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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16 (일) 윤석열 탄핵심판… '보수 주심'과 '진보 재판장'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종결 후 90일째(3월 14일 기준) 장고를 거듭하면서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과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성향에 기반한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진보 성향인 문형배 권한대행이 탄핵 인용을 위해 몽니를 부린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항소심 선고에 맞춰 시간을 끌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헌재 내부 시스템을 잘 아는 이들은 이런 억측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재판관 전원이 모든 사건 심리에 동등하게 참여하기 때문에 주심이나 재판장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거나 심리 속도를 좌우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무작위 전자배당을 통해 지정되는 주심은 '봉사자'에 비유될 정도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한 전직 재판관은 "헌재에서 주심은 사건 기록을 먼저 살핀 뒤 다른 재판관들이 이해하기 편하게 정리하고 결정문 초안을 쓰는 게 주된 역할"이라며 "주심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건을 이끌어가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형배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초반에 "주심 재판관이 누구인지는 재판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속도나 방향은 재판관 평의에서 토론을 통해 정해진다. 헌재에선 소장(혹은 소장 권한대행)도 재판관 9명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헌재 본관 건물에 새겨진 아홉 송이 무궁화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홉 송이 모두 모양과 크기가 같은데, 이는 재판관 9명의 지위가 동등함을 가리킨다. 헌법재판소장은 재판장으로서 변론 진행을 맡지만, 변론 진행 방식이나 변론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은 모두 재판 전후로 진행되는 평의에서 결정한다. 미리 논의하지 않은 걸 재판장 독단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8차 변론기일에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문형배 권한대행의 변론 진행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자, 문형배 권한대행은 A4 용지 몇 장을 흔들어 보이며 "이게 내가 (변론을) 진행하는 대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관) 태스크포스(TF)에서 올라온 대본이고, 재판관들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대로) 하는 것"이라며 자의적인 판단으로 변론을 진행하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반면 대법원이나 일선 법원 합의부는 재판장과 주심의 관계가 완전히 동등하진 않다. 대법원의 경우, 애초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신분이 다른 데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평의 때도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 고성까지 오가는 헌재와 달리, 대법원에선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편이다.
일선 법원 합의부에선 재판장이 재판 진행은 물론 선고까지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다. 헌재는 소장이라도 다수와 의견이 다르면 소수의견을 내지만, 대법원장은 주로 다수의견에 선다. 대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고에 앞서 의견을 종합할 때 대법원장은 따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다수의견으로 간다"며 "대법원장이 소수의견을 표한 판결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결정문에서도 헌재 소장은 직위 구분 없이 '재판관'으로 이름을 올리는 반면, 대법원장은 판결문에 대법원장으로 적시한다. 헌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헌재는 소장이라고 해서 0.1%라도 혜택을 더 주는 게 없고, 선배라고 해서 '나를 따르라'고 하거나 후배라고 해서 굽히는 경우가 없다"며 "사건 앞에선 아래위가 없는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암살 성공 빈다"… 소기천 전 장신대 교수 발언 논란
신학대 교수 출신 목회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암살 계획의 성공을 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기천 전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교수는 3월 12일 페이스북에 “암살 계획의 성공을 빈다”며 이재명 대표를 사형시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는 같은 날 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변 위협 제보가 많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들을 통해 많은 제보가 있었는데, 러시아 권총을 밀수해 암살할 계획이 있다는 등 여러 문자를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소기천 전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이재명이 죽어야 문재인도 죽고 임종석도 죽는다”, “이재명 사형시켜라”, “국민의힘 자폭하라”와 같은 섬뜩한 주장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재명 대표 뿐만 아니라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사형 대상으로 거론했다.
이날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직접 참여해 기도하기도 했다. 소기천 전 교수는 1998년부터 장신대에서 목사 후보생을 가르쳐왔고 2023년 은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극단적 주장이 확대 재생산돼 실제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강유정 의원은 3월 1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몇몇 목사들이 이 대표에 대해 험한 말을 할 때 ‘미친 소리다’ 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이 미친 시그널이 누군가한테는 명령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적 반응이 쏟아졌다. 이들은 “목사 자격이 없다” “십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쓰여 있다. 십계명을 안 지키는 목사는 목사가 아니다” “목사 입에서 나올 소리냐”라고 질타했다.
"헌재 박살, 돌격"… 박근혜 탄핵 선고날 67명 사상
"지금 헌법재판소로 쳐들어갑니다. 오늘 헌재를 박살 냅시다. 돌격, 돌격, 돌격."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라고 낭독문을 읽자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탄핵 반대 집회' 진영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대규모 인파 사이에서 "(경찰) 버스를 당길 인력이 부족하니 지원해 달라"는 외침이 나왔다. 헌재 주변을 둘러싼 '경찰 버스 벽'을 무너뜨리자는 신호였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제지하던 경찰관, 이 광경을 취재하던 기자까지 폭행했다.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헌정사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의 역사에는 '사망 4명, 부상 63명'의 아픈 기록도 함께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임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헌재 인근에 4,000명 넘는 경찰을 투입하고도 대규모 사상자 발생을 막지 못했던 경찰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8년 전 난동 상황 영상을 분석해 취약 지점을 점검하는 등 인명피해를 한 건도 내지 않겠다는 각오다.
◆ "차벽 밀어버려"… 그날 헌재 앞에서 벌어진 일
한국일보가 2017년 헌재 인근 난동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판결문 등을 살펴본 결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 정광용 씨와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 대표 손상대씨가 지지자들을 자극한 게 사태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 파면 결정 직후인 오전 11시 41분 정씨가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고 우리는 국민저항권을 발동할 것"이라며 운을 띄웠고, 손상대 씨는 "오늘 다 죽어도 된다. XX 오늘 헌법재판소가 죽든, 우리가 죽든 돌격, 돌격, 돌격"이라고 외쳤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낮 12시 10분 손상대 씨는 경찰을 향해 "헌재로 쳐들어가는데 막으면 너희들도 가만두지 않겠다"며 "차벽을 안 트면 트럭으로 밀어버리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경찰 버스 한 대가 움직였다. 문이 열린 채 키가 꽂혀 있던 버스 안으로 친박 집회 참가자 정모(당시 66세)씨가 침입한 것이다. 정씨는 2분간 50여 차례 차벽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차벽 뒤 경찰 소음관리차가 크게 흔들렸고 소음관리차 지붕에 있던 100㎏짜리 대형 스피커의 고정장치가 부서지고 떨어져 아래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김모(72)씨를 덮쳤다. 두개골이 함몰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버스 문을 열어놓은 경찰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참사였다.
차벽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쇠파이프로 버스 유리창을 깨트린 후 깨진 틈이나 바퀴 부위 등에 밧줄을 묶어 잡아당겼고 제지하는 경찰관들을 향해 각목, 보도블록, 쇠파이프 등을 던졌다. 오후 1시 30분쯤 정씨는 "지금은 뒤에서 버스를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당길 인력이 좀 부족하다"며 "남성분들이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씨 외에 나머지 3명도 당시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였다. 부검 결과 외상은 없었고 심장 이상 소견이었다. 부상자도 63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의무경찰 24명을 포함해 33명이 경찰이었다.
폭력 집회를 부추긴 자들은 무거운 처벌을 피했다. 정광용 씨와 손상대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버스탈취범 정모씨는 특수폭행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나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만 징역 2년형을 받았다. 이들을 포함해 재판에 넘겨진 30명(구속 8명, 불구속 22명) 대부분이 벌금형이나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쳤다.
◆ 재판관 보호 위해 경찰특공대 배치
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 선고를 마주한 경찰은 '초긴장' 상태다. 경찰청은 탄핵 선고 당일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가용 가능한 경찰력을 총동원한다고 14일 밝혔다. 갑호비상 시엔 모든 경찰관의 연가가 중지된다. '헌재 사수' 작전의 핵심은 ▲헌재 인근 100m 이내 '진공상태' ▲경찰병력 인해전술이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앞서 "헌재로부터 100m 이내는 집회 금지구역이라 차벽으로 둘러싸서 진공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근 초중고, 특수학교 등 11개교도 선고 당일 휴교한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에 337개 기동대 2만여 명을 투입한다. 특히 헌재 인근엔 8년 전(4,600여 명)의 두 배인 9,000여 명을 배치한다. 재판관 신변 보호를 위해 전담경호대·형사·경찰특공대도 출동한다. 헌재가 위치한 종로·중구 일대를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해 빈틈없는 치안유지에 나설 방침이다. 선고일 전후 헌재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이라 드론 비행이 제한된다. 헌재 담장 일부 구간에는 월담 방지를 위해 원형 철조망까지 설치됐다.
경찰은 무엇보다 차벽 저지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차벽을 이중 삼중 세우고, 버스가 물리력에 흔들리지 않게 바퀴에 밧줄을 달아서 고정할 계획이다. 시위대가 버스 위로 올라갈 경우에 대비해 에어매트도 깔린다. 시위대가 에어매트로 스스로 뛰어내리도록 조치하는 가상 훈련도 실시했다. 주요 기관 시설물 안전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경찰은 국회·법원·수사기관 등 국가 주요기관과 언론사·정당당사(시·도당사)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찰력과 장비를 선제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선고 전날 0시부터 선고 날 3일 후 정오까지 닷새간 경찰관서에 보관 중인 민간소유 총기 8만6,811정의 출고도 금지된다.
폭력시위엔 '무관용' 대응한다. 기동대는 신체보호복을 착용하고, 필요할 경우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캡사이신(고추 추출물) 사용도 가능하다. 캡사이신 사용 허가는 2017년 탄핵 선고 날 이후 처음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해 세부 경비 대책을 논의한 뒤 헌재 인근 현장 점검에 나섰다. 그는 "경찰의 질서유지 안내와 통제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부탁드리며 선진국 국격에 어울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곳곳 탄핵 찬반 집회…“당장 파면” vs “즉각 복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3월 15일 서울 곳곳에서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3월 15일이 선고 전 마지막 주말 집회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양측이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진보 성향의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와 가까운 종로구 안국역 1번출구 앞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참가자 2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헌법재판소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세력 완전히 제압하자"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3시부터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5000명이 모였다. 앞서 국회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까지 도보 행진을 한 야권 의원들도 합류했다. 그 뒤를 이어 4시부터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종 노조 집회도 열렸다. 종각역과 명동 근처에선 오후 1시 30분부터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이 각각 노동자 권리 강화와 함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인뒤 3시께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이곳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만 3000명이 집결했다.
한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도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해당 집회에는 오후 2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만 5000여명이 모였다.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3500명이 모여 찬송가를 부르며 "탄핵 무효" 등을 외쳤다. 대국본과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오후 헌재 인근에서도 집회를 신고했다. 한편 헌재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연달아 열리며 이날 경찰은 도심권에 기동대 60여개 부대 3600여명을 배치하고 세종대로엔 길게 차벽을 세웠다.
월 300만원 직장인… 12만원 더 내고 연금 9만원 더 받아
여야는 3월 14일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여야 합의대로 연금 개혁이 이루어지면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은 최종 13%로 올라가게 되고, 앞으로 받는 돈(소득 대체율)은 평균 소득의 43%가 된다. 예를 들어 40대 직장인 A씨가 현재 월급 300만원을 받고 있다면, 국민연금 월 보험료는 27만원(월급의 9%)이다. 이 금액을 매달 회사와 A씨가 절반씩 부담한다. 여야가 의견을 모은 모수(母數) 개혁안에 따르면, A씨의 보험료율은 13%까지 올라간다.
지난해 정부는 청년 세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령대별로 보험료율이 오르는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모든 연령대가 똑같은 속도로(매년 0.5%포인트씩) 높아지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청년 세대 불만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잠정 합의안을 적용하면 A씨의 월 보험료는 내년에는 28만5000원(보험료율 9.5%), 2027년에는 30만원(10%), 2028년에는 31만5000원(10.5%) 등으로 늘어난다. 보험료율이 13%가 되는 2033년에는 월 39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A씨가 65세부터 받는 연금액도 높아진다. A씨는 이전 연금 체계에선 한 달에 약 120만원(소득 대체율 40%)씩 국민연금을 받지만 이번 여야 합의안대로라면 월 129만원(소득 대체율 43%)을 받게 된다. 인상 도중 나이대가 바뀌더라도 인상 폭은 변동되지 않는다. 예컨대 내년에 49세인 1977년생은 후년엔 50세로 50대에 편입되지만, 계속 ‘40대’에 해당하는 보험료율 인상 폭(0.5%포인트)을 적용받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 의견대로 연금 개혁안이 실현될 경우 국민 연금 기금 고갈 시기도 늦출 수 있다.
현행대로 보험료율 9%, 소득 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수지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하고 소득 대체율을 43%로 높이면 기금의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 소진 연도는 2064년으로 각각 7년, 9년씩 늦춰진다. 하지만 여야가 잠정 합의한 연금 개혁안은 내는 돈과 받는 돈(숫자)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으로 ‘구조 개혁’은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시점을 더 늦추고 노후 보장 체계를 체계적으로 만들려면 국민연금을 기초 연금, 퇴직 연금, 직역 연금(공무원 연금 등) 같은 다른 연금들과 연계해 전체 그림을 새로 그리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민간위원장을 역임한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크게 보면 모수 개혁은 작은 개혁이지만, 작은 개혁이 있어야 큰 개혁도 가능하다”면서 “이번 모수 개혁 합의를 기초로 계속해서 여야가 입장을 조정하고 협력해,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만드는 구조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야당이 제시한 전제 조건(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에 대해선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노동·시민단체는 국민 노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이번 합의는 시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고, 참여연대는 “‘소득 대체율 44%안’을 고수하던 민주당은 대선 전 연금 개혁을 털고 가고 싶은 마음에 악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란?
* 보험료율 : 국민연금 가입자가 소득 대비 내는 보험료 비율. 현재 근로자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은 보험료로 근로자 월급에서 4.5%를 공제하고, 회사가 4.5%를 더해 총 9%를 낸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는 월 소득의 9%를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 소득대체율 :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낸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액의 비율.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70%였지만 1999년부터 60%, 2008년부터 50%로 조정된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1.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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