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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략가는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당연히 알렉산드로스 대제요. 전략전술의 천재이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영토를 정복한 그를 따를 자는 아무도 없소."
"그럼 두번째는?"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요. 그는 병법의 대가이자 숙영지 건설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우친 사람이오."
"그럼 세번째는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세번째는 바로 나요."
"장군께서 자마에서 나에게 승리했다면?"
"그럼 내가 첫번째겠지."
기원전 2세기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로도스 섬에서 우연히 희대의 전략가 두 명이 만나 담소를 나눕니다. 이 유명한 대화는 기록으로 남겨져 2000 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들에게까지 전해졌죠.
<로마인 이야기> 로 유명한 역사저술가 시오노 나나미는 고대의 명장 다섯명을 들라고 할 경우 이 두 인물은 거기에 반드시 들어간다고 평했으며 후에 등장하는 뛰어난 전략가들은 거의 모두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몇몇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ㅋㅋ
소개하겠습니다.
"한니발 vs 스키피오"
1. 한니발 등장 이전
당시 지중해의 서쪽은 위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거대한 해운국가 카르타고와 신흥강국인 로마공화국이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때는 이미 1차 포에니 전쟁이 끝난 직후로 이 싸움에서 패한 카르타고는 로마에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서지중해에서 가장 크고 발달한 섬인 시칠리아를 로마에 내주어야 했습니다. 한 동안 움츠러들었던 카르타고는, 하지만 이후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에스파냐) 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다시금 옛날의 국력을 거의 회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구와 군사력에서는 여전히 로마의 상대가 되지 못하여 다시금 시칠리아를 탈환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2. 한니발의 등장
그때 바로 이 남자, '한니발 바르카' 가 등장합니다. 카르타고의 유명한 장군이었던 하밀카르 바르카의 아들인 한니발은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신전으로 가 카르타고의 신 타니트에게 로마를 섬멸할 것을 맹세하는데 이 때 그의 나이는 불과 아홉살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로마 멸망이라는 꿈을 키워온 것이죠.
한니발은 26세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에스파냐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되는데 불과 2년 사이에 코끼리와 수많은 기병대를 포함한 10만의 병력을 육성해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행에 옮깁니다.
한니발은 당시 에스파냐의 동부해안에 있는 로마의 동맹 도시인 사군토를 공격합니다. 당연히 로마 원로원은 사절단을 파견해 한니발에게 당장 사군토 공격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고 한니발은 일부러 들은척 만척하며 사군토의 포위를 풀지 않습니다. 당시 로마는 자국에서 멀리 떨어진 사군토의 일로 강대국 카르타고와 전쟁을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외교로 풀어보려 했지만 이 지지부진한 교섭이 장장 8개월이나 끌어지고 결국엔 한니발이 사군토를 함락시켜 버리자 로마 원로원은 카르타고에 대한 선전포고를 가결합니다.
한니발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행동에 나섭니다. 그는 카르타고 본국과 에스파냐를 수비하기 위해 얼마간의 병력을 남겨놓은 후 나머지 병력을 모두 이끌고 북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니발은 과거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대전략을 감행하죠.
3. 알프스 횡단
한니발은 무려 5만의 대군을 이끌고 한 겨울에 알프스를 넘는 대모험을 감행합니다. 알프스를 넘기 전 한니발은 어중이 떠중이들을 모두 귀가시키고 수중에 남은 4만6천의 정예병력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들을 모두 데리고 알프스를 넘기로 결정합니다. 이미 사군토의 함락 소식을 들은 로마는 대군을 편성하고 에스파냐에서 로마에 이르는 길, 즉 지금의 프랑스 남부 지역을 이미 철벽화 시켰기 때문에 한니발의 알프스를 넘기로 한 결정은 그렇게 무모하다고는 볼 수 없었죠.그리고 이 때문에 로마는 완전히 허를 찔리게 됩니다.
4. 개막. 제 2차 포에니 전쟁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의 병력은 4만6천에서 2만6천으로 크게 줄어 있었고 코끼리는 거의 다 죽어 버려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알프스를 넘으며 고용한 여러 부족의 용병들을 다 포함해도 3만5천이 고작이었죠. 이 한니발이 상대해야 할 로마는 총동원력이 무려 75만에 달했고 한 전장에 최대 10만의 병력을 투입할 수 있었죠.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은 이 때는 기원전 218년. 2차 포에니 전쟁의 서막이 열린 해입니다.
1. 티치누스(BC 218)
기병대를 이끌고 한니발을 찾고 있던 사령관 코르넬리우스는 이탈리아 북부의 티치누스에서 한니발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한니발의 가공할 공격에 지휘하던 기병대를 모두 잃고 중상을 입습니다. 이때 한니발은 거의 다 잡은 사령관 코르넬리우스를 놓친데 안타까워하는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인물을 놓쳤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죠. 이때 사령관 코르넬리우스를 구해서 도주한 젊은 사내의 이름이 바로 스키피오입니다.
2.트레비아(BC 218)
티치누스에서 패배한 로마의 두 집정관이자 사령관 코르넬리우스와 셈프로니우스는 병력을 합쳐 티치누스 근처의 트레비아에서 한니발의 군대와 다시 맞닥뜨리게 됩니다. 허를 찔려 급히 끌어모은 군대라지만 그래도 그 수가 4만여명으로 3만5천의 한니발 군보다는 많았죠.
이때 한니발의 교묘한 전략에 말려들어 아침도 먹지 못하고 급히 트레비아 강을 건넌 로마군은 추위와 공복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한니발 군의 포위망 속에 끌려들어가 대패를 당하게 됩니다. 이때 포위망을 뚫고 도주한 로마군은 1만 여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죽거나 포로가 되었습니다. 반면 한니발 군대는 거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젊은 스키피오는 탈출에 성공합니다.
3.트라시메노(BC 217)
한니발에게 원정2년째인 기원전 217년이 되자 로마는 이해에 집정관으로 세르빌리우스와 플라미니우스를 선임합니다.
이때 한니발은 이미 이탈리아 중부까지 남하하여 수도 로마의 코앞까지 와 있었는데 각각 2개 군단 2만5천명을 거느리고 있던 이 두 집정관은 한니발에 맞서 합류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행군하고 있었는데 이 중간 지점에 트라시메노 호수가 아침에 안개가 짙어 시계가 10미터도 확보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한니발은 이미 입수한 상태였습니다. 한니발은 행군을 서둘러 미리 트라시메노 호수에 도착하여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기슭에 군대를 매복시킵니다. 그리고 이곳을 또 다른 사령관과 합류하려고 서두르는 플라미니우스의 군대가 그대로 통과하게 됩니다.
이때의 전투는 전투라기보다는 학살에 가까웠습니다. 한니발의 군대에게 전위와 후위, 한쪽측면이 완벽히 포위되고 나머지 한쪽측면은 호수가 펼쳐져 있어 절망적인 상황.이때 포위를 뚫고 도주한 전위부대 6천명을 제외한 거의 2만에 달하는 로마군이 몰살당합니다.
5. 통한의 전투, 칸나이(Cannae)
한니발 원정3년째, 기원전 216년이 되자 로마는 한니발과 일대결전을 벌이기로 결정합니다. 이미 자존심이 떨어질 데로 떨어진 로마는 어떻게든 한니발에게 설욕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결국 정예군을 모두 끌어모아 일대결전을 벌이기로 결정합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행군하던 두 군대는 수도 로마에서 동쪽으로 100킬로미터 쯤 떨어진 칸나이 평원에서 맞닥뜨리게 됩니다.
한니발은 여러차례 지중해 최강으로 명성이 자자하던 로마의 중무장보병을 격파하여 이미 명성이 퍼지기 시작했고 때문에 북부의 용병들이 여럿 가세하여 칸나이 평원에 이르기 전에는 총병력이 5만까지 늘어나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2만6천의 정예병력에 또 다시 2만4천의 갈리아 부족 용병이 가세한 것이죠. 5만 병력 가운데 기병력은 1만이었습니다.
반면 이에 맞서는 로마군은 로마 시민권자 4만3천, 동맹국 병사 4만5천명으로 합계 8만8천의 병력이었습니다.기병은 7200 여기, 기병력에서는 한니발이 우세했습니다.
한니발은 로마군 쪽으로 볼록 솟은 활 모양으로 진형을 배치합니다. 전투가 개시되자 로마군의 중무장 보병이 역시 우세를 보이게 되고 한니발의 진형은 볼록 솟은 모양에서 안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가 되죠. 그러다 더 버티지 못한 전위의 갈리아 용병들이 양옆으로 흩어지자 로마군은 자연스레 후위에 있는 한니발의 정예부대 2만명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반월형 모양의 카르타고 군 안에 들어와 반 포위 당한 채로 잠시 고착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때와 거의 비슷하게 한니발의 막강한 기병대가 로마군의 측면 기병대를 격파했고, 후퇴한 것처럼 보였던 갈리아 용병대가 돌아와 측면이 비어버린 로마군의 양 날개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로마군 기병대를 전멸시킨 한니발의 기병대가 돌아와 로마군은 완벽히 포위되어 버립니다.
후대에 이 전술은 포위섬멸전으로 명명됩니다. 한니발의 군대는 여기서 5천 여명의 전사자가 나오는데 대부분이 갈리아 용병부대였고 주력부대는 이번에도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로마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로마인들이 가장 큰 치욕으로 여기는 이 칸나이 회전에서 로마는 전직 집정관 세르빌리우스, 사령관 아이밀리우스가 전사하고 중무장 보병이나 기병으로 참전한 80명의 원로원 의원과 함께 7만명의 인원이 산화하였으며, 1만명이 한니발의 포로가 되었고 도망친 로마군은 보병과 기병을 합해 4천여명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탈출한 4천명중엔 어김없이 스키피오가 있었습니다. (로마 역대 최고의 전략의 천재는 이때에는 도주의 천재였죠.)
이 칸나이 회전 직후 로마 원로원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신탁을 받으러 사절단을 그리스로 파견했고 로마 전체가 공포에 떨었으며 한니발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로마의 정복자처럼 보였습니다.
6. 한니발의 오산
하지만 한니발이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전략가로서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실수였죠. 이탈리아로 쳐들어가기 전 한니발은 로마를 멸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반도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가 분탕질을 치면 로마는 병력을 모아 반격에 나설 것이고 이때 로마군을 격파하면 무력해진 로마는 항복할 것이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로마연합은 해체될 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니발의 착각이었죠. 로마는 항복하지 않았고 로마연합 또한 해체되지 않았습니다. 사회계급이 고정되어 있고 피지배민들을 지배하여 다스리는 카르타고에서 태어나 자란 한니발로서는 로마의 체제, 즉 피지배민들에게 시민권을 나눠주고 선거권을 부여하여 자기들에게 동화시키는 이 체제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칸나이 전투는 고대 전술의 정수이자 걸작으로 평가받으면서도 끝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지 못합니다.
한니발의 이탈리아 침공은 거의 알렉산드로스 대제의 페르시아 침공과 맞먹을 정도로 무모했으며 영웅적이었고 또 천재적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제는 몇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끝에 페르시아를 몽땅 꿀꺽했지만 이때 융성기에 있던 로마는 당시 페르시아 제국처럼 무너지지도 않았고 내부결속도 굳건했으며 칸나이에서 절망적인 대패를 당하고도 활력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칸나이의 승전보를 전해들은 카르타고 본국은 환호했지만 곧 얼마 안되어 로마의 식민도시나 동맹국들이 여전히 로마에 등을 돌리지 않고 건재한 것에 두려워하여 짐짓 승자의 여유를 드러내며 로마에 강화를 요청하지만 로마쪽에서 거절합니다.
7. 전쟁의 향방은 미궁속으로...
이후 한니발은 수도 로마로 진군하여 로마 성벽 앞에까지 이르지만 로마는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수비하여 한니발로 하여금 병력을 물리게 하며 이후 철저히 맞상대를 피하고 게릴라 전법을 펼쳐 한니발을 상대합니다.
이때 로마는 아직 어린 스키피오가 등장하기 전, 위기를 맞이하여 수많은 영웅들을 배출해 내 한니발과 상대하게 하는데 지구전의 창시자이자 죽어도 안 싸우고 압박만 하여 한니발의 분통을 터트리는 '이탈리아의 방패' 파비우스 막시무스와, 수많은 노예병사들을 훈련시켜 게릴라 전법으로 한니발을 괴롭힌 셈프로니우스 그라쿠스, 그리고 한니발을 상대로도 적극적인 전술로 일관하여 화려하게 한판 벌이는 '이탈리아의 칼' 클라우디우스 마르첼루스가 그들입니다. 특히 마르첼루스는 한니발마저 감탄하게 만들 정도로 전술의 귀재였죠.
칸나이 회전 대승 직후 한니발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지리멸렬한 공방전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고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 10년 세월이 흘러가게 되고 결국 기원전 209년에 이르러 로마에 천재적인 장군이 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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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써놓고 보니 너무 기네요 ㅜㅜ
언젠가 나중에 다음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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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역시 남자라면 전략 ㅋ 처음 쓰신 저 대화가 저리 점잔빼는 내용이 아니었을 겁니다 ㅋ 한니발이 자신을 세번째에 놓자 스키피오가 머야 내가 당신을 이겼는데?하고 한니발은 졌으니 망정이지 아님 내가 제일이다하고 ㅋ 전에 보고 남자들은 고금을 막론하고 다 똑같구나 생각했거든요.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들의 호승심이야 어쩔 수 없죠. 특히 둘 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장군들이었을 테니까요.
우와 좋네요!!!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궁금한게 있는데, 한니발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혹시 있을까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ㅜㅜ 확실히 영화로 만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 시간가는줄 모르고 금새 읽어버렸네요 ㅋㅋ 대단하십니다!! 2편얼른올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ㅋㅋㅋ 장난이구요^^ ㅋㅋ 2편 기대할께요~!!
이렇게 잘 봐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
기대중입니다~~~잘 읽고가요
감사합니다! ^^
잘봤어요 재밌내요
캄솨합니다! ^^
잘봤어요 재밌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