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문장대에서 바라본 관음봉, 오후 들어 날씨가 궂어졌다.
밤에 비가 내리자 풍경이 약간 씻는 듯했다. 구름이 잔뜩 뭉쳐 있어서 눈앞의 광경이 드러날 듯 말 듯 흐릿하다
가 잠시 후에 북풍이 그 음울한 구름을 몰아내자 청소라도 크게 한 듯 온 천지가 차례대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영남과 호남의 전 지역과 전남의 반쪽 면, 치악산의 동쪽과 한강 이북 지역이 한눈에 들어오면
서 시야가 넓게 열렸다. 마치 장수가 손을 흔들면서 천왕봉, 비로봉, 관음봉, 보현봉, 향로봉, 모자성 등 여러 봉
우리들을 굽어보는 듯했다. 또한 용화, 송면, 용유, 청화, 청계 등의 여러 골짜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몽땅 내 발
아래 놓여 있었다.
―― 지암 이동항(遲庵 李東沆, 1736~1804), 「유속리산기(遊俗離山記)」에서
▶ 산행일시 : 2022년 10월 16일(일), 맑음, 오후 늦게 흐림
▶ 산행인원 : 2명(광인, 악수)
▶ 산행코스 : 법주사,태봉,천왕봉,비로봉,입석대,신선대,청법대,문장대,법주사
▶ 산행시간 : 9시간 30분
▶ 산행거리 : 도상 16.2km
▶ 갈 때 : 용산역에서 KTX 열차 타고 오송으로 가서, 오송역사 앞 버스승강장에서 시내버스 타고 청주로
가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속리산터미널로 감
▶ 올 때 : 속리산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타고 (보은, 청주 경유)동서울터미널로 옴
▶ 구간별 시간
05 : 10 - 용산역
05 : 55 - 오송역(06 : 04 청주 가는 시내버스 출발)
06 : 27 - 청주시외버스터미널(06 : 50 속리산 가는 시외버스 출발)
08 : 30 - 속리산터미널, 산행시작
09 : 05 - 법주사
09 : 48 - 문장대(文藏臺, 3.3km) 갈림길
09 : 55 - 태실(0.3km) 갈림길
10 : 05 - 태실(태봉 胎峰, 549.9m)
11 : 15 - 797.4m봉
11 : 50 - 922.9m봉
12 : 34 - 천왕봉(天王峰, △1,058.4m)
12 : 50 - 안부, 점심( ~ 13 : 13)
13 : 55 - 1,012.4m봉
14 : 17 - 신선대(1,028.8m), 휴식
14 : 55 - 청법대(廳法臺, 1,020.9m)
15 : 13 - 문장대(文藏臺, 1,031.7m)
17 : 15 - 법주사
18 : 00 - 속리산터미널 근처 음식점, 산행종료
19 : 15 - 속리산터미널
22 : 34 - 동서울터미널
2. 왼쪽은 관음봉, 오른쪽은 문장대
3. 맨 왼쪽이 문장대
4. 속리주릉
▶ 천왕봉(天王峰, △1,058.4m)
산행 못지않게 그 들머리로 가는 여정 또한 짜릿하고 즐겁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눈 감고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일. 어제 저녁에 도시락은 싸두었다. 아내 깨워 함께 용산역에 승용차 몰고 텅 빈 강변북로를 달리는
일. 용산역사 내 가게에서 아침 요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곳이 없다. KTX 열차에서 달콤한
엷은 졸음. 차창 밖은 캄캄하다. 오송역사 나와 휑한 버스승강장에서 쌀쌀한 새벽 공기 들여 마시며 청주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일. 거의 모든 버스가 청주를 갈 것이라 맨 먼저 오는 버스를 탄다.
청주 시내로 가는 도로 3km 양쪽에 늘어선 플라타너스는 아직도 아름답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속리산 가는
시외버스는 약간 시간 여유가 있다. 분식집에 들러 떡라면을 주문한다. 내 입에는 라면발이 설었다. 불기 기다
렸다가 먹는다. 속리산은 우등버스가 간다. 졸기 좋다. 보은을 경유한다. 졸다 보니 날은 훤하게 밝아오고 속리
산터미널이다. 미국 영화 ‘A - 특공대(원제 : The A-Team, 2010년 개봉)’에서 한니발 대장(리암 니슨 분)이 시가
를 입에 대며 한 말이다. “이렇게 작전이 딱딱 들어맞으면 기분이 째진다.”라고. 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속리산 오는 작전도 그렇다.
우리가 맨 먼저 오를 봉우리가 태봉이다. 법주사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피할 도리가 없다. 5,000원. 경로우대는
71세부터다. 법주사를 들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람료가 아까워서라도 들른다. 오늘 보은군에서는 그간 코로나
19 때문에 중단하였던 문장대 등반축제를 개최한다. 보은에서부터 곳곳에 플래카드 걸고 광고했다. 참가자들은
목에 표찰을 걸고 간다. 법주사 절집 구경하면서 그들에게 괜히 물었다. 등반축제 참가하시는 분들도 문화재관
람료 5,000원을 내셨나요?
아니오. 참가자들에게는 무료입장일뿐더러 깁밥도 주고, 손수건도 주고, 캔 커피도 주고, 물도 줍니다. 누구나
즉석에서 축제참가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우리는 알지 못했다. 이미 온 거리가 상당하여 뒤돌아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속앓이할 수밖에. 엄청나게 큰 돌확에 흘러넘치는 찬 감로수 한 바가지 떠서 들이키고 절집
주련 감상한다. 천왕문, 대웅보전 등의 주련에 비해 범종각 주련이 불가 냄새가 옅은데 행서로 써서 내 눈에는
얼른 알아보기 어렵다.
靑山疊疊彌陀窟 첩첩 푸른 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요
蒼海茫茫寂滅宮 아득히 먼 푸른 바다는 적멸궁이네
物物拈來無罣碍 여러 생각 오고 감에 걸릴 것 없으니
幾看松亭鶴頭紅 송정에 학의 머리가 붉어짐을 얼마나 보았는가
다른 구는 얼추 짐작하지만, 마지막 구 ‘幾看松亭鶴頭紅(송정에 학의 머리가 붉어짐을 얼마나 보았는가)’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문장대 등반축제 날에 문장대 가는 길이 의외로 한산하다. 계류 물소리가 차갑다. 주변의 활엽은 가을 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가을 속을 간다. 속리산터미널에서 4km 정도 왔다. Y자 갈림길. 왼쪽은 문장대 3.3km, 오른쪽
은 천왕봉 3.4km다. 계류를 끼고 오른쪽으로 간다. 오른쪽 절벽의 석벽 두른 높은 봉우리가 태봉이다.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태봉을 오르기가 어렵다. 지도 읽어 뒤쪽의 느슨한 오르막이 좋을 것 같다. 더 간다.
옛사람도 우리 생각과 같았다. Y자 갈림길. 이정표에 오른쪽이 태실 0.3km다. 태실이 태봉일 것. 계류 건너 한갓
진 인적 쫓는다. 가파른 오르막 한 피치 오르면 능선 안부에 이르고 오른쪽이 태실이다. 배낭 벗어놓고 간다.
돌탑 태실과 태실비가 있다. 조선 순조대왕 태실이라고 한다. 귀부가 받친 태실비에는 ‘主上殿下胎室’이라고
오목 새김 하였다. 태실은 정조 11년(1787년)에 만들었고, 태실비는 순조 13년(1813년)에 세웠다고 한다.
5. 법주사 가는 길
6. 법주사 가는 길
7. 법주사 지나 문장대, 천왕봉 가는 길
8. 순조대왕 태실
9. 아래 암벽 바로 밑에 상환암이 있다.
10. 상환암 앞 삼층석탑 있는 봉우리에서 서쪽 조망
11. 배석대 주변
12. 배석대 주변, 맨 오른쪽 뒤는 비로봉
13. 왼쪽은 관음봉, 오른쪽은 문장대
▶ 천왕봉(天王峰, △1,058.4m)
입산주로 탁주 한 잔 마신다. 광인 님은 광인 님 탁주를, 나는 내 탁주를 마신다. 안주도 그런 식이다. 등산은
모름지기 배낭무게와 싸움이기도 하다. 서로 자기 짐을 가볍게 하려니 각자도생이다. 능선은 인적이 흐릿하다.
등로 개척도 할지언정 고마운 인적이다. 암봉이 나오면 인적 쫓아 우회하여 돌아 넘는다. 아예 슬랩을 살펴보지
도 않고 직등을 포기한 게 약간 마음에 걸린다. 사면 길게 돌아 안부께에 오르고 가느다란 밧줄이 달렸다.
왼쪽 봉우리에 오른다. 아담한 삼층석탑이 있다. 가느다란 밧줄은 능선 아래 상환암(上歡庵)에서 오르내리기 위
해 매달았다. 삼층석탑 봉에서 내려다보는 상환암과 그 위의 석벽이 숨 가다듬게 하는 적멸이거니와 멀리 서쪽
은 피안정토로 보인다. 김장호(金長好)는 그의 『韓國名山記』(1993) ‘속리산’에서 이 상환암을 특히 상찬한다.
나도 그럴 것 같다.
“나는 유독 상환암 아래 위 정경을 사랑한다. 암자이름부터 마음을 갈앉혀주는 것이다. 심장의 박동이 고양되어
서는 가닿을 수 없는 경지, 오히려 마음이 갈앉아서 비로소 거기에 오를 수 있는 법열경, 깨친 자의 내면의 기쁨
이 환하게 피어나는 그 이름 상환(上歡)은, 어쩌면 올림포스산상의 제신(諸神)의 것, 아니더라도 그만한 불빛이
그 이름에 내비치어 깜깜한 내 나그네 길을 희미하게나마 밝혀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암 송시열은 상환암 암자 아래 은폭동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한다.
바위 뒤에서 물소리만 울린다니 은폭동은 隱瀑洞이 아닐까 한다.
洋洋爾水性 도도하게 흐르게 망정인 것인 물인데
何事石中鳴 어찌자고 여기서는 바위 뒤에서 물소리만 울리는가
恐濯世人足 때 묻은 세간 인간들이 여기서 행여 발 씻을까 두려워서
藏源但有聲 흐름을 감추고서 소리만 내는구나
우리는 능선을 이어 오른다. 숨어 있는 암릉 암봉을 깨워 그와 맞닥뜨린다. 슬랩 오를 때는 선답의 인적이 흐트
러졌다. 손맛 다시며 덤빈다. 블라인드 코너일까? 살금살금 트래버스 한다. 직벽 내리막이다. 슬링을 꺼내 건다.
산죽 숲에 내리고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이번 암봉은 널찍한 암반에 전망이 훤히 트인다. 건너편 비로봉 아래
배석대 가경을 안주하여 탁주 나누니 바로 이백의 「산중대작(山中對酌)」이다.
兩人對酌山花開 두 사람 마주 앉아 술잔 나누니 산꽃이 피고
一杯一杯復一杯 한 잔 한 잔 또 한 잔
797.4m봉을 내리기가 까다롭다. 협곡을 내리고도 두 차례 뜀바위를 내린다. 산죽 숲을 무찔러 오른다. 이어
922.9m봉은 가파른 산죽 숲속 바글거리는 잡석 오르막이다. 애쓰는 발놀림이 번번이 제자리걸음이다. 땀 뺀다.
922.9m봉을 올라서고 가쁜 숨 추스른다. 이제 인적이 뚜렷하다. 천왕봉에서 사람들 수런거리는 소리가 환청처
럼 들린다. 북동진한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등로 벗어나 인적이 들른 데는 나도 들른다. 절벽 위라 조망이 썩
좋다. 구병산 연봉이 실루엣으로 보이지만 반갑다.
출입금지 팻말 단 금줄을 넘고 속리산 주봉인 천왕봉이다. 너른 암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빼어난 경점
이다. 이에 걸맞게 삼각점은 1등이다. 속리 11, 2003 재설. 속리산은 흔히 속세를 떠난 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자를 새기자면 ‘속세가 산을 떠났다’는 뜻이다. 이를 조선의 풍류가객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가
알기 쉽게 풀이하였다. 사람이 도를 멀리하듯, 속세 곧 세인이 산을 멀리 한다.
道不遠人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건만
人遠道 사람이 도를 멀리 하네
山不離俗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건만
俗離山 속세는 산을 멀리 하네
14. 충북 알프스 구병산
15. 형제봉
16. 비로봉 주변
17. 형제봉
18. 가운데가 도장산, 멀리 왼쪽은 상주 갑장산
19. 뒤쪽 가운데는 시루봉과 연엽산
20. 멀리 왼쪽은 상주 갑장산
21. 중간 가운데는 남산, 그 오른쪽 뒤는 수정봉
22. 중간 가운데는 수정봉
23. 뒤쪽은 청화산, 그 뒤로 흰 암벽은 희양산
24. 중간 가운데가 남산, 그 오른쪽 아래 동네는 속리산면
25. 맨 오른쪽 뒤는 천왕봉
26. 가운데는 관음봉과 문장대
▶ 문장대(文藏臺, 1,031.7m)
천왕봉 정상 암반은 따가운 햇볕이 가득하여 잠시 서성이며 사방 둘러보고 물러난다. 점심밥 먹으려고 그늘진
곳을 찾는다. 외길이다. 키 큰 산죽 숲 잘난 등로다. 공터는 없다. 쭉쭉 내린다. 안부. 등로 왼쪽에 그늘진 너럭바
위가 있어 그 위에 올라 자리 편다. 명당이다. 광인 님은 떡(외손녀 백일 떡이라고 한다)으로 점심을 때우고, 나
는 도시락 고봉밥이다. 휴식할 때마다 입을 놀리지 않았지만 점심은 으레 별도다. 점심을 거르면 배가 불러도
허기진다.
속리산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속리주릉인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 3.4km다. 물론 문장대 넘어 관음봉과
묘봉, 상학봉을 지나 활목고개까지 연장하겠지만 거기는 지금은 아쉽게도 비지정탐방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를 오르고 내린다. 잔매에 녹아난다. 봉마다 경점이다. 봉마다 선답의 인적이 보이면 손맛 다시며 쫓아 오른다.
더러 인적은 노천 화장실을 안내하고, 절벽이나 잡목에 막히기도 한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주
설악산의 공룡능선처럼 정체구간은 없다.
천왕석문을 지나면 비로봉인데 짚어내지 못하고 지나친다. 입석대도 등로 주변에 입석이 하도 많아 가려내지
못한다. 신선대도 알지 못한 채 인적 쫓아 올랐는데 그 아래 매점과 화장실이 있는 휴게소에서 신선대 안내판
사진을 보고 알았다. “한 고승이 청법대에서 불경 외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건너편 산봉우리 바위에서 신선들
이 앉아 놀고 있는 것을 보고 가보았는데 아무도 없어 다시 돌아와서 보니 여전히 10여명의 신선들이 담소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곳을 신선들이 놀던 곳이라 하여 신선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다음 청법대를 오르려고 했지만 높은 절벽에 막히고 말았다. 문장대는 가까운데 그 너머 관음봉은 가물거린
다. 당초에는 관음봉은 당연히 오르고, 묘봉은 배낭 벗어놓고 들르고, 그러고도 여유가 있으면 수정봉으로 내리
자고 했다.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가망 없는 일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태봉에서 천왕봉을 오르느라 뜻밖에도
시간과 체력 소모가 컸다. 몇 번 더 오르락내리락하다 돌계단과 철계단을 길게 올라 문장대다.
문장대 등반축제는 끝났다. 한산하다. 오후 들어 날이 궂어졌다. 검은 안개가 몰려든다. 때 이르게 어둑해진다.
나는 문장대에서 바라보는 관음봉과 그 너머의 봉봉을 주저 없이 속리산 제1경으로 꼽는데 오늘은 안타깝게도
흐리다. 관음봉을 그만 놓아준다.
문장대는 용재 이행(容齋 李荇, 1478~1534)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보은현(報恩縣)
【산천】’에서 말한 그대로다.
“속리산(俗離山)은 고을 동쪽 44리에 있다. 봉우리 아홉이 뾰족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九峯山)이라고도
한다. 신라 때는 속리악(俗離岳)이라고 일컽고 중사(中祀)에 올렸다. 산마루에 문장대(文藏臺)가 있는데, 층이 쌓
인 것이 천연으로 이루어져 높게 공중에 솟았고, 그 높이가 몇 길인지 알지 못한다. 그 넓이는 사람 3천 명이
앉을 만하고, 대(臺) 위에 구덩이가 가마솥만한 것이 있어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와도 더 불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세 줄기로 나뉘어서 반공(半空)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錦江)이 되고,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북으로 가서
달천(達川)이 되어 김천(金遷)으로 들어간다.”
서하 이민서(西河 李敏敍, 1633~1688)도 가을날 해거름에 문장대를 올랐다. 문장대는 구름 위에 솟은 대라는
의미로 운장대(雲藏臺)라고도 했다. 그가 지은 「속리산 운장대에 올라 3수(登俗離山雲藏臺 三首)」 중 제3수다.
天風吹送羽衣輕 바람이 가벼운 깃옷을 불어 날리는데
石棧捫蘿喜晩晴 돌길에 덩굴 부여잡고 오르니 저녁 맑아 기쁘구나
萬疊遙岑生暝色 만 겹의 먼 봉우리에는 어둠이 드리우고
千山落木度秋聲 천산의 잎 떨군 나무는 가을 소리를 내도다
雲深石室無人啓 구름 깊은 석실은 여는 사람 없고
樹老仙臺有鳥鳴 나무 늙은 선대에는 새가 울도다
安得餐霞巢絶壁 어찌하면 노을 먹으며 절벽에 둥지 틀고
可能忘世又忘情 세상 잊고 정마저 잊을 수 있을까
여태 붙들었던 문장대를 놓고 나니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문장대에서 법주사까지 6.0km, 거기서 버스터미널까
지 2.2km다. 이제는 줄곧 내리막이다. 길을 잘 다듬었다. 자연석 돌계단이거나 가파르고 험한 데는 데크계단으
로 덮었다. 산정의 어둑한 날씨를 감안하면 골짜기는 더욱 컴컴할 텐데 하늘 가린 숲속 길이 울긋불긋한 단풍
으로 오히려 환하다. 군데군데 매점이 있어 동동주가 유혹하지만 먼 서울 가는 길에 방뇨가 염려되어 꾹꾹 참
는다.
광인 님과 나란히 걸으면서 스포츠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나는 축구나 야구에 대해서 아직 광인 님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아니 듣다 보니 ‘湖西第一伽藍’ 현판 걸린 법주사 일주문이
다. 매표소 지나 화장실에서 낯 씻고 웃옷 갈아입는다. 상가촌 먹자동네는 불야성이다. 터미널 가까운 음식점에
들러 저녁 먹는다. 산채비빔밥에 소주 3병이다. 소주 1병은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는 부침개를 맨입으로 먹을
수 없어서 추가하였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도 28인승 우등이다. 널찍한 좌석이라 잠자기 좋다. 버스는 보은과 청주를 들르는가 보다.
잠깐 졸았는가 싶었는데 동서울터미널이다.
27. 비로봉 주변
28. 가운데는 형제봉, 그 왼쪽은 남산(822m)
29. 입석대 주변
30. 청법대 오른쪽 지능선의 칠형제봉
31. 중간 왼쪽 동네는 장암리
32. 칠형제봉
33. 뒤 오른쪽은 칠형제봉, 왼쪽은 밤재 가는 백두대간
34. 문장대 북서 뒤쪽 지능선 암릉
35. 뒤 오른쪽은 칠형제봉
36. 문장대에서 바라본 천왕봉
37. 문장대 남릉
38. 밤재 가는 백두대간
39. 법주사 지난 자연관찰로, 노송이 아름답다.
첫댓글 역시 궁닙공원이 아름답네요~ ㅎㅎ 술꾼이 떡하고는 웬지 안 맞는디???
간식도 안주도 점심도 떡만 드시던데.ㅋㅋㅋ
가을 속리산 단풍이 장관입니다.
모든 사진이 다 액자입니다.
십몇년 전 한겨울 백두대간 종주하다 속리산 가는 길에 2시간이나 알바한 생각이 나네요.
속리산 가기 전에 고개에서 빠져야 하는데, 퍼붓는 눈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막 가버린 거지요.
저를 따라 4명이나 같이 알바를 하셨더랬습니다.
대간거사형님 여직원 한분도 저를 따라 오다가 같이 알바를 했더랬죠...
그 분 성함과 얼굴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도 하도 예전에 갔던 터라 처음 가는 것 같더군요.
때로 망각은 축복입니다.^^
확실히 능선이 단풍색이 계곡보다는 좋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디든 계곡이 단풍이 이쁘게 든것 같습니다.
법주사는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을 가보곤 못가봤네요.
20년전에 백두대간할때 천황봉, 문장대 구간은 갔었는데 기억나는건 문장대 출금 지나 암릉 통과한 기억밖에는 ㅋㅋ
법주사 요금이 너무 비싸요.
이따금 속리산도 가줘야죠.^^
속리산 예쁘게 단풍이들었네요. 가고싶습니다. 산행기 감사히 읽었습니다.
단풍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 보다는 모레가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