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메이저리그라고 느끼는 여성이 과연 있을까요?
좋은 대학,삶의 배경, 다른 이들이 보기에 넘치는 능력도 결코 삶의 기쁨을 주지 못하죠.
젊음 자체로 아름다운데 그 시절엔 그것을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작은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생명 자체만으로도 '보시니 좋았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중년에나 가능한 것 같아요.그것도 주님 안에 있을 때.
자신의 삶의 스산하고 마이너리그라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blockquote><blockquote><p align="left" style="line-height:200%;"><font size="2">자신의 위치가 '마이너 리그'라고 생각하는 스무살 모든 여성에게<br>
<br>
오늘 아침 여동생과 오래 간 만에 전화통화를 했습니다.<br>
<br>
"뭐하니?"<br>
"아이업고 있어!"<br>
"글쎄......아이업고 뭐하고 있냐구...?"<br>
수화기 저쪽 편에서는 약간 신경질적인 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br>
"오빤, 아이 업으면서 뭔가 다른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br>
<br>
제 여동생은 음악치료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준비하다가 형님 내외가 아들을 낳는 바람에 졸지에 그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후 집안에서 자신의 조카를 돌보느라 꼼짝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기 때문에 어머니와 형수님이 아이를 내내 돌볼 수 없는
관계로 틈틈이 제 여동생이 아이를 돌보아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끊고 아이를 업고 있는 제
여동생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한달 전 어느 까페에서 우리가 서로 만나 얘기했던 '마이너 리그'에
관한 진지한 대화가 떠오르자 동생의 신세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br>
'아아...아이 업으면서 뭔가 다른 걸 할 수 없는 사회로구나! 적어도 우리사횐.....'<br>
<br>
한달 전 제 여동생은 영국 문화원에서 후원하는 영국 국비 장학생 선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까다로운
서류를 그 바쁜 와중에 준비해서 문화원에 도착한 그녀는 아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기자용 의자에
빽곡히 들어앉아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뭇여성들의 긴장된 눈빛이 시사하는 삶의 피로함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탈출' 이었습니다. 무엇이 이 여성들로 하여금 강요된
'탈출'을 꿈꾸게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여동생도 그 '탈출'의 열에 늘어선 빈 의자에 슬그머니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자기에게 이렇게 묻더랍니다.<br>
<br>
"유빈선배 아니세요..? 맞죠! 유빈선배!"<br>
<br>
자신을 선배라고 부르는 걸로 봐서 분명히 자신의 후배라고 생각되는 이 여자를 참으로 안타깝게도 제
여동생은 누구인지 잘 모르는 얼굴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한 제 여동생은 그저 아는 척을 하려고 하다가
그 사람에게 두 번 잘못하는 거 같아서 솔직히 자신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한 후 이름을 가르쳐 주면 기억에 도움이 될 것 같노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때 제 여동생 옆에 앉아있던 이 아가씨가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미안하다는 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br>
<br>
"......잘 모르실거예요! ....전.....별로였거든요....."<br>
<br>
제 여동생 옆에 앉아 있던 그 후배는 그녀의 3년 후배였고 그녀가 대학 방송국 일을 할 때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적이 있었던 인연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렀고 각자의 터전에서 쉽지 않은 이 세상과 싸우다 지쳐서 거기 앉아 있었던 많은 다른 사람들과 동병상련으로 '탈출'을 꿈꾸는 이들의 틈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죠. 면접이 끝나고 그 둘은 밖에서 다시 만나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여동생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자신에게 있었던 이 얘기 해 주었을 때 나는 그 후배가 했던 말
중에 '별로...'라는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br>
<br>
"그때 몇살이었니?"<br>
나는 여동생에게 물었습니다.<br>
"누구..? 나...?"<br>
"아니, 그 후배말야!"<br>
"내가 스물 셋이었으니까...스무살 이었겠지 뭐...."<br>
<br>
스무살 때의 기억을 '별로.....'라고 말꼬리를 흐릴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한 여인에 대해 묵상할 때
감정이 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스무살이란 앞날의 진취적인 꿈을 간직하고 살기에만도
가슴 벅찬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흔히 자신의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때론 그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사람들 자신조차도 '별로....' 자신의 그 거룩한 행위에 대해 기뻐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학습되어진 가치관의 오만한 고집은 늘 액자 안의 그림이고 싶어 할 뿐 그림을
떠 받치고 있는 액자이길 거부하는 까닭입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는 시내의 까페에서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선발에서 탈락한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삶의 마이너 리그에 대해 얘기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처음으로 진실하게 그 삶의 마이너 리그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당장에 그 후배가 궁금해 진 것도 그 즈음입니다.<br>
<br>
"어떻게 됐어..? 그 후배?"</font><font face="돋움" size="2"><br>
<br>
</font><font size="2">스무살, 그것도 여성으로서 이 땅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신난한 삶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한 여성감독의 성찰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생(生)의 마이너 리그에서 피로에 지친 스무살 여성들의 영혼이 내내 근래 제 기도의 주제가 되고 있는 연유도 바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제게 던진 질문인 것입니다.<br> </font></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