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활력소가 되어주는 딸내미
2023년 3월 5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열나흗날
우리고장
평창 봉평 설다목(雪多目)은
봄소식 전하기에는 많이 이르다.
아직까지도 겨울이기 때문이다.
응달쪽 지붕에는 잔설,
지붕위에는 하얀 서리,
이른 아침 기온 영하 7도...
나무작업을
시작한 것이 언제였더라?
허구허날 나무하고만 놀았더니
자꾸만 생각이 단순해지는 같고
마음은 천진난만 어린애가 되는 것 같다.
그야말로
하루의 일상은 아무런 생각없이
나뭇꾼이 되어버린 산골촌부들이다.
촌부는 엔진톱을 들고 나무를 자르고
이서방은 도끼질을 하여 장작을 만든다.
이런 산골살이를 즐기는 촌부들이다.
가까스로
모닝가든 입구에 잔뜩 쌓아두었던
나무는 모두 다 잘라 텅비었다.
대신 주차장에는 자른 통나무와
이서방이 쪼개놓은 장작이 가득이다.
예상보다 작업속도가 많이 빠르다.
며칠만 더 하게 되면 1차 작업은 끝날 듯하다.
하지만
더 많은 양의 나무가 모닝가든에 잔뜩이다.
어제부터 촌부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모닝가든 안쪽 크고작은 나무꺼내기를 시작했다.
벌목하며 업자들이 정리를 하지않은 흔적이다.
그렇게 부탁을 했건만 대충대충 치워놓은 것...
지금에 와서 그 사람들 욕을 해봐야 소용없는 일,
우리 땅, 우리 산에서 나무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한 것이리라!
이 일이야말로 언제 끝이 나게 될 것인지 모르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시나브로 하련다.
재밌는 것은 이리저리 뒤엉켜있는 나무를 꺼내
한 곳에 쌓아놓고 보니 이상하게 쾌감이 생긴다.
이런 마음도 욕심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
조카 딸내미가
주말을 산골집에서 보낸다며 와있어 좋다.
녀석이 어찌나 집안 분위기를 잘 띄우는지 우리
어른들 넷은 웃다가 볼일 다 본다는 말을 실감한다.
큰이모와는 요리 이야기, 특히 빵이나 과자를 굽는
것이 화제이며 둘이서, 셋이서 실전을 하고 있다.
작은이모와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아주 오랜
옛날 만담가 장소팔, 고춘자의 걸쭉했던 그 만담이
생각날 정도이다. 요즘은 개그나 코미디 프로를 잘
보지않아 기억을 잘 못하지만 둘의 대화는 완벽한
코미디라고 표현을 하면 상상이 되려나 모르겠다.
아마 조카 딸내미 때문에 웃다가 얼굴에 주름살이
몇 개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좋다.
별로 웃을 일이 없는 노친네들의 일상에 아주 환한
활력소가 되어주는 딸내미가 너무 예쁘고 고맙다.
오늘 녀석을 데려다 주고 오려고 한다. 또 한동안은
녀석의 익살스런 재롱(?)이 그립겠지 싶다.
첫댓글 사랑이 넘치는 가족풍경입니다.
언제까지나 이행복이 영원하길 소원하면서 기도합니다
행복이 넘치는
촌부님 댁에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