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랭하는 부동산 시장
‘거래 절벽’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장기 침체 시대가 다시 올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특히 분양 아파트 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성남 59형 신축 7억원대 초반까지 나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신축 아파트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59㎡(이하 전용면적) 일부 급매물이 7억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나와 있다. 선호되는 수도권 도시 중 하나인 성남의 59형 신축 아파트 가격이 7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다.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 59㎡은 지난 5월 9억7800만원까지 거래됐다. 주변에선 분당 구축 아파트 부럽지 않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가격 충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가격이 크게 내려가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고가 대비 30%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찾는 발길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성남은 최근 입주 또는 분양하는 아파트가 많은데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이달 입주하는 성남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 59㎡ 도 기존 최고가(10억1083만원)보다 2억원 넘게 내린 7억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와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급매물을 찾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대출 이자 부담과 집값이 더 내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계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지역 공인 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별로 안 싸보이는 공공분양
이렇게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성비로 주목받던 공공 분양 아파트까지 경제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공공 분양 아파트는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아파트다. 공공 분양 아파트는 통상 주변 시세보다 20~40% 정도 저렴하다. 그런데 최근 주변 시세 자체가 크게 내리면서 별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작년 7월 사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29대1을 기록한 성남 복정1지구 전용 59㎡의 추정 분양가는 6억7600만원이었다. 이 가격은 택지비에 정부가 정한 공사비와 적정 이윤만을 더한 것이다.
성남 복정지구는 위례 신도시와 붙어 있고 신도시 형태로 개발돼. 성남 구도심 신축보다는 입지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분양가가 성남에서 최근 나오는 신축 아파트 같은 면적의 호가(7억원대 초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불안하다는 수요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양받았다가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고나 심지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것이다.
최종 분양가는 본청약 시점에 정해지는데, 앞으로 땅값이 크게 내리지 않는 한 최종 분양가가 추정가보다 낮아지긴 어렵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 최종 분양가가 추정 가격보다 오를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아파트 청약 시장 전체적으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분양 급증
실제 분양 시장은 각종 수치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5월보다 25.1% 급증했다.
수도권 중에서 서울의 미분양 증가폭이 가파르다. 서울 미분양은 작년 12월만 해도 54가구에 그쳤는데, 6월 말 기준 719가구에 달했다. 거의 14배가 됐다. 강북구(318가구), 마포구(245가구) 등 최근 분양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 역시 미분양이 한 달 만에 35.5% 급증했다.
미분양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보통 아파트 분양은 준공 1~2년 전 마무리 되는데,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6월 말 기준 전국 7130가구, 수도권 837가구로 집계됐다. 다른 입주민이 입주를 시작하는 시점까지 일부 세대가 다 팔리지 않고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지역 별로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한 달 만에 46.1% 급증했다. 특히 서울에서 5월 37가구에서 6월 215가구로 4배가량 늘었다. 서울은 준공 후 미분양을 좀처럼 찾기 어렵던 지역이었다.
◇가격 계속 하락
기존 주택 시장은 더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을 기록, 11주 연속 하락했다. 2019년 11월 18일 조사(90.3)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서 작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또 7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04% 내렸다. 7주 연속 하락이며, 이전 주(-0.03%)보다 내림폭이 커졌다. 수도권 아파트 값 하락 폭 역시 0.04%에서 0.05%로 커졌다.
노원(-0.1%), 도봉(-0.1%), 강북(-0.09%) 등 외곽 지역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으며, 대통령실 이전 이후 계속 가격이 올랐던 용산구도 0.01% 떨어지며 16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구는 2주 연속 아파트 값이 0.01% 하락했고 송파구는 하락 폭이 0.02%에서 0.03%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