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손님
김 난 석
새해 들어 첫 손님이 찾아왔다. 찾아왔다기보다 초대했다고 해야 맞겠다.
나는 어느 노시인이 관리하는 카페의 운영자로 있는데, 거기 평회원으로 있는 여성이다.
노시인은 지난해 팔월에 유명을 달리했고, 4백 명 넘게 드나들던 카페는 조용하기만 하다.
글을 올리는 사람도 없이 나홀로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 참인데
그네가 만나고 싶다 한 것이다.
그래서 글로 소통하자 했더니 글은 올리지 아니한 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그걸 마다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어느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들기로 했다.
무얼 좋아하느냐고 묻자 아무거나 다 좋아한다 했다.
그래서 내가 정하기로 하고 유명한 셰프가 만든다는 딤섬을 주문했다.
밀가루반죽 피 안에 뜨거운 국물까지 들어있는 소를 넣고 쪄낸 음식인데
내 깐에는 잘 가려 먹으라는 뜻이었다.
물론 내 이야기도 가려서 알아들으라는 암시이기도 했다.
먹는 내내 이걸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 외 다른 반응은 없이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화가의 아내로 살아왔다고 했다.
남편은 지난 해 구월에 유명을 달리했다한다.
평소 내 글을 즐겨 읽었다기에 미리 가지고 나간 시와 산문집을 건네주고
그네가 주는 시집 두 권을 받아들었다.
나이야 물을 필요도 없는데 나보고 몇 살이냐고 물었다.
이제 산수(傘壽)에 가까워진다고 했더니
글로 보아서는 마흔여덟이나 쉰 쯤 되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자신은 환갑을 맞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수인사는 끝났는데 온라인에서의 이미지에 흠을 낸 것 같기도 했다.
젊음이 노야로 말이다.
그네는 매일 광화문으로 반미운동을 하러 가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다시 왜 사람들이 한배검은 믿지 아니하고
기독교를 믿는지 모르겠다고 자문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해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해
아래층 고디바로 옮겼다.
그건 코벤트리 영주의 부인 고디바처럼 알몸을 다 내보이고
주위에 보탬을 줘보라는 나의 암시였다.
그러나 이에 관련해 별 반응이 없을뿐더러 만나자는 의도가 뚜렷하지 않아
나홀로 아리랑으로 장광설을 늘어놓다가 헤어졌다.
악수하고 돌아서면서 그네는 자신의 시집을 읽고 소감을 들려 달라 했지만
아직 응답을 못하고 있다.
이데올로기라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주의 주장을 말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주의주장이 없을 순 없으니
그걸 대화국면마다 또는 글에 나타내게 마련이다.
만약 그게 없다면 속없는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게 사람마다 같을 순 없으니 이걸 어쩌랴.
그래서 때론 가려서 어울리고, 때론 내색하지 않으며,
때론 강하게 주장하다 다투게 되기도 하는 게 일상인 것 같다.
그네는 시인이며 그림도 그리는 화가라 했다.
시나 그림은 은유나 암시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품에 주의주장이 깃들기도 하겠지만
그게 너무 강하거나 직설적이면 감상자에게 상상의 폭을 제한하는 문제가 생긴다.
문학성이나 회화성의 본령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시에 “오, 미 제국주의자여 물러가라” 라고 쓰거나
회화에 “반미투쟁” 이란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외쳐대는 모습을 그린다면
그걸 두고 순수문학이나 순수회화라 할 수 있을까?
그제에 이어 오늘도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는 그림문자가 왔다.
이제 화답을 무어라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잘 살자는 것인데, 이왕이면 어울려서 잘 지내자는 것인데
무어라 화답해야 하나?
나는 노년기에 들어서 인심입명을 꾀하는 노야일 뿐이요
누구의 동지나 결사가 될 생각도 없는데 말이다.(2020. 1. 20.)
계유 년 새해 들어 첫 손님이 찾아왔다.
온라인으로만 교감해왔는데,
언젠간 만나고 싶다기에 언제든지 찾아오라 했더니 오늘 찾아왔다.
점심 먹을 시간이어서 식당으로 안내했다.
무얼 좋아하느냐 물었더니 아무거나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로 정해 양식을 시켜놓고 오찬의 대화를 했다.
그네는 아마도 내가 카페에 올린 글을 많이 읽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글에 내 개인사를 많이 표현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게 사실이냐는 질문도 한다.
글이란 자기고백이기도 하니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을 말해주기도 했다.
참 안됐다는 위로의 말에 대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화답했다.
이런 대화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궁금해 하거나
곡해가 생기기도 했을 것이다.
한 두 줄의 글로 전모를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유명작가들도 독자와의 만남을 마련하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네는 카페생활이 재미있다고 했다.
아직은 여기저기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앞으론 오프라인 활동도 많이 해보리라는 각오다.
나는 그동안 카페생활을 재미있게 해왔고, 오프라인 활동도 골고루 해왔다.
그러나 이젠 활동영역을 줄여 요즈음엔 문학방에 글이나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네가 떠오르는 태양이라면 나는 지는 달이라고나 할까?
태양과 달이 일직선으로 만나면 지구엔 금환일식 현상이 생긴다.
그런 땐 하늘이 노하는 걸로 알고 탈레스 시대엔 오랜 전쟁도 멈췄다 한다.
닷새가 지나면 정월 대보름날이다.
이날 기분 좋으면 한 해 내내 기분이 좋고, 싸우면 한 해 내내 싸우게 된다고 한다.
이래저래 갈등 없고 화목한 카페생활이길 바라면서
두 나그네는 제 갈 길로 헤어졌다.
2023. 1. 30.
첫댓글 남석님~
그 여자가 반미 운동 한다구요?
뭣 땜에 반미 운동 하느냐고 여쭈어 보시지요
가만보니 그 여자 큰일 날 사람이네요
저 같으면 바로 일어나 나와 버렸을 겁니다
반미 운동 많이 하라면서요 .....
싸워서 뭘해요
여기서도 안 싸우잖아요.
그런데 좌파 문인들이 참 많아요
걱정이지만 그냥 말라 죽게 해야지요.
반미고 친미고 다 부질없습니다
나이드니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낼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잘 읽고 갑니다
맞아요
몇몆 골수분자 말고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봐요.
카페에서도 위상 싸움이고요.
다른 카페 이야깁니다만.
또다른 일상을 보게되엇네요..ㅎㅎ
음
제가 세상사
하~소연 하러 독대를 청해도 거절은 안하실듯하네요..ㅎㅎ
하이구우 이렇게 이쁜 소리만~
복채야 안 받지만
밥먹는거야 뭐 얼마나 간다고.
근데 한배검이 뭐예요?
저는 대통령 이름만 알고 정치는 전혀 관심없어요.
할머니 할배들이 모여서 정치 얘기에 열 올리는것을 보면 그 분들이 이념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말씀하시는것인지 유튜버들의 극우좌파 가짜 뉴스보고 흥분하시는것인지 헷갈립니다.
그사람 알고보니 국수주의자던데
외래문물은 모두 배척하고
환인 환웅 단군만 숭상해요
그게 한배검 왕검 단군 검
그런 뜻입니다.
그것만 숭상하니 예수도 부처도
미국도 일본도 배척하는데
그러면 그 빈자리에 우리민족끼리 라는 북한사상이 들어오게 되지요.
@난석 한배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분을 민족주의자로 추측해봅니다.
지식인들이 이외로 골수 민족주의자들이 많더군요.
@사명 민족주의보다 더 골수가 국수주의지요.
조선 말기에도 이 국수주의가 강해서 나라가 망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외세를 막자는 거였는데
자강하지 않고 외세만 막자고 소리치면 되겠습니까?
병자호란 때도 척화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싸우기만 하다가 당했는데
무엇이든 지나친 건 문제가 많아요.
난석 선배님은
시인 으로 등단하신 분이시군요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선배님의 글을 읽고 만남을
청하신 후배님도 정성껏
나눔의 시간을 허락해주니
자상하십니다.
항상 좋은 일들로
늘 건강하세요
청담골 님은 어쩌면 이렇게 고비고비 이쁜 소리만 하시나요?
고마워서 하는 소리, 소리랍니다.ㅎㅎ
들으니 섬찟 하네요
반미 운동 한다니
떨어져 나갔어요.^^
@난석 ~떨어져 나갔다 ~ㅎㅎㅎ
호쾌하긴 한데...
이념 가꼬 들붙는 사람들 꼭 신천지교같던데...
지리산 삼성궁의 한풀선사라는분과
불혹기때 조우한 일 있는데
아마도 저분과 흡사한것 같기도
다만 철저한 반공주의자라~~
분명한 자기 사고에는 투철한지라...
그렇군요.
용공도 사실 외세지요.
어머나 빼먹었졌어요. 최송합니다
많은 분들께 존경을 받는 분.
절대로 지는 달? 어 아니십니다
전 한마디로 정치가 무섭고 이념 또한...한배검이란 단어가 생소하네요
아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의 고유한 것을 찾자는 걸텐데
현실도 직시해야겠지요.