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對中 수출액, 한국 23% 줄어 1년새 2위→4위로
반도체 본격 하강국면 시기 맞물려
中과 첨예한 대립 美보다 뒤처져
13개월간 누적 무역적자 170억달러
한경硏 “소수 품목 편중된 구조 탓”
한국의 지난달 대중(對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3% 줄어들며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국보다도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데다 배터리 산업의 적자 구조도 공고화하면서 대중 무역수지가 갈수록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국 해관총서(세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한국의 대중 수출액 규모는 128억 달러(약 16조8500억 원)로 대만, 미국, 호주에 이은 4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66억 달러로 대만(196억 달러)에 이은 2위였다. 1년 새 수출 규모는 22.9% 감소하고 순위는 두 계단이나 내려앉았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 첫 적자(―11억 달러)를 낸 후 지난달까지 13개월간 누적 적자가 170억 달러에 달한다.
● 반도체 부진에 중국 저가 배터리·원료 수입 늘어
한국의 대중 수출이 꺾이기 시작한 시기는 반도체 하강 국면이 본격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1∼10월 대중 수출 규모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은 2위를 지켰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커진 지난해 11월부터는 미국에 2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일본, 호주 등에도 밀리며 월별 순위가 4, 5위를 오가고 있다.
반도체 부진이 수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이차전지 배터리는 대중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 저가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배터리 원료를 상당 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산화리튬 등 기타 정밀화학원료와 이차전지의 무역적자 비중(전체 적자 품목의 적자액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4%, 10.1%다. 대중국 무역적자 품목 434개 중 비중이 가장 큰 품목들이다.
글로벌 교역에서 흑자를 내던 리튬이온배터리는 대중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의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무역흑자는 2020년 32억 달러에서 지난해 16억 달러로 쪼그라들더니, 올해는 1∼5월 기준으로 7억 달러 적자를 내고 있다. 대중국 리튬이온배터리 무역수지는 지난해 ―51억 달러, 올해는 5월까지 ―35억 달러다.
● 대중국 무역적자 기여도 43.2%까지 커져
중국과의 교역 악화는 전체 무역수지 악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경연은 관세청이 발표한 무역수지를 분석한 결과 한국 전체 무역적자에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2.8%에서 올해 1∼5월(잠정) 43.2%로 커졌다고 밝혔다.
소수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 탓에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주장이다. 중국으로 향하는 전체 수출의 89%가량을 중화학공업품이 차지하는데 지난달 중화학공업품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철강제품(―23%), 화공품(―20%), 기계류와 정밀기기(―12%) 등 중화학공업품 내 모든 품목이 부진했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든 산업에서는 수출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에 바탕을 둔 저가 공세로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가 대표 사례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은 11개 기술 분야 중 5개 분야(우주·항공·해양,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ICT·SW)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한국의 수출은 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고착화될 수 있다”며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