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법정 공방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카렌 리드(45) 살인 사건 재판이다. 벤틀리 대학 부교수이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부동산 애널리스트였던 리드는 지난 2022년 1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 캔톤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남자친구인 경찰관을 치인 뒤 죽게 내버려둬 살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노포크 카운티 최고법원의 비벌리 캔논 판사가 임명한 배심원단은 9주 동안 이어진 심리를 마치고 지난 25일(현지시간) 정오 무렵 숙의에 들어가 29일 오후 4시까지 나흘 동안 숙의했지만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1일 오전 9시 속개하기로 했다. 남녀 6명씩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28일 정오를 조금 넘겨 “증거를 지칠 정도로 살펴보고 모든 논란이 된 증거들을 부지런히 살폈지만 우리는 만장일치 평결에 이를 수 없었다"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캔논 판사는 검찰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들은 뒤 배심원단에게 숙의를 계속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배심원단에게 “곧 있으면 점심이 도착할 것이다. 점심을 들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질 것이다. 점심을 들고 다시 숙의를 속개해달라"고 주문했다.
리드 사건은 사건 자체의 충격적인 내용 말고도 경찰의 광범위한 은폐 시도, 검찰 수사 책임자의 부적절한 행동과 성적인 문자 메시지 등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리드는 2급 살인, 음주운전 과실 치사, 뺑소니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법률에 따르면 2급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의 남자친구 존 오키프는 피살 당시 46세로 16년째 보스턴 경찰관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그의 주검은 같은 경찰청 동료의 캔톤 자택 앞 눈밭에서 발견됐는데 온몸에 멍 자국과 구타 흔적이 있었다. 검찰은 2년 동안 사귀어 온 둘의 관계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술을 마시며 다투다 홧김에 리드가 운전대를 잡아 오키프를 들이받고는 추위에 아랑곳 않고 현장을 떠나 죽게 내버려뒀다고 의심했다.
리드의 변호인단은 동료 경관이 오키프를 구타한 뒤 잔디밭에 던져버린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며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해 리드를 옭아맨 것이라고 항변했다. 리드 사건은 이미 전국적인 관심을 끌어 법원 앞에선 리드를 옹호하는 이들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이들이 연일 시위를 벌였다. 한쪽에선 오키프의 동료 경관 자택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던 이들을 보호하려고 경찰과 검찰이 리드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보는가 하면, 파티를 벌이는 이들은 집안에서 오키프를 본 적도, 오키프를 구타하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며 아예 오키프가 집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리드가 차로 친 것이 사건의 전부라고 보는 쪽도 있다.
CNN에 따르면 수사를 주도한 매사추세츠 주립 경찰 순찰대의 마이클 프록터가 동료들과의 단체 대화방에 남긴 문자 메시지가 입길에 올랐다. 증거를 찾는다며 리드의 휴대전화를 뒤졌더니 "누드는 없더라"거나 그의 의료 문제를 언급하며 "미친 여자(whack job, 도널드 트럼프가 E 진 캐롤에게 썼다가 막대한 명예훼손 배상을 명령받은 표현)"라고 조롱한 사실이 들통났고, 본인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알고 보니 그는 파티를 주최한 경찰관과도 잘 아는 처지였다. 모라 힐리 주지사까지 프록터의 행동에 "역겨움을 느낀다"며 대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터틀보이'는 누구?
한편 리드 사건을 보도하는 매체들에 자주 오르내리는 수상쩍은 이름 '터틀보이'를 발견하게 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에이단 키어니란 남성인데 'TB 데일리 뉴스'란 홈페이지를 만들어 리드 사건과 관련된 소식들을 전하다 급기야 증인들을 협박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그는 리드가 무고하다고 확신해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들을 겁박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배심원단에게도 키어니의 증인 협박 사례들을 공유했다.
물론 그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날 입 다물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들은 절대 절대 절대로 존 오키프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진실을 고하지 못하게 막지 못할 것이다. 뉴스를 보도하는 일은 희롱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은 희롱이 아니다."
같은 해 12월에도 또다시 기소됐는데 증인 협박 및 공모 등 16가지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키어니와 리드가 서로 소통하고 있었으며 그녀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건 관련 정보들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캔논 판사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증인이 증언대에 서면 키어니는 법정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며 법정 밖에 나가 있을 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