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꿈이다
시를 꿈꾸는 이가 바로 시이다
꿈꾸는 자가 시를 쓴다 윤정희의 시(이창동의 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시를 쓰고 싶은 꿈,
스토리전개는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할까? 아네스의 노래처럼 생을 꿈꾸는 시는 처절하고 아름답다.
나 역시 그냥 영화보고와서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써대는 감상평이니 타인의 감상과는 영 동떨어질 수 있다.
관객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마지막 자막이 다 올라간 이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나 역시 꼼짝 할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적 이슈를 가져올만한 작품이었다고 본다.
죄악에 대하여 무책임한 사회, 무감각적인 세대들,
속죄에 대하여 깊은 고뇌를 가져다주는 영화다
아네스의 노래
- 양미자(이창동 시)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치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 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자경전 꽃담장 앞 살구나무
수백 개의 살구 떨어졌다
씨앗이 드러나고
모래가 박혀 멍이 든 살구 울컥 눈물나는...
그런 것이다
시속 몇 킬로미터로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잎 돋고
꽃 피어나고
꽃잎 부드럽게 날리며 마음먹었던 것이다
뿌리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힘으로
눈 질끈 감고
부서져라
부서져라 뛰어내린 것
아무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살구나무만의 비밀
싹 틀 수 있다면 부서져도 좋으리라고
간절한 꿈은
제 몸 던져 부서질 때 이루어지는 것임을
-2008년6월 / 김경성시인의 《꿈》전문
영화 포스터나 영화 마지막 자막 소개글 속 도움주신 분 명단에 김경성시인의 이름이 들어있습니다.
영화를 본다고 홀로 길을 나선 일도 생전 처음있는 일이다고 말하면 곧이 들을까?
혼자 걷기, 혼자 놀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여행가기 등등 여행을 떠날 때에 목적없이 떠난 때는 없었으니까 혼자 여행가기는 아니다.
혼자 걷기와 혼자 놀기와 혼자 영화보기, 혼자 식당에서 밥먹기, 혼자 커피샵에서 커피 마시기 중 혼자 영화보기는 정말 생전 처음이다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좋은 영화라고 난리굿을 쳐대도 난 절대로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유명하다고 보고싶어지는게 아니니까.
詩, 라는 영화가 황금종려상 가능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래서 보고싶은 것은 아니었다.
프라하 김경성시인이 도움주신분으로 포스터에 이름이 나와있으니까 그리고 그의 시 《꿈》이라는 시가 아마도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의 시를 만나러 간 셈이다. 난감한 장면들이 몇 있으나 그냥 그러려니 싶었고. 희진(?)이라는 여학생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그 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던 살구랑, 바람, 호젓한 그 들녁의 느낌들이 눈물이 나와서........
살구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 그리고 여학생의 엄마를 만나서 막상 해야할 이야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저
날씨이야기며 농사 이야기며 애먼 이야기만 늘어놓고 돌아설 때 목이 메어 시큼하게 베어나오던 울음의 끝,
그 여학생이 투신했던 그 자리에 가보고 그 학생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미자씨가 추구하던 것은
한편의 시가 아니었을 것이다. 가슴에 느껴지는 것, 많이 보는 것, 가슴 속에 시의 씨앗이 있다가 탁 터져나오는 것, 이 모든 것도 아니었다
한 생의 죽음을 직시하고 한 생이 하염없이 사라져간 그 슬픔을 안았을 때 비로소 생의 고백을 쓰게 된 것이다.
생의 고백, 거짓이거나 가식이거나 어떤 간절함도 아니었다. 붉디붉은 한 어여쁜 꽃잎의 생에 함께 얹혀진 바람처럼 홀연히,
시는 자백하게 되는 것이다. 진솔한 생에 대한 자세, 잘못에 대한 반성 속에 느껴지는 부끄러움 같은 것,
말하자면 가장 인간다운 짓, 그것을 회복하려는 몸짓이라고 할까? 적어도 이창동감독이 말하려는 것은
감미로운 것도 아니었고 시적인 시도 아니었고 가장 인간적인 것을 회복하려는 몸짓, 생의 자백 같은 것이다.
어쩌면 나는 저기에 그냥 엎푸러져서 엉엉 무릎꿇고 울면서 속죄하고 싶었을 것이다
비록 내가 한 짓이 아니었지만, 한 생을 깨뜨려버린 그 무책임한, 잘못을 잘못한 줄 모르고 있는 세대들의 무표정한,
내게는 그러한 것들에 의해서 목이 메었고 바람과 햇살과 살구의 비밀이 시퍼렇게 후벼들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뻔뻔스럽게 시를 쓴다고 겉껍질이 인두껍처럼 두터워져서 詩의 영감을 훔치고 있었을까.
자기 보호, 보호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그래서 자식들의 잘못이 드러나 세상의 조롱과 손가락질거리가 되는 것을 피하면
그저 자식을 잘 보호하고 가르친 것처럼 돈으로 무마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들, 그것은 아니라고,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말,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감추어둔 가슴에서 무엇인들 진짜배기 詩가 나올 것인가?
현실을 좌시해서 환치 잘하고 약간의 비꼬임을 추임새로 넣어 쓰는 시, 아마도 실제의 시인을 황명승으로 둔갑해서 나온것은
그러한 장치도 마련했음이라고 보여진다. 시를 배우겠다고 김용탁시인의 강의를 듣던 양미자씨가
마지막 강의 시간에 강사의 탁자위에 꽃다발을 놓아두고 시 한편을 숙제로 남겨두고 사라진 것은
그 소녀처럼 그 길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따라갔을까......한마리 나비처럼, 물 위에 떠내려가던 모자처럼
꽃다운 생에 대한 속죄로 아네스의 노래를 남겨둔 것일까. 이러이러한 생각 끝에 자막이 다 끝난후까지 앉아서 눈물 닦고 있었다
오래오래 눈물이 흘러서, 왜 눈물이 나왔는지 언제부터 나왔는지 모르지만 난 영화 내내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본 김경성시인의 꿈이라는 시와 영화에서 내가 느낀 시의 후반부가 영화에 도움을 준 것, 그
key point는 그것이었다. 살구가 제 몸 떨어트려서 깨져가면서까지 하려고 하는 일, 다음 생을 위하여.
꽃필때부터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 우연한 일이란 없다는 것, 속죄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진란의 몰상식한 영화감상
꽃밭에서 - 조관우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꽃이여~)
*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
루 - 루루루루루 루 - 루루 루 -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
루 - 루루루루루 루 - 루루 아름다운 꽃송이
가사 출처 : Daum뮤직
첫댓글 무섭다,
시가 무섭다.
시인이 무섭다!
저는 사람이 제일 무섭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시인은 누군지 아직 모르겠어요. 더 자라야 알지...
저도 오늘 '시'를 봤습니다.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위에 인용된 시를 다시 보니 누군가를 염두에 두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드네요. 일년 전 그때처럼 비가 많이 오네요. 소개해준 김경성 시인님의 시도 잘 읽고 갑니다.
시를 만나러 갈 때 김경성시인의 시를 염두에 두고 갔습니다. 무엇이 모티브가 되었을까 생각하면서요. 죽을 힘을 다해서 자신을 땅에 떨어트려서 씨앗에서 희망을 보려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모티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근거렸습니다.
저도 이영화를 개봉한 다다음날인 5,15일에 봤습니다 진란시인처럼 저도 영화를 보는내내 울었습니다 영화의 막이 내릴땐 흐느낌마저 나와서 자리에서 일어설수조차 없었습니다 왜 울었는지..왜 흐느끼었는지..."실미도"를 볼때하고는 또다른 흐느낌 이었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우리네 인간삶의 공통적인 힘듦에 합류한것이 아니었을까 후평론 해봅니다 /진시인님,저는 왕십리역사내에 있는 cgv 관 이었는데 여긴 어디었을까요?...감상문도 잘 읽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시도 올려주셔서 다시한번 음미하면서 읽어봅니다 윤정희씨,김희라씨,역시 노장은 죽지 않았더군요 그들의 명연기 너무 좋았습니다.
윤정희씨의 본명이 양미자씨라는 것 영화보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윤정희씨가 양미자라는 주연으로 열연했지요. 꾸미지 않은 우리네 할머니의 편안함, 그러나 그 속에는 진짜 시의 씨앗을 찾아내려는 힘이 이미 자라고 있었네요.저는 대한극장에서 관람했어요 그 8층에 장미가 가득 심어진 로즈가든이 있어서 거기에서 사진을 찍었고요.
저도 오늘 시간을 쪼개어 조조로 보았습니다. 삶과 만나는 곳에 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가 속죄의 한 양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움을 주신 분 명단에 김 시인 님의 성함도 놓치지 않고 확인하였습니다.*^^* 오랜만에 감상한 좋은 영화였어요..!!
혼자 가서 봐야 더 좋은 것 같은 영화였던 것 같아요.어떤 시인은 시인에 대해서 너무 폄하하고 희화화 한 것 같아 불편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람의 도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해 고민해야할 영화였다고 생각되었었어요.시각의 차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