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0202 무등산, 복수초 만나러

[범고개]

지리산을 좋아하시는 신사 형님은 해찬솔의 둘렛길 19간에 참여하자고 하시지만

내가 먹을 1주일치의 반찬을 해야 하는 바보는 동의하지 않는다.

광주극장에 들러 나 혼자 금당산에나 다녀올까 한다.

어제의 술이 과했는지 바보는 탈이 났다. 큰 일을 치루며 몸이 많이 약해졌을거다.

나가지 않고 1회부터 10회까지 재방송하는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점심을 먹고 차 가지러 간다고 나온다.

바보는 얼른 오라는데 무등산 한골짜기만 얼른 다녀 올거라며 나선다.

나로도의 김선생이 얼마 전 복수초를 페북에 올렸으니 어쩌면 만날수도 있을 것이다.

45번을 타고 한국아파트 앞에 내려 유치원 앞에 서 있는 차를 끌고

증심사 동적골 쪽으로 들어간다.

포장도로에 개를 산책 시키는 사람 등 풀린 날씨에 산책꾼이 많은 사이를

차를 끌고 가니 미안하다.

차가 갈 수 있는 다리 앞 보현사로 올라가 나무 아래 자리가 생겨 주차한다.

두시 반을 지나고 있다.

마른 잡초 우거지고 질퍽이는 하우스 터널을 지나 무등산다님길로 들어선다.

좁은 산길에 사람을 비키려 멈추곤 한다.

침석대에 들러 글씨를 또 본다.

침석수류든 수석침류든 무슨 상관이랴. 자연에 살고 싶은 마음을 글자가 뒤바뀐다고

그 마음이 사라질까?

본격적인 동적골 골짜기로 들어서니 사람이 없이 조용하다.

얼지 않은 길은 비에 젖어 폭신하고 더러 질척인다.

새인봉 오르는 삼거리를 지나 눈을 길 강로 두리번거린다.

꽃무릇 푸른 싹이 살짝 보이고 나무를 감싸는 아이비? 같은 초록 잎의 덩굴이 보이지만

아직 산은 봄기운이 덜하다.

노루귀도 보이지 않는다.

키 큰 나무들이 쓰러지고 흐린 하늘을 향해 뻗어오른 나무 줄기의 굵기를 보며 오른다.

길 가 계곡의 바위 초록 이끼 사이 하얗게 내려오는 물줄기를 본다.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있기도 한다.

그 사이 가느다란 가지끝에 하얀 꽃이 보이는데 길가마지다.

향기를 알았으면 더 빨리 만났을까?

고개를 들고 작은 꽃이 멈추기를 기다려 찍어본다. 빨간 봉오리가 많고 한 두개 막 피어났다.

길가마지라도 마나 다행이다고 걷는데 큰 나무 아래 줄기를 쭉 뽑아 올린 노란

복수초 한송이가 피어 있다.

그 노랑 색깔이 산을 다 밝히는 듯하다.

더 오르니 햇볕 받은 나무 사이에 여러 개체가 보인다.

노랑 꽃이파리에 꽃술이 예쁘다.

무릎을 꿇고 이꽃 저꽃을 찍는다. 

큰 나무 사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올라가 또 한 무리를 만난다.

막판 능선 오르막을 미끌어지며 올라 서인봉이나 장군봉을 가늠한다.

장군봉 쪽으로 잠깐 걸으며 새인봉을 한번 보고 초록 고치를 만나고 돌아온다.

어떤 소나무 한 그루는 가지가 끊어진 탓인지 주먹처럼 뭉쳐 있다.

돌아오며 복수초와 길가마지를 한 번 더 본다.

4시 반이 지나 돌아오는 길엔 사람이 많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