인조 그룹 샵은 여성멤버인 서지영과 이지혜 간에 쌓인 불화가 폭발해 폭행 폭언사건으로 번지면서 결성 4년 만인 지난 10월 공식해체를 선언했다.
7. 낯뜨거운 법정공방
볼썽사나운 맞고소와 송사가 이어진 한 해였다. 영화 ‘친구’ ‘챔피언’으로 진한 우정을 과시하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의 맞고소가 대표적이다. 유오성이 지난 7월, 자신과 사전 동의 없이 ‘챔피언’의 영상물을 모 의류업체에 제공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챔피언’ 투자제작사인 코리아픽쳐스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챔피언’ 제작사는 유오성이 영화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흥행에 피해를 줬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는 등 맞고소를 했다. 한때 부부였다가 이혼한 길은정-편승엽이 ‘사기결혼’ 논란으로 폭로전을 펼쳤고, 탤런트 오미희는 전 남편으로부터 폭행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한편 제16대 대선에 즈음해 개그맨 심현섭과 월드컵가수 윤도현이 정치색 운운하며 자칫 법정공방을 벌일 뻔했으나 선거가 끝난 후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다.
8. ‘트랜스젠더’ 열풍의 주인공 하리수, 여자되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1호’ 하리수가 법적으로도 완전히 여자임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방법원에 ‘호적 정정 및 개명허가’를 신청한 그는 지난 13일 마침내 여성으로서 법적 신분을 획득했다. 본명인 ‘이경엽’이란 이름 대신 ‘이경은’이란 새로운 이름도 얻었다. 19일에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9.연예인 상대 사이버 테러 극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테러가 기승을 부렸다. 최진실은 MTV ‘그대를 알고부터’의 게시판에 자신을 음해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 때문에 곤욕을 치렀으며, 박신양은 결혼발표 후 각종 연예 게시판에 배우자의 과거에 대한 글들이 무차별 게재돼 속앓이를 해야 했다. 최근엔 일본인 탤런트 유민이 일본에서 촬영한 영화 ‘신설국’ 중 정사장면만 따로 모은 사진이 ‘포르노’처럼 둔갑돼 각종 연예 사이트에 올라 파문이 일기도 했다.
10.연예계 비리수사
2002년은 연예계 관련수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 마약관련 수사를 시작으로 영화계 가요계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수사는 단순한 개인의 비리 조사를 떠나 연예기획사들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계와 재계 인사들에 대한 성상납 의혹조사, 주식로비 조사 등 가능한 모든 형태로 이뤄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여름 서울지검 강력부가 주도한 연예계 비리수사 때는 방송연예계 인사 40여명이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 때문에 음반판매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고 중국 등 동아시아권을 강타하던 한류가 주춤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민감한 정치사안을 희석하기 위한 물타기용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어찌됐든 이런 수사를 계기로 연예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투명경영이 자리잡아가면서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21세기형 첨단산업이란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연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